◐ 만화서평(書評) ◑

공포의 외인구단 - 이현세

스파이크(spike) 2007. 9. 11. 16:03

 

사랑하는 여자를 앞에둔 모든 남자들의 말 -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수 있다.

 

1986년 종로3가에 위치하고 있는 '피카디리'극장에서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개봉하였습니다. 그때당시

이 영화는 3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파를 동원한 꽤 성공한 작품이었으며, 거리 곳곳에선 '정수라'가 부른 

영화주제곡이 흘러 나왔습니다. 1980년대 영화관은 지금처럼 '멀티플랙스'라는 개념(槪念)조차 없던 시절이

었으며, 극장의 '스크린'수도 지금처럼 많치 않아, 30만 명이라면 굉장한 흥행 성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 주제가를 부른 가수 '정수라'는 1983년 발표한 '아! 대한민국'이 크게 '히트'하면서 제 5공화국 문어대가리 정권의 하수인들이 가수들의 앨범마다 집어넣도록 강요했던 '건전가요'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특이한 사례(事例)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 시절 문어대가리 정권의 '똘만이'들은 '공포의 외인구단'의

'공포'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영화제목 사용을 허락치 않았는데, 그로인해 

영화포스터 앞 자리에는 '이장호'라는 영화감독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나부끼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만화주인공 '오혜성'의 역할로는 지금 현재 원로배우란 소리를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최재성'씨가 열연(熱演)하였고 '엄지'역엔 '이보희'씨가, '손감독' 역할로는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출연

하였습니다. 또한 나한일, 맹상훈, 권용운, 조상구등 화려한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해 영화가 더

빛날 수 있었으며 그 후 만화대본소에는 '이현세'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로인해 '

공포의 외인구단'은 '이현세'씨의 가장 대표적 만화의 토대(土臺)가 되었고 그 이후 그는

한국만화가의 대표선수로 군림하게 됩니다.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은 영화가 개봉한 후 그 인기에 힘입어 '고려가'출판사에서 대본소용 만화책을 다시

각색, 편집하여 1986년에 '애장본' 형식으로 발매한 만화책입니다. 대본소 만화를 무리하게 6권으로

줄이다 보니 원작(原作)에서 생략된 페이지가 많아 매우 아쉽기는 했지만, 필자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정말로 애지중지(愛之重之)하며 품고 있었던 만화책이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어린 시절 가난과 온갖 학대를 받아오던 '까치 오혜성'이 '엄지'를 만나면서 사랑을

 알게 되고 야구도 시작하게 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엄지의 전학(轉學)

으로 헤어진 뒤 다시

재회(再會)했을 땐 최고의 라이벌 '마동탁'과의 삼각관계로 그들의 인간관계는 점점 악화 되어갑니다.

 

그 후 프로야구로 장소를 옮긴 두 사람은 야구대결을 통해 승승장구 하던 '마동탁'에겐 패배(敗北)의

아픔을, 오혜성은 승리(勝利)는하나 심각한 어깨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끝나는 좌절을 맞게 합니다. 그때

 '손병호'감독이 혜성에게 나타나 외인구단 입단을 권유하게 되고 그때부터 '공포의 외인구단'의

지옥훈련과 남자들의 승부에 대한 진정한 재미는 시작됩니다.

 

물론 지금의 시대적 상황으로 비추어 본다면 말도 안되는 내용의 만화라 폄하(貶下)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겐 외인구단의 색다른 훈련과정이 엄청난 반향(反響)을 불러일으킬 만큼 충분 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고, 모 프로야구팀에서는 책을 구입하여 선수들에게 나누어주며 읽기를 권장할

 정도로 그 인기는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특히 국내 야구선수들에게 천부적 운동신경과 체격조건, 기술적인 면에선 미국이나 일본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중시하던 시절이었기에, 야구훈련이 엉뚱

하게도 '실미도'나 '특공대' 훈련처럼 맨몸으로 절벽을 기어오르거나 로프하나로 수백 길 낭떠러지 사이를

오가며 인간한계를 뛰어넘는 트레이닝(training)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서 더욱더 어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또한 외인구단 '손병호'감독과 '최관'이라는 주인공은 민족주의적 발로(發露)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패배

주의에 웅크리고 있던 한국의 만화 독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어 수백 년간 외세의 침입에 시달려 지쳐버린 

독자들이 만화책을 불끈 쥐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만화가 단순히 재미로만 보는 것이

아닌 작가의 철학적 사상(四相)도 독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중간 중간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그렇게도 강렬하게 표방하면서 정작 외인구단 멤버들을

외지

로 끌고 가 '한국 놈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식의 일제 시대적 발상으로 훈련을 일관한 것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우리는 2002년 서울월드컵의 '히딩크'감독을 통해 스포츠가 얼마나 시간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인가를 그가 운영하던 코치진과 '매디컬 트래이너'를 보며

알 수 있었으며, 한마디로 절벽을 맨몸으로 기어올라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인간이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으며, 설령 그런다고 해서 '드래곤볼'의 '손오공'처럼 '스카우터'에

전투력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첫 번째 재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강한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모든 상황을 압도하여 승리를 쟁취해 가는 점에 있습니다.

 

두 번째로 '오혜성'이 '엄지'에게 보내는 구애(求愛)의 행동은 집착을 넘어 스토커증상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미 결혼한 여자인 엄지가 두 남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함으로서 모든 것을

파국(破局)

으로 몰고가 결국엔 비극(悲劇
)으로 치닫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금요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나올법한 '불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전혀 거리낌 없이)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지막 순간까지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사랑과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탁월한 연출방식은 

1980년대식 진한 러브스토리를 완성해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재미있는 것은 악역으로 나오는 최고의 카리스마 '마동탁'과 그에게 승리를 허락하지 않는

'오혜성'과의 극한 대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늘 서로 대결하며 게임마다 흥미진진한 승부를 보여

주는데, 늘 패배만 하는 '마동탁'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게 될 정도로 둘 간의 싸움은 치열하고

마지막까지 책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매개체(媒介體)

로서 작용합니다.

이런 세 가지 재미가 잘 조합된 '공포의 외인구단'은 정말로 잘 만들어진 만화책입니다. 하지만 20년이란

세월 앞에 한사람만 사랑하는 외골수적인 사랑의 시대는 많이 퇴색돼 버렸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로

대변(代辯)

되는 디지털시대의 트랜드와 비교한다면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발상의 만화라

치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드라마나 노래의 주제가 '사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볼때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이현세'씨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한국만화 전반을 통틀어 명작(名作)의 반열

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일 것이며 또한, '이현세'씨로 인해 필자가 그림을 그리게 되었듯 지금 이 시대에 뿌리를

내리고 작업을  하는 한국의 수많은 젊은 만화가들에게 그는 존경의 대상이자 그를 앞지르려는 '피조물'일

것 입니다. 앞으로도 '이현세'씨가 멋진 작품 남기시길 기원하며...

 

공포의 외인구단. 수십 번도 더 본 만화책이지만 아직까지도 길게 여운(餘韻)

이 남는 만화작품 입니다.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