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태풍 28사단 잔혹 보고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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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 사열대 앞까지 번호 붙여 가~!!!
대대 사열대까지 얼마간의 거리도 안 되는 곳을 발 맞춰 걸어가며 일직 근무자는 적당한 목소리로 하나, 둘, 삼, 넷 하며 계속적으로 구령을 통해 박자를 맞춰 주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대대 사열대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자 목소리를 크게 높여 대대 사열대까지 번호붙여 갓하며 명령을 내렸는데, 이때 모든 중대원들이 기다렸다는듯 하나~,둘~, 삼~, 넷~, 하나둘삼넷, 하나둘삼넷하며 왼발에 맞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지요. 여기서 81미리와 90미리 무반동 총은 중화기 중대라해서 번호의 중간중간 숫자를 바꿔서 말합니다. 1에서부터 10까지의 번호를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이라 하는데,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무선통신으로 좌표를 불러주거나 말로써 숫자를 이야기 할 때, 번호 발음의 오류로 인한 계산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신병 교육대에선 그냥 일반적 숫자로 번호를 외치다가 갑자기 '삼'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자, 당황한 나는 목소리가 흔들렸고 옆에서 번호를 뭐라고 외치는지 알아들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손바닥이 날라와 제 얼굴을 마구 강타하기 시작했고 내가 왜 맞는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머리속에서 번쩍이는 고통만 셀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면서 고약한 욕설을 들었던게 바로 근처에 있던 바로 윗 고참들에게 퍼부어진 욕설이었습니다. 특히 식기조 녀석들은 번호붙여 걸어가는 내내, 목소리 그것밖에 안나와 개새끼들아, 씹쎄끼들 밑에 애들 교육 똑바로 안시켜. 이따 점호 끝나고 봐, 이 좆만한 새끼들아라며 계속적인 폭언을 퍼부었지요.
그렇게 대대 연병장 앞의 사열대까지 걸어가는 2분 남짓의 시간동안 슬그머니 사라지는 새벽별의 숫자 만큼이나 구타로 인해 번적이는 번개 때문에 혼이 쏙 빠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습니다. 그리곤 대대 사열대 앞에서자 중화기 중대뿐만 아닌 소총중대의 모든 인원들이 열을 맞춰 구령과 함께 서서히 진입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지요. 그렇게 대대 사열대 앞으로 모든 중대가 모이자 '당직사관'이라고 하는 중위녀석 하나가 올라섯고 오늘 일조점호를 시작한다, 모두 뒤로 돌앗하고 소리 쳤습니다. 그 명령에 모두 뒤로 돌은 대대내 모든 중대원들은 또 다시 전방을 향해 함성 5초간 발사란 소리를 듣고 악을 바락바락 질러댔지요. 그런 후 다시 '구령조정' 3회 실시란 소리에 '악악악'하고 짧게 언성을 높이곤 뒤로 돌은 후, 실제적인 인원파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우측 소총중대부터 각각의 일직 근무자가 상황판을 보고 중대 인원보고를 시작 했지만 좌측 끝에 있던 중화기 중대까지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요. 그렇게 3개 중대가 인원파악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16중대인 중화기 중대가 보고를 마치자, 당직사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외쳤고 모든 대대원이 오른팔을 들어 경례를 붙였습니다. 그 때 싸구려 파란색 나팔관 마이크에선 지지직 거리며 녹음된 애국가가 울려퍼졌고,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위병 근무자들은 장례식장에서 끼는 하얀색 장갑으로 색이 바래 누레진 빨래줄을 잡아당겨 국기봉 꼭대기로 태극기를 끌어 올렸습니다. 그 모습을 모든 대대원이 쳐다보는 가운데 태극기가 서서히 올라가 어느선에서 딱 멈추자 낡은 마이크는 연주를 끝마쳤고, 바로 당직사관이 오늘은 애국가 3절, 3절을 부른다란 말에 따라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싸구려 마이크의 카랑 거리는 반주에 맞춰 안익태 작사 작곡의 애국가 3절을 불렀지요.
그렇게 애국가 제창이 끝나자 바로 '복무신조' 제창이란 구령과 함께 어제 떠블백 검사를 하며 외워야했던 것을 4백명이 넘는 대대원이 한꺼번에 암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던 것은 훈련소에서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라고 또박또박 외치던 복무신조가 아닌, 우리는 국가와 웅얼웅얼웅얼웅얼...육군이다. 하나! 우리는 웅얼웅얼웅얼웅얼...하면서 앞 단어만 크게 또박이 소리내고 나머지는 무척이나 빠르게 주문을 외듯 암송하는 점이었지요. 처음엔 이렇게 하는것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와 어찌할바를 모르고 소리는 지르되 따라하기 급급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나중엔 술을 마신듯 중얼중얼 거리며 복무신조를 외쳤지요. 그것이 끝나자 당직사관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경례라고 말했고, 다들 갑자기 45도 각도로 몸을 돌려 눈을 감고 10초 정도 묵념하듯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바로'라는 말과 함께 '육군도수체조' 음악 소리가 또 다시 싸구려 나팔관에서 울리자, 그 리듬에 맞춰 사회에서 하던 '국민체조'와 비슷한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국민체조와 도수체조가 별 차이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많이달라 신병교육대에서 처음 배울 땐 상당히 헥갈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팔다리, 온몸운동이 개인적으론 상당히 인상깊어 지금까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동작이 크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져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렇게 도수체조까지 모두 끝내자 당직사관은 상의탈의, '알통구보' 준비란 말을 했습니다. 그 말에 맨 뒷줄에 서 있는 말련 병장들은 저 개새낀 지가 안한다고 맨날 알통구보야 씹쎄끼라며 투덜 거렸고, 그 투덜 거림이 잦아질 무렵 오른쪽 끝의 소총중대서부터 대대 연병장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정문인 위병소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차례로 연병장을 빠져 나가는 타 중대 녀석들을 보고 있을 때 식기조 녀석들은 이등병과 일병 중 짠밥이 어린놈들을 자신들의 주변에 와 서라면서 4열 종대의 순서를 다시금 재정비 하였고, 맨 앞 선두와 그 다음 렬에는 일병 짠빱 좀 찬 고참들을 서게 했지요. 그리고 그 뒤로 신병, 이등병, 일병 찌꺼기들이 두루두루 포진하게 진용을 꾸렸습니다. 그렇게 4열 종대의 대형이 순식간에 다시 갖춰지자 바로 일직 근무자의 '구보준비'라는 말이 떨어졌고 중대원 모두가 '악'하는 짧은 고함과 함께 주먹을 꼭 쥔 상태에서 몸을 살짝 앞으로 구부려, 양팔을 허리춤께로 들어 올리곤 바짝 몸에 붙여 뛰는 자세를 취했지요. 그러면서 '뛰어'라는 당직 근무자의 복창 소리에 왼발부터 발을 맞춰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자대를 배치받고 처음 연병장을 뛰게된 것이 일조점호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자 고통스런 하루의 시작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하루 하루 이어지는 지독한 뺑뺑이의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았단 것을 그 때는 몰랐지요. 일단 구보를 위해 선임병의 보폭에 맞춰 뛰기는 했지만 신병 훈련소에서 하던 아침 구보와 자대에서의 구보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첫째로 신병교육대에선 알통구보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반해, 자대에선 거의 무조건 알통구보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기본적인 것이었으며, 둘째로 훈련소에 비해 달리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점이었지요. 셋째로 구보중에 군가한다며 일직 근무자가 군가를 3곡 정도 부르게 하는데, 이게 빠른 속도로 굴곡있는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숨이 턱턱막켜 군가능 커녕 숨쉬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달리는 속도가 꽤 빨라 선두에는 어느 정도 군생활에 적응 된 일병 선임들이 자리를 잡고 달리게 했으며 어느새 연병장을 지난 우리 중대는 위병소를 빠져 나갔지요. 그러자 곧 바로 식기조들이 밑에 애들을 향해 협박조로 소리치기 시작했는데, 야이 개새끼들아, 목소리 그것밖에 안나와, 야이 씨발새끼들아 목소리 크게 안 해 라며 곳곳에서 욕하는 소리와 주먹, 손바닥을 이용 쫄다구들의 따귀 및 뒷통수를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그렇게 사방에서 날라오는 주먹과 욕설에 다시금 머리에서 삐~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멍해짐을 느끼면서도 목청이 찢어져라 왼쪽 발이 지면에 닫을 때마다 꽥꽥 토해내듯 구령을 붙였지요. 하나~, 둘~, 삼~, 넷~, 하나둘삼넷, 하나둘삼넷 하면서. 그렇게 정신없이 위병소를 지나 번호를 외치며 200미터 정도를 달리자 일직 근무자가 구보간에 군가한다 군가는 멋진 중화기 하나, 둘, 삼, 넷이라며 소리쳤고 그것에 맞게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군가 제목은 멋진 사나이인데, 16중대는 중화기 중대라 사나이를 중화기로 바꿔 불렀지요. 그런데 이 때 중대에 처음와서 구보중에 부른 군가는 군가가 아니라 그냥 악을 쓰는 소리였습니다. 원래 군가란 음정과 박자를 기본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만 이곳에서는 박자는 왼쪽 발에만 의존하고 무조건 소리만 질렀습니다. 원래 '멋진 사나이'의 군가를 제대로 부른다면,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음정없이 소리를 버럭질러 앞 음절에 악센트를 엄청나게 넣어, 멋있는~싸나이~만코 만치만이라며 아주 지랄을 치듯 괴성만 질렀습니다. 그런데 훈련소에서 배운데로 하지 않고 난생처음 군가를 그런식으로 부르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박자를 맞춰야 할지로 알 수가 없어 소리는 냅다 썼지만 리듬을 잘 탈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갑작스런 구보의 속도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몰려와 어느새 목소리가 끊키기 일쑤였지요. 그럴때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욕설이 쏟아져 내 귓가로 흘러들어왔고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에서 사방에 불꽃이 튀듯 모습을 머리 속에서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10분 가량을 뛰어 대대 주변에 있는 농장 막사 옆으로 난 언덕길을 오르게 되자 드디어 나를 비롯 함께온 동기 놈인 김경제와 최영재가 뒤쳐지기 시작했고, 소리는 질렀지만 제대로된 함성은 잘 나오지 않았지요. 그렇게 언덕길을 살짝 올라 오른쪽 코너를 도니 대대가 안보이는 공간이 등장하였고 일직 근무자가 정지를 외쳤습니다. 그곳이 바로 고참들이 구보를 쉬는 곳이자 쫄따구들의 구타와 얼차려가 아침 댓바람부터 잔인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구보가 멈추자 말련들과 병장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건빵 주머니에서 소나무가 썰렁하게 그려진 담배를 꺼내 불티나게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한목음 깊게 빨아 아주 길고 가늘게 연기를 뿜어 제꼈습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식기조 장인 이광진이 박충석 밑으로 일병들 집합해 새끼들아라고 말했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몇 명이 일렬로 쭉 서는 모습을 보게됐지요. 그러자 뺨을 쩍쩍 때리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리는가 싶더니 이광진의 욕설이 거침없게 들려왔습니다. 야이 씹쎄끼들아, 목소리가 그것밖에 안나와. 니들 일병 개새끼들이 목소리가 작으니 씹쎄끼들아, 이등병이 목소리가 들리겠어, 들리겠냐고 이 좆같은 개새끼들아. 이것들 대가리를 죄다 아스팔트 바닥에 갈아 마셔 버려야 정신을 차릴레 씹쎄끼들이라고 떠들며 또 다시 뺨을 때리기 시작했지요. 그런 후 박충식이 튀어나와라고 말한 이상병이 자신보다 큰 박일병이 앞에 서자 머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아래쪽 좌우로 흔들며 야이 씹쎄끼야, 애들 교육 똑바로 안시켜, 니가 새끼야 졸라 빠졌으니 씹쎄야 애들이 저모양인거 아니야하면서 박충식의 뺨을 후려 갈겼습니다. 그렇게 크게 한 방 맞고 휘청하는 순간 옆에서 대나무처럼 서있기만 하던 나와 다른 이등병들은 밑에 계급인 우리의 목소리가 작아 고참들이 뚜들겨 맞는 것이란 판단, 어쩔줄 모르고 좌불안석에 사로잡혀 떨어야만 했지요. 그 때 담배 연기를 폐부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 끌어올린 말련 병장 하나가 광진아 이제 고만하고 가자라고 하였고 이상병은 예 알겠습니다를 짧고 작은 소리로 답한 후, 들어가 새끼들아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렇게 새벽 아침부터 구보중에 뚜들겨 맞고 중간에 멈춰 고참들이 까이는 모습을 처음 경험한 나와 동기놈들은 더더욱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구보 때나 중간에 왜 그렇게 식기조들이 새벽 댓바람부터 애들을 때리고 갈구고 대가리를 박게 했는지 대충 짐작은 갑니다. 첫째는 욕구불만을 절대로 풀 수 없는 상황에서 고립된 장소를 제공받은 생물은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하게 되는데, 거기서 계급이 나뉘어 있고 일을 많이하며 책임감을 가져야만 하는 직책에 있는 친구들이 쌓인 화풀이를 쫄따구들에게 풀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 폭력을 합리화 할 수 있는 방법은 군생활 중 해야되는 모든 일에 대한 결과물이 원하는 상태로 돼 있지 않으면 얼토당토 않는 군기와 합쳐져 구타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아무튼 다시금 구보준비란 호령이 떨어졌고 군가를 꽥꽥 거리며 대대 사열대 앞까지 뛰어가는데 극도로 긴장한 나는 정말로 목이 터져 눈이 뒤집히도록 악을 썼지요. 하지만 그렇게 죽을똥살똥 몸부림을 치며 군가를 외쳐 댔음에도 식기조 녀석들은 목소리가 작다며 신병 및 이등병들을 위병소가 눈 앞에 바짝 다가올 때까지 마구 때렸습니다. 그렇게 대대 사열대 앞으로 돌아온 우리는 먼저 도착한 소총중대가 경례를 하고 돌아갈 동안 전투복 상의를 입고 아까와 같이 4열 종대로 열을 맞췄습니다. 그런직후 일직 근무자가 마지막 경례를 하고 번호붙여 중대 사열대 앞으로 이동했지요. 그렇게 중대 사열대 앞에 처음과 똑같이 줄을 서 앞을 바라보자 말련 병장들은 일직 근무자에게 뭐, 전달사항 별거 없지라고 물어보며 없다는 소리가 당연하게 들릴꺼라는듯 전투복 상의를 바클 위로 뽑아 주머니에 손을 꽂고 슬슬 중대 내무반 안으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그 때 중대 사열대 위에 서있는 일직 근무자가 쉬십시요라고 태풍하며 경례를 붙이자 말련들은 대충 손사래를 치고 안으로 들어갔고, 그 후 오늘 전달사항은 일단 아침 식사 전까지 정비를 마치고 식사준비 할 수 있도록. 알겠나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 대답으로 중대원들은 네 알겠습니다를 외쳤고 일직 근무자는 중대구호 실시라며 소리쳤지요. 그러자 일제히 중대원들이 오른손을 화이팅 하듯 쥐고 악하고 소리치며 한순간에 실수가 평생을 후회한다라고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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