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우솝우화-똥통할메> 스파이크 19금 단편 소설(16)

스파이크(spike) 2016. 8. 15. 18:20


올림픽 공원 왕따 나무가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들판 한 구석에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깨끗하고 깔끔한 화장실은 밝고 음악도 은은하게 나와 훨씬 분위기 있고 향기가 날 정도로 아름답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지요. 그런데 그곳엔 화장실 내부를 관리하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할메는 날카로운 눈매와 매부리 코, 호박처럼 쪽진 하얀 머리 때문에 망토만 둘러쓰고 꼬깔 모자를 쓰면 영락없는 마귀할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닮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공원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 임에도 그 화장실은 나무들이 둘러싸인 그늘진 구석에 자리잡고 있어 방문객들의 눈에 잘 띠질 않아 이용객이 거의 없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원에 어둑어둑한 빛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시간, 할메는 화장실 입구 안쪽에 가만히 서서 뭔가 스산한 표정으로 타일이 깔린 바닥을 주시하며 텅 빈 공간인 화장실에서 지는 해가 창문에서 그림자로 늘어지는 모습을 관찰하듯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때 옷과 화장을 화려하게 하고 귀금속으로 귀티 나게 치장한 어떤 젊은 여자가 하이힐 굽으로 커다란 소리를 내며 다급한 듯 뛰어 들어와, 할메가 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듯 용변이 급했는지 변기가 있는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 화장실엔 3개의 칸막이와 변기가 있었는데 맨 왼쪽엔 빨간색, 중간은 파란색, 오른 쪽 끝은 하얀 색으로 문이 칠 해져 있었지요. 그녀는 자신의 입술만큼 화려한 왼쪽 빨간 문이 있는 칸으로 들어가 서둘러 치마를 걷어 올리고 급한 용무를 가녀린 신음을 내뱉으며 뿜어 냈습니다. 그리곤 가방을 열어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휴지를 꺼내려 했지만 휴지가 없음을 곧 깨닫게 됐지요.


그래서 그녀는 양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벽면에 붙은 휴지를 찾았으나 그곳엔 휴지가 없었습니다. 당황한 그녀는 첫 미팅 상대인 남자에게 전화를 할까 아님 다른 이용객들이 들어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까를 고심하다가, 아까 밖에서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 올 때 할머니 한 분이 서 있는 모습이 생각났지요. 그래서 다급한 마음에 그 할머니에게 부탁을 해 보려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문 밖에서 그 할메의 음산한 목소리가 떨리듯 들려왔습니다.

 

금박 휴지 줄까, 은박 휴지 줄까, 쓰다 버린 똥 묻은 휴지 줄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바짝 긴장을 하고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겁이나 문틈으로 밖의 상황을 살피려 노력 하였지요. 하지만 문 밖으로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묵직하게 느껴지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팔 위로 스치는 소름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다시금 문 밖에선 금박 휴지 줄까, 은박 휴지 줄까 아니면 쓰다 버린 똥 묻은 휴지 줄까?”라는 말 소리가 들려왔고 섬뜩 하지만 그래도 똥은 닦고 얼른 밖으로 나가야 했기에 자신의 화려한 모습에 걸 맞는 금박 휴지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밖에 있던 할메는 줄 것처럼 얘기하던 휴지는 주지 않고 갑자기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폭언에 가까운 굉음을 소리쳤지요.

 

물부터 내려!! 이 대가리에 똥 만 찬 욕심 많고 사치한 더러운 된장 년아!! .

 

그 목소리에 너무 놀란 그녀는 얼떨결에 물을 내렸고 그 와 동시에 변기 안 소용돌이 속으로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밖에서 훤히 지켜 보기라도 하는 듯 할메는, 등 뒤로 비취는 지는 해를 받으며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고 아까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 가만히 타일 바닥을 바라보듯 다시 서 있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바로 뒤 이어 또 다른 아가씨가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 왔는데 그녀는 아까보단 덜 화려 하지만 뭔가 자신도 어느 정도 고급 진 이미지를 뽐내려는 듯한 외양을 짝퉁 물건으로 억지스럽게 메우고 있는 그런 허영심 있는 여자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도 화장실 한 켠에 서 있는 할메는 아랑곳 않고 3개중 어느 칸으로 들어갈까 말까를 빨리 선택하려는 듯 허둥 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빨간 문은 닫혀 잠긴 듯 보였고 파란 문과 하얀 문은 비스듬히 열려있어 중간 문을 열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지요. 그리고 긴 한 숨을 내 뿜고는 이제 살았다는 듯 ~죽을 뻔 했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도 자신에게 휴지가 없다는 걸 눈치챘고 양쪽 벽면을 이리저리 둘러 봤을 때 휴지가 걸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진 시간이 얼마 걸리진 않았지요. 그 때 그녀는 문 밖으로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할머니를 부르려 했지요.


그러자 할머니가 어느 새 화장실 중간 칸 문 앞으로 다가와 금박 휴지 줄까, 은박휴지 줄까, 쓰다 버린 똥 묻은 휴지 줄까를 물었습니다. 그 말에 너무 놀란 그녀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똥은 닦아야 했기에 일단 은박 휴지를 달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이용, 휴지로 돈을 벌려 하는 할망구라면 악()한 마음을 품고 바가지를 씌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렇다면 은박 휴지를 선택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밖에 있던 할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안에 있는 그녀를 향해 , 간사하고 기회주의적인 여우 김치년 같으니라고. 감히 내 앞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냄새나니 물부터 내려!!”하고 엄청난 박력으로 소릴 질렀습니다. 그 커다란 목소리에 놀란 그녀는 꺄약!!”하고 소리치며 허둥대듯 물을 내렸고 앞선 금박 휴지녀처럼 외마디 비명과 함께 변기 물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 모습을 밖에서 훤히 지켜 보기라도 하듯 할메는 등 뒤로 지는 해의 빛을 받으며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곤 다시 아까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 가만히 타일 바닥을 바라보듯 서 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뒤를 이어 어떤 아가씨가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 왔는데 그녀는 너무나 촌스럽고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자신을 꾸미지 않은 게으른 외양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녀도 앞서 두 명의 여자들과 같이 어느 칸으로 들어 갈지를 고심하는 듯 하더니 빼꼼히 열려있던 하얀색 문을 발견하곤 안으로 뛰어 들어 갔지요. 그리고 그녀도 금새 화장실엔 휴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그녀도 문 밖 할머니의 존재를 알아 차렸고 휴지를 부탁 하려 하자 스르르 문 앞으로 다가온 할메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금박 휴지 줄까, 은박 휴지 줄까, 쓰다 버린 똥 묻은 휴지 줄까?”

 

그런 그녀는 퍼뜩 금도끼 은도끼 동화가 생각났고 여기 할메의 말에 뭔가 있다란 판단 하에 쓰다 버린 똥 묻은 휴지 주셔요라고 얘길 했지요. 그러자 그 할메는 크크크크……”하며 웃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 웃음 소리에 섬뜩함을 느낀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여 문 틈으로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려 하였으나 너무나 좁은 틈이라 밖의 상황을 관찰할 순 없었지요. 그 순간 할머니는 에라!! 이 미친년아. 아무리 없기로서니, 남 똥 닦은 휴지를 달래. 네가 제일 더러 이년아!!”라며 벼락같은 고함을 쳤습니다. 그 소리에 놀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흠칫 물러서며 팔꿈치로 물 내리는 버튼을 눌러 버렸지요. 그리고 순식간에 변기 안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며 그녀는 소리쳤습니다.

 

금 휴지, 은 휴지 주는 것 아니었어?”

 

그런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던 할메는, 등 뒤로 비추는 저녁 해를 받으며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곤 아까 서 있던 자리에서 조용히 타일 바닥을 밟고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는 화장실을 나갔지요. 그런 사건이 있은 후 할메는 소리 소문 없이 전설처럼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세상에 된장녀, 김치녀가 없어진 것이 아닌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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