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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못 보던 새낀데 신병이냐~?!!
하이바와 소총을 내려놓고 탄띠를 풀으려 허리를 펴던 안병장은 티비를 보다 신났다는듯이 쭐래쭐래 뛰어오는 최뱀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태풍하며 경례를 붙였습니다. 그런 경례를 눈섭에서 몸아래로 제빨리 받아 넘겨 징글거리는 웃음으로 흘려버린 최뱀은 바짝 내 앞으로 다가와, 야, 이번에 네가 맡게될 아들왔다라며 신이난듯 안영모 병장에게 말을 붙였지요. 그러자 살짝 낮빛이 변한 안병장이 나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저 후견인 아직 있는데 말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듯 최병장은 이번에 우림이 쟤가 일병도 달았고 부대에 적응도 완전히 끝난 것 같으니까 니가 또 맡아줘야겠다면서 어깨동무를 하듯 오른손으로 안병장을 감싸안아 툭툭 토닥거렸지요. 그러자 어쩔수 없다는듯 아...병장 몇 호봉까지 후견인을 해야 하는거야라며 투덜거리듯 탄띠와 '엑스반도'를 몸에서 풀러 침상위에 올려놨습니다. 그런 행동을 기다렸다는듯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계급 낮은 고참들 중 한 명은 얼른 총을 집어 침상 끝 총기다이로 뛰어가 바로 정렬 시켰고 다른 한 놈은 탄띠와 엑스반도, 하이바를 받아 착착 관물대 위에 올리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지요. 아무튼 최뱀은 녀석을 잘 부탁한다며 찡끗 웃음 짓더니 다시금 슬리퍼 바닥을 몽땅 닳아 없어지게 만들듯 질질끌며 주머니에 손을 넣곤 티비 앞으로 쭐래쭐래 뛰어 갔습니다.
그렇게 안병장은 내 옆에 앉아 전투화 끈을 풀렀고 아무말 없이 벗더니 눈길 한번을 안주곤 전투화를 닦으러 밖으로 나갔지요. 그렇게 아무런 간섭도 없이 한동안 반대편 내무반 벽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나와 김경재는 바로 앞에 있음에도 서로 눈 한 번을 마주치지 못 하고 각을 잡고 앉아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 후 조용히 식은땀나는 시간만 흐르고 어느덧 20시 30분이 다가오자 또 다시 행정반과 연결된 복도에서 전달, 전달이란 소리가 들려왔지요. 그 때 이등병 하나가 정말 빛의 속도로 후다닥 뛰어 내무반과 행정반이 연결된 복도로 냉큼나가 전달 사항을 듣고는 다시 내무반 안으로 뛰어 들어와 20시 30분부터 티비시청을 위해 고무링 없이 전투복으로 갈이입고 1, 2소대 침상으로 집합하라는 명령을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여기서 고무링이란 전투화와 전투복이 맞닿는 바지 하단에 고무줄로 된 동그란 링을 말아넣어 바지가 너풀 거리지 않토록 고정하는 것을 말하며 고무링을 차지 않는것은 양말을 신지말고 집합하라는 의미로 통했지요. 일단 집합 시간이 되기전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고참 박충석의 지시에 따라 상의는 바클 밖으로 빼고 고무링은 차지 않은채 각을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후 짠밥 높은 고참들을 제외하고 다들 긴장한듯 뭔가를 기다리는 분위기 속에 1내무반으로 '집합'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3소대와 90미리 소대 녀석들이 그 좁은 복도를 통해 개인 활동화를 신고 우르르 달려 좁은 실내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지요. 그 광경은 마치 쎄렝게티 초원에서 누우떼가 악어를 피해 좁은 수로를 뛰쳐 올라가는 광경과도 흡사해 보였는데, 그렇게 멍하니 앉아 꾸역꾸역 들어오는 모습을 놀라 바라보던 내 머리통을 누군가 뒤에서 갑자기 강타했습니다. 그리곤 야이 씹쎄끼야 빨리 침상 맨 앞으로 안 뛰어라고 소리쳤고 그 상황에 놀란 나는 귀에서 욍~하는 소리와 함께 오히려 주변이 먹먹해 짐을 느꼈지만 일단 벌떡 일어나 관등 성명을 대며 정신없이 무조건 침상 앞으로 뛰어가 각잡고 앉아 정면만을 응시했지요. 그러자 또 뒤에서 누군가가 내 뒤통수와 옆구리를 손과 발로 차면서 야이 씹쎄끼야 1소대 침상 왼쪽은 2소대가 앉고 오른쪽은 1소대야, 빨리 자리바꿔 병신아라며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말인즉슨 티비 시청을 위해 1소대, 2소대, 3소대, 90mm소대가 한꺼번에 1내무반 침상에 나눠 앉게되면 내무반 복도를 기준으로 오른쪽 1소대 침상엔 1, 2소대가, 2소대 침상엔 3, 90mm소대가 짬밥순으로 앉게 돼 있었지요. 그걸 나에게 알려준 고참도 없었거니와 그것도 모르고 무조건 앞으로 뛰어가 아무곳이나 앉았던 나는 당연히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침상 맨 앞으론 김경재와 내가 나란이 앉게 되었고 그 뒤로 서열별로 뒤에 고참들이 앉아 있는 것을 뒤통수로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 나와 김경재의 엉덩이 부근을 또 다시 발로차며 이미 똑바로 앉아있는 우리에게 허리 똑바로 펴고 앉어 개새끼들아라며 작은 소리로 으르렁 거렸지요. 그런 욕을 지껄인게 바로 일병 박충식이며 그렇게 하길 뒤에서 종용하는 것들이 바로 식기조 녀석들이었습니다. 아무튼 티비는 켜지고 다들 긴장감 속에 앉아 있는데 뭔가 재밌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갑자기 정렬해 앉아 있는 소대원들 사이로 최뱀과 몇 몇 말련들이 휘져어 들어와 일병 한명의 엉덩일 발로 옆으로 밀듯이 툭치곤 야, 너 뒤로가 새끼야라면서 티비가 잘보이는 곳에 앉는 것도 아니고 누운것도 아닌 포즈로 관물대에 등을 기대고 맘껏 호사를 누리며 화면속 주인공들을 바라보았지요. 그 때 내무반에서 목소리가 들릴정도로 떠들 수 있는 인간들은 말련과 그들과 짬밥 차이가 많이 없는 병장들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21시 정각에 '일직하사'가 들어오기 전까지 티비 앞에서 작은 권력을 행사하면서 낄낄 거리며 밑에 얘들의 단점을 툭툭 내뱉곤 졸라 빠졌어 졸라 빠졌어라며 웃음끼 가득한 얼굴로 계속 투덜됐지요.
그렇게 9시 정각이 되자 한남국 중사가 전투모를 쓰지 않고 '엑스반도'와 연결된 탄띠도 풀르고 내무반 안으로 일직 근무자인 병장 하나와 어슬렁 어슬렁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발견한 말련 병장들은 슬그머니 자세를 바로하는듯 편하게 앉더니 각잡고 앉아 있는 쫄따구들 사이에서 한중사에게 태풍도 아닌 태퐁태퐁 거리며 그냥 눈섭위에 손을 올리듯 경례만 붙였지요. 그런 모습을 보며 대충 인사를 받은 한중사는 야, 뭐 재미난거 안 해라며 슬쩍 티비를 보는듯 하며 최뱀에게 말을 붙이자 그는, 피구왕 통키도 끝났고 드라마도 재미난게 없어 요즘 잼뱅임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한중사가 애들이냐 새끼야라며 턱으로 티비를 가리켜 일직근무자에게 끄라는 신호를 보냈지요. 그리고 정렬 돼 있는 중대 내 사병들을 모두 쳐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담배 한 까치를 왼쪽 상의 주머니에서 꺼내 살짝 튕겨 물더니, 뚜껑을 열고 닫을 때 경쾌한 소리가 일품인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원래는 내무반에선 화재발생 위험으로 절대 담배를 필 순 없지만 한남국 중사는 그런건 아랑곳 안는다는듯 두꺼운 입술로 담배를 물고 정말 맛 좋게 연기를 빨아 들였지요. 그러면서 어제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말이지...전곡에 있는 호프집에서 쏘주랑 맥주를 씨발 졸라 마셨어. 옆 소총중대 박하사 알지. 걔랑 걔 깔치랑, 나랑 내 냄비랑 씨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아무튼 졸라 마셨거든. 씨발 기억도 안나. 그리고 내 냄비랑 같이 집에 왔어. 근데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도 술이 안취하더라고. 그래서 씨발 냉장고에서 쏘주를 꺼내 라면에다 먹는데 옆에 있는 냄비년이 말리더라고. 오빠 이렇게 먹다 잘 못하단 죽어라고. 그런데도 술이 안췌는거야. 아, 씨발 좆 같더라... 그래서 뚜껑 깐 거만 다 먹고 잤어. 그런데 뒤늦게 술이 췠는지 아까 저 신병 새끼들 와서 보고할 때까지 술이 안깨더라고. 아...씨발 근데, 어제 술 더 처먹었음 진짜 죽었을까라며 얘기를 하는 도중 혼자 질문을 던지더니 피식 웃곤 담배연기를 코로 들이마시며 내 뱉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신기했던건 담배 연기가 별로 안나왔다는 점이었지요. 그리곤 야, 21시 30분에 점호라고 말하고 횡 하니 바로 내무반을 나가 행정반으로 걸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또 다시 고참들은 태퐁태퐁을 외쳤고 한중사는 오른손을 대충 흔들곤 담배 연기처럼 사라졌지요.
그러자 한중사를 따라 다녔던 일직 근무자가 전달 이라고 하며 21시 30분부터 점호. 각 소대는 내무실로 돌아가 전투모와 고무링 없이 전투복을 갖춰입고 침상 3선에 정렬하여 점호준비를 한다,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소대와 90미리 소대 대부분의 소대원들은 얼릉 무릎을 꿇고 다시금 침상 밑에 넣어둔 활동화를 고참과 자기것을 꺼내 신고는 자신의 내무반으로 튀어 갔지요. 그런 명령이 있은 후 나는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 해 어정쩡하게 침상 위를 방황하듯 움직이자 또 다시 눈 앞에서 별이 번쩍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자 어느새 옆에 와있던 박충석이, 야이 씨발롬아 넌 침상 끝에 각이나 잡고 앉아 있어 개새끼야라며 으르렁 거렸지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얼릉 뛰어가 아까처럼 빳빳하게 앉아 정면을 쳐다보았고 나와 동기인 김경재도 똑같이 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다음 내가 바라봐야만 하는 2소대 침상을 눈의 화각을 크게 하고 엿보니 아까 티비시청 때 고참들이 기대거나 만져서 엉클어진 침상 모포와 전투복 등을 마지막으로 다시금 손보며 점호준비에 매진하고 있었지요. 특히 반합 뚜껑을 이용, 다리미질 하듯 오른손이나 왼손으로 뚜껑을 밀고 한쪽 손으로 누르면서 모포와 전투복의 각을 잡는 고참들의 손길은 한 땀 한 땀 작업하는 이태리 장인의 모습처럼 깔끔하고 매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다들 조용히 부산을 떨고 있는데 5분 후 점호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일병 김우림이 나한테 빠른 걸음으로 침상을 가로질러 오더니 야, 저기 침상 끝에 빨리 서, 그리고 1소대부터 '번호'라고 하면 큰 소리로 '하나'라고 해 알았지라고 알려줬지요. 나는 네 알겠습니다를 눈치껏 적당한 목소리로 말하고 침상을 가로질러 맨 앞쪽으로 침상이 울리지 않게 뛰어갔습니다. 그리곤 앞을 향해 정면을 응시한채 열중쉬어 자세로 빳빳히 서 있는데 반대편을 2소대 쫄따구들을 제외한 고참들이 침상 앞에 육상 선수가 다리를 풀듯 털면서 줄을서기 시작했지요. 그와 동시에 내무반과 내무반을 연결하는 복도에서 점호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말련 병장들은 짝다리를 짚고 서고 나머지는 열중쉬어 자세로 꽂꽂하게 정면만을 응시했습니다. 그리곤 엄청나게 큰 긴장감이 내무반을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복도에서 일직근무자의 쩌렁쩌렁한 보고 소리가 들렸지요. 제16중대 일석점호 인원보고. 총원 65, 사고 2, 현재인원 63, 사고내용 휴가 2, 열외 3. 열외내용. 근무 3을 제외한 현 인원60명 점호준비 끝.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직근무자의 1소대부터 '번호'라는 말이 떨어졌고 그 말과 동시에 모든 눈초리가 나를 향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하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릴 질렀고 기다렸다는듯 옆의 고참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둘, 셋, 넷, 다섯...서른 하나 번호 끝이라고 할 때까지 숫자는 멈추지 않고 살이있는 생명처럼 한바퀴를 돌아 내 앞의 마지막 사람 앞에서 멈춰섰지요. 그런후 내무반 안으로 한중위가 들어와서 주변을 살펴보는가 싶더니 1/3부분에 멈춰서 한마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내 몸도 피곤하니 점호는 간단하게 하겠어. 오늘 신병도 왔는데 새끼들아 다들 신경써서 처음 온 애들 너무 기죽이지 말고 잘 살펴줘,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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