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어른들을 위한 정치우화 : 눈먼 늑대 이야기(15)

스파이크(spike) 2017. 12. 9. 03:05

이 짖음을 들은 구마늑대는 갑자기 가슴속에서 울컥하며 일어나는 짜증과 불쾌한 감정 때문에 하마트면 자신의 나무 책상을 앞 발로 내리칠 뻔 했지요. 그 짜증과 불쾌한 감정은 기존에 있는 정치외양간의 동물들을 무시한 자기 권한 밖의 일에 관여하는 행동이라 판단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는 지금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머리를 스치자 쿵쾅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곤 마른 침을 꿀꺽 한 번 삼긴채 늙은여우에게 눈을 부라리며 한 마디를 쏘아 짖었지요. 아니엄연히 우리 정치외양간엔 위 아래가 분명이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그런 짖음은 늙은여우님이 스스로 판단하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만약에라도 지금과 같은 의견이 있으시다면 전파까페 생각모임이 있을 때, 건의사항이나 안건으로 다른 동물들 앞에서 짖어 주셔야 맞는 게 아닐까요한마디로 눈먼늑대 선생님이 없는 지금, 그런 점을 우리들에게 꾸짖는 것은 옳지 못 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이렇게 역공을 들은 늙은여우는 뭔가를 직감한듯, 갑자기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구마늑대에게 가까이 다가가 공손한 자세로 짖었습니다. 어머, 쟤 짖음에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혹시 화 나신건 아니죠. 그런 의도로 짖은 건 아닌데... 정말 죄송해요.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너무 욕심을 부리다보니 뭔가 다르게 이해하셨나 보네요. 걱정 마셔요. 절대 그런건 아니니까... 그리곤 하하 호호 웃으며 윤기가 흐르는 풍성한 꼬리를 사랑스럽게 흔들곤 서늘한 긴장감이 감도는 정치외양간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아까 완 다르게 굽신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늙은여우의 속마음은 총무여우 때와 큰 차이 없이 요동치고 있었지요. 하하...요놈봐라. 이게 감히 나한테 훈장질을 해좋아. 일단 총무여우를 쫓아 낸 다음에 한 번 보자. 네놈이 얼마나 버티는지를... 크크크한편 늙은여우에게 쏘아붙인 구마늑대는 살살 거리는 주둥이완 달리 사악하게 빛나는 늙은여우의 눈과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매우 나빳습니다. 아무래도 이런식의 접근이 계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불긴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구마늑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어짜피 오늘은 눈먼늑대 선생님이 종편 사육장에서 바로 자신의 동굴로 돌아 갈테니 내일 오시면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해 보도록 해야지. 아마 선생님이라면 분명 현명한 판단을 하실 테니까하지만 그런 구마늑대의 바램처럼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쏟아내듯 정치외양간 밖으론 검은 구름이 몰려와 굵은 빗줄기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정치외양간에서 동료 동물들과 간단하게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 먹은 구마늑대는 자신의 동굴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와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피해 서둘러 많은 동물들이 이용하는 코끼리 등에 올라탔지요아침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제비들은 낮은 자세로 하늘을 날며 동물의 왕국 안의 동물들에게 하늘의 상태를 알려줬습니다덕분에 먹구름 뒤로 숨어버린 달이 꽤 높게 떠있을 지금, 코끼리 등 위론 몇 몇 동물들만 지친 기색으로 졸며 코끼리가 걸을 때 마다 몸을 함께 흔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요.


그렇게 한동안 동물의 왕국 도심을 가르던 코끼리 등에서 구마늑대는 멍하니 밖을 쳐다보았습니다. 그곳엔 길가 주변을 거니는 연인 동물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환한 웃음으로 걷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지요. 그 모습을 본 구마늑대는 약간의 질투와 부러운 마음을 품으며 자기도 저렇게 애인늑대와 함께 비오는 밤거리를 걷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하지만 현실에선 떨어지는 외모와 가진 것 별로없는 고깃덩이 문제로 인해 그렇게 못 하는 자신을 괜시리 책망하며 구마늑대는 세상에서 최고로 예쁜 암컷늑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만으로 히쭉히쭉 웃으며 계속 코끼리 등을 타고 갔지요. 그 때 길이 네 방향으로 갈라지는 곳에서 앞에 지나가는 다른 코뿔소와 동물들로 인해 잠시 코끼리가 멈춰섰습니다. 구마늑대는 중얼 거렸습니다아 씨...비도 오는데 왜 코끼리가 멈추는거야... 또 막히는거야... 그렇게 불평스런 투정을 부리며 밖을 쳐다보니 낯익은 두 동물이 길가 한 켠에서 어떤 동물들이 본다쳐도 서로 연인인듯한 표정과 행동으로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눈에 띠었지요.



그들을 본 구마늑대는 정신이 번쩍들어 허리를 꽂꽂이 편체로 밖을 응시했습니다. 그리곤 속으로 소리쳤지요. , ..., 저거 눈먼늑대 선생님이랑 늙은여우 아냐종편 사육장에서 노래 하는 건 한참 전에 끝났을텐데왜 또 저 늙은여우를 만나고 계시지. 뭐야 이거... 이 광경을 보게된 구마늑대는 뭔가 느껴지는게 있었지만 자신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섣불리 결론 짓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뭔가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지울수 없었지요. 그렇게 구마늑대와 몇 몇 승객 동물들을 태운 코끼리는 앞을 가로막는 다른 동물들이 비켜나자 빠른 걸음으로 그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그 때 하늘은 커다란 기침을 하듯 천둥번개를 우르릉 거리며 콜록 거리기 시작했지요.     

 

다음날 아침 정치외양간 안은 눈먼늑대의 단독 노래 발표회로 인한 막바지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고깃덩이에 비해 하는 일이 너무 많았던 묵묵, 구마늑대 및 잡초 강아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엄청난 빠르기로 가죽에 적힌 모든 정보를 정리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느라 혼이 다 빠질 지경이었지요.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이 지나고 태양이 하늘의 중심에 이르자 배가 고파진 그들은 주변 뼈다귀 집으로 찾아가 홀쭉해진 창자에 고깃덩이와 뼈다귀를 채워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눈먼늑대는 정치외양간에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정보전달 비둘기를 통한 어떠한 연락도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