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꿈?!!> 스파이크 19금 단편 소설(23)

스파이크(spike) 2016. 11.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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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불어오는 초여름 연 녹의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나는 방안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창문 너머 파란 도화지를 펼쳐 놓은 듯한 하늘엔 동물과 비슷한 모양으로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작은 구름들이 활자로 가득 찬 두껍고 오래 된 책 반대편에서 소리 없이 뛰어 다녔고 그런 편안함 때문이었는지 내용은 머리 속에서 점점 알 수 없는 희미한 방향으로 눈 앞에서 번져 가기 시작했다. 그런 푹신한 안락함에 읽고 있던 책을 얼굴에 떨어뜨릴까 살짝 긴장 하던 순간, 나는 몸이 침대 아래로 밀려 내려가는 듯 하다 갑자기 붕 뜨는 기분에 젖었고 가만히 누워 있던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이런 현상에 너무 놀라 서둘러 일어서려 하였다.


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구속 된 것처럼 정지된 상태로 몸은 꼼짝 할 수 없었고 그 후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움직임이 반복 되며 육체와 영혼이 두 개로 분리 되는듯한 감촉을 온 몸 전체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불안정한 감각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갑자기 왜 이런 상태가 됐는가를 살피기 시작한 나는 그러면 그럴수록 몸과 영혼이 따로 떨어져 나가 더욱 멀어지는 듯한 감각으로 인해 점점 당황하는 마음만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머릿속과 눈으로 주변을 살핀 나는, 지금 현재의 몸과 영혼이 따로 분리 돼 빠져 나가기 직전이라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고 점점 천장으로 떠오르는 생각의 불안정성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아님 심장 박동의 멈춤으로 인한 마지막 몸부림인가를 확인키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움을 가중 시켰다.


그 때 본능적으로 안되겠다 싶었는지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지금 같은 상황을 개선 해 보고자 두 팔과 다리를 이용 허우적거려 봤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침대 위에 누워있는 육체와 생각은 점점 떨어져 갈 뿐 내 몸은 뜻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그 때 멀어져 가는 육체와 영혼과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지자 커다란 공포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 때 어떡하든 침대 위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은 온 힘을 다 해 소리치고 버둥거리며 안간힘을 쏟아 붓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목소린 전혀 나오지 않았고 귀에 들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주 느릿한 속도로 영혼은 천천히 천장 쪽으로 무중력 상태의 인간처럼 떠오를 뿐이었다.


그런 느낌이 분명해 지자 더욱 겁에 질린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다시 내 몸으로 영혼을 집어 넣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으며 머리를 아래 방향으로 향해 두 팔을 휘저었지만 그런 행위들과는 상관 없이 비대한 나의 영혼은 미묘할 정도로 서서히 올라갔다. 그러다 천장에 붙은 풍선처럼 뭔가에 닿는 감촉을 머리 끝으로 느낀 나는 어느 정도 구조물에 흡수되듯 영혼의 일부가 점점 벽 속으로 빨려 들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순간 눈 앞이 환해 짐을 느껴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보니 덮개에 덮인 형광등이 내 뒤통수 옆으로 바싹 붙어 있다는 걸 깨달았고, 두 개의 광선 검 같은 막대기 사이로 머리 부분이 통과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 때 형광등의 단자 끝에 넘버(number)를 표시하는 글자가 눈 앞에 적혀 있어 무심결에 읽었는데 그것은 ‘FPL36EX-D-123라고 쓰여 있는 번호였다.


그 순간 빨리 저 아래 침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 할 것이란 판단 하에 미친 듯이 밑으로 내려가려 팔과 다리를 마구 휘저었고 그런 행동으로 영혼 전체가 찢어 지는 고통에 노출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대로 다가서려 하는 노력은 오랜 시간이 걸친 사투 끝에야 다시금 나를 침대 위 누워 있는 육체의 근처로 다가설 수 있게 만들었고 작은 안도감으로 번져왔다. 그때부턴 오히려 완전히 분리 된 것이라 생각하고 둥둥 떠 있던 영혼이 자석에 이끌리듯 몸 쪽으로 붙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침대 가까이에 이르자 강력한 중력에 의해 별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듯 몸 안으로 쑥 들어간 나는 그와 동시에 눈을 번쩍 떴다.


아이보리 색의 단순한 색감의 천장 벽지는 늘 상 있는 위치에 펼쳐져 있었고 창문 너머 파란 도화지를 펼쳐 놓은 듯한 하늘엔 동물과 비슷한 모양으로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작은 구름들이 변함 없이 흐르고 있었다. 또한 표지가 양 팔을 벌리듯 열린 책은 지금까지 내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듯 얌전히 누워 있었고 그런 모습을 발견한 나는 천만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뭐야, 꿈이잖아……”


그렇게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천천히 일어나 땀으로 젓은 티셔츠를 두 손 끝으로 잡아 펄럭거리곤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 고개를 숙인 나는 방 바닥을 쳐다보며 한동안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때 살랑살랑 부는 따스한 바람마저 싸늘하게 느껴져 안되겠다 싶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심결에 천장을 바라봤고 책상 앞에 있던 의자를 앞으로 당겨 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광등 덮개를 열어 보았다. 그리곤 단자 앞의 글자를 작은 목소리로 읽었다.


 


“FPL36EX-D-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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