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여행(旅行) ◈

전남 순천- 지리산 성삼재

스파이크(spike) 2008. 9. 5. 15:20

 

친구 회사의 동료가 부친상(父親喪)을 당해 급히 순천에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회사차를 몰고 대표로 혼자 가려니 심심하다고, 맛있는 것 사줄 테니 같이 가자는 꼬임에 빠져 멋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갔지요. 솔직히

서울에서 순천까지 거리가 그렇게 멀 줄은 몰랐습니다.(^_^;) 무려 5시간 만에 사진에 보이는 순천시내에

도착 할 수 있었고, 녀석은 장례식장으로 들어가 한 시간 후에 나온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지요. 

그래서 남는 시간동안 순천 시내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작지만

소박한 도시를 '관광'하게 되었습니다. 

'순천'시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중앙시장'이었지요. 200m정도 되는 길 양편으로 시장이 형성

되어 있었는데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주로 과일이나 야채를 직접 키워

장으로 판매하러 나오신 아주머니들이 많아보였지요.    

순천 '중앙시장'입구 근처에 풋고추, 옥수수를 판매하시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늙은 오이 같기도 하고

수세미 같기도 한 야채도 보였구요. 암튼 많이 파셨으면 하네요. (^_^) 

점심시간도 지났고 배도 고파서 음식점이 어디 없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중앙시장 '곱창골목'간판이

보였습니다. 또한 순천의 곱창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점심은 여기서 해결해 볼까하는 마음에 

골목 안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들어갔습니다. (^_^)

'곱창골목'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좁고 음식점도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느낌이 드는 간판의 모습과 식당입구의 정경이 7~8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겨 정겨움을 더했지요.

"오~!! 난 이런 분위기가 좋아~!!"

 자~!! 그럼 들어가 볼까요?! (^_^)/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은 곳이라 어떤 집이 맛있을지 알 수 없었고 점심시간도 지난 터라 식당도 모두 한가

하여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의 집으로 그냥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곱창골목의 규모가 너무

작았고 식당도 아담하여 아쉬운 감이 들더군요. (^_^;)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보기도 전에 아주머니가 "돌곱창 드릴까요?" 라고 물어 얼떨결에 "네" 하고 대답 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준비 됐다는 듯이 위의 사진에 보이는 '돌곱창'이 나왔지요.(^_^;) 또한 오래 묵혀 엄청나게 시어버린 '신김치''깍두기'가 함께 나왔는데 이걸 먹으라고 내왔나 싶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암튼 '돌곱창'은 펄펄 끓기 시작하였고 고기가 익자 몇 점 건져 먹으니 돼지고기의 누린내가 훅~(!!)하니 풍겨 비위가 상했습니다. 또한 달착지근한 국물로 인해 조금은 느끼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지요.

"순천 중앙시장 30년 곱창골목의 명성이 이정도야?!" 라는 생각이 목구멍 위로 치솟을 쯤 냄새로 인해 곱창과 '신김치'를 싸먹게 되었고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절묘한 맛의 향연(饗宴)은 시작되었습니다. 갑자기 돼지의 누린내가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겉칠은 돼지곱창의 질감은 '신김치'로 인해 쫄깃한 촉감으로 잇몸 하나하나의 신경세포를 자극하였습니다. 그 순간 필자의 입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는 "아줌마 여기 쏘주 일병이요~!!"였습니다. "우왓~!!! 정말 맛있어 맛있어~!!! 소주 또한 처음 먹어보는 '잎새주'였는데 '참이슬 프래쉬'처럼 달착지근한 맛은 강했으나 목구멍 속으로 떨어진 후 입안 전체로 퍼져나가는 깊은 맛은 약간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암튼 소주 한 병과 '돌곱창'을 싹싹 발라먹은 후 기분이 좋아져서 식당 문 밖을 바라보니 뭔가 아련한 정겨움이 보여 사진 한 장을 찍어보았습니다. 늘 빠르게 음식을 먹고 자리에서 분주히 일어나던 식당이 아닌 어릴적 동네 밥집에서 먹던 따스한 느낌 때문이었을 겁니다. 좌측으로 술 퍼먹고 널브러져 실실 쪼개고 있는 '한지민'의 '입새주'포스터가 보이는군요. (^_^)

밥을 맛있게 먹고 거리로 나오니 2004년도에 개봉했던 '그녀를 믿지마세요'란 영화 간판이 보였습니다. 문  닫은 지 상당히 오래된 영화관에서 아직 간판을 철수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녀보다 영화간판이 더 믿을 수 없어 보였습니다. (^_^) 

다시 친구의 승용차에 올라 서울로 올라가려 하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문득 하늘을 보았는데 약간 회색빛의 구름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가라고 유혹하였습니다. 아쉬운 데로 친구에게 근처 관광지중 승용차로 바로 갈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자고 하여 순천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인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했습니다. 

휴가철도 다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초입이라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은 한산했습니다. 한참을 가는 것 같았는데 자동차 한대 발견 할 수 없었지요. 시간이 없어 차에서 자동카메라를 마구 눌러보았습니다. 그래도 참 예쁘고 정겨운 분위기가 풍기는 도로였습니다. 지리산 입구에서 입장료 1.600원을 내고 꼬불탕 거리는 산길을 차를 몰고 5분 정도 오르니 '도계암'이라는 작은 사찰이 나왔습니다. 

'도계암'은 서기 1379년 고려 말에 천은사 산내에 암자로 만들어진 작은 사찰이며 '나옹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2년에 중수(重修)하였고 1918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워낙 작은 사찰이라 가정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크게 관찰 할 곳은 없으니 그냥 지나쳐도 좋을 듯하네요.(^_^) 

드디어 '노고단'으로 향하는 관문인 '성삼재'주차장에 도착 하였습니다. '노고단'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주차를 하고 1시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데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시간에 쫓겨 주변만 둘러보았습니다. 그래도 전망이 끝내주더군요. 이번처럼 승용차를 이용해서 온 것은 처음이었지만 빠른 시간에 이렇게 높은 곳에서 빼어난 경치를 관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가 주변으로 예쁘게 꾸며 놓은 오솔길들이 보였습니다. 동화 속에 나오는 환상의 나라를 찾아가는 입구처럼 보이기도 하는 풍경이 참으로 멋지네요. 갑자기 해가 지는 것 같아 주변 탐색과 '노고단' 정상을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성삼재'로 향했습니다.

'성삼재'로 내려오니 구름들 사이로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빛줄기가 서광(瑞光)을 비추듯 내리 쬐는 모습이 장관이었지요. 너무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대하여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아침부터 해가 지는 저녁까지 차안에서만 보낸 것 같아 답답했었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니 갑갑함이 한방에 없어지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구름 사이로 붉은 태양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평선 너머로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입을 꼭 다문 체 태양을 바라보았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숙연함과 가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아~~!!!! 이제 서울로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되겠구나...(^_^) 

 

아~~!! 오늘도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참 갈 곳 많고 볼 곳 많은 동네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