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날아라 꿈동산> 스파이크 19금 단편 소설(18)

스파이크(spike) 2016. 9. 12. 22:07


<날아라 꿈동산>

 

오월 초순.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살랑살랑 부는 따스한 봄날의 수업 시간은 정말이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중간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은 나로선 운동장에서 뛰며 체육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과 교문 밖 길가에서 간 혹 지나는 자동차를 멍하니 바라 볼 땐 파스텔 톤의 그림처럼 세상이 느껴져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눈꺼풀은 스르르 감겨 어딘가로 영혼이 탈피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멋모르고 졸음에 빠져들면 선생으로부터 지적 질 당 할 우려가 많아 어떡하든 수업 시간에 억지로 잠들지 안으려 팔짱을 끼고 녹색의 칠판을 부릅떠 쳐다보기 일쑤였지만 나도 모르게 눈꺼풀은 천천히 내려왔고 종종 졸음에 빠져 들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졸고 있던 나를 이번엔 그 누구도 깨우질 않아 다른 수업 시간으로 바뀐 줄도 모른 채 나는 계속 졸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잔듯하다 슬며시 눈을 뜨니 교탁 뒤로 아까와 다른 선생님이 서 계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다른 수업 시간으로 바뀐 것을 눈치챘다. 그 때 나는 쉬는 시간에 깨워주지 않은 다른 친구녀석들이 원망스럽기 까지 해 몹시 서운했으나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지금 진행 되고 있는 수업을 따라 잡기 위해 어떤 과목이 시작 됐는지 들어 온 선생님을 보고 책을 바꾸려 하였다.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수업을 진행하고 계신 선생님의 얼굴이 낯설어 눈을 찡그리며 자세히 살펴 보았고 그분의 코가 두 개인 것을 발견 했다.


콧구멍이 두 개라면 정상이겠지만 인중 양 옆으로 두 개의 코가 하나로 붙어 4개의 콧구멍이 4번 주사위처럼 뚫려 있는 것이라 난 너무 놀란 나머지 책상을 두 발로 밀고 걸상을 뒤로 움찔 끌고 말았다. 그래서 드륵하는 소리가 조용한 교실 안에 크게 울렸고, 그로 인해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며 설명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나를 쳐다 보았다. 그 때 나는 분명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판단, 주변 내 친구들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더욱 놀랍게도 우리 반 녀석들도 모두 코가 두 개에 콧구멍이 4개인 체로 동시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경악한 나는 으악!!”하고 소릴 질렀고 이게 꿈이라면 내 코도 두 개여야 한다는 생각에 오른손으로 얼굴 중앙 부위를 만져 보았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과는 달리 내 코는 하나였고 콧구멍은 두 개였다. 그렇게 엄청 당황한 나는 코를 만지며 주변을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곤 …………”하는 소리만 낼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 너 이리 나와하며 손목을 까닥거리며 자신의 앞 쪽으로 오라 명령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교탁 앞으로 걸어가 멈춰 섰고, 선생님은 머리 옆 쪽을 끌어당겨 올리려다가 나에게 사납고 경멸에 찬 어조로 이런 말을 하였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내 수업시간에 졸아? 이 코도 하나뿐이 없는 종간 나 새끼가!!”라고 외치곤 주먹으로 내 가슴을 팍팍 밀 듯 쳐댔다. 그러면서 네 코가 하나라서 내가 봐 줄 거라 생각하나 본데, 난 그런 거 없어. 내 수업 시간은 대통령이 온다 해도 다 평등해. 그래도 난 마음이 약하니 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어. 이 문제를 풀어 봐. 만약 네가 이 문제를 깔끔하게 풀면 졸은 것에 대해 관대히 용서해 주고 만약 그렇지 못 하면 그에 향응하는 처벌이 뒤 따를 것이야!!”라고 강조했다.


그런 이야길 고개 숙여 묵묵히 반성하듯 듣고 있던 나는 이 상황에서 선생님에게 사죄하고 같은 반 학생들에게 끼친 방해적 행동을 회복하려면 한 대 맞고 끝내거나 문제를 풀고 깨끗하고 당당하게 제 자리로 돌아가는 방법뿐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 칠판을 바라 보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주어진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의에 차고 확신에 찬 정답을 알아내고 내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그 누구보다도 더 크게 코를 풀어 젖혔다. 그러자 두 개의 코를 가진 선생님이 놀랍다는 듯 아니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코로 큰 소리 나게 풀 다니…… 정답!!”이라 소리쳤고,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하여 열렬히 환호하고 박수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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