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어른들을 위한 정치우화 : 눈먼 늑대 이야기(10)

스파이크(spike) 2017. 7. 4. 18:13

이 말에 늙은여우는 발끈하여, 현수가죽을 30개는 달아야 효과가 있지 그 정도도 안 하고 노래 발표회가 성공할 수 있겠냐고 왈왈 짖어댔습니다또한 찌라가죽 이천 장을 찍으나 천장을 찍으나 고깃덩이가 들어가는 무게는 똑같다고 알고 있는데 이천 장을 돌리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총무여우에게 눈을 부라리곤 침을 삼키려는 듯 살짝 뜸을 드리곤 계속해서 짖어 댔습니다. 이번 눈먼늑대 선생님의 나 홀로 노래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한 생각싸파리 동물들이 정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정도 코끼리는 타고 가야 아우라가 서지 코뿔소가 뭡니까 코뿔소가 라면서 늙은여우는 갑자기 잇몸을 드러내 이빨을 세우듯 으르렁 거리며 총무여우를 쏘아보았지요. 그러자 총무여우는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늙은여우에게 찬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기요 늙은여우님아까도 제가 의견을 짖어댔지만 우리 생각싸파리 재정 상태는 제가 판단하기에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여요. 그래서 가급적 고깃덩이를 덜 쓰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맞다 보여지는데, 그러니 서로 조금씩 양보 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늙은여우가 화를 버럭 내며 왕왕 짖어 댔습니다그깟 고깃덩이가 쫌 모자란다고 해야 할 껄 안 한단 말씀입니까. 그렇게 모자르면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내가 받치면 되잖아요그렇게 분위기가 험악해 지려는 찰라 옆에서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눈먼늑대가 그제서야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 해야겠다는 듯, 그럼 이렇게 하지요라고 운을 뗏습니다그럼 일단 이천 장이나 천장이나 고깃덩이가 똑같이 드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만약 같다면 이천 장을 하는 걸로 하죠. 또한 선전용 현수가죽은 많을수록 좋은 거라 생각되니 30개를 하는 걸로 합시다. 그리고 대형 고급 코끼리는 어떡하든 회원들에게 고깃덩이를 모으고 나도 고기를 쫌 보텔테니까 그렇게 하는 걸로 결정지읍시다라며 총무여우의 의견은 묵살하고 늙은여우의 앞발을 들어줬지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반회원 동물들은 잔뜩 긴장하며 그들을 바라보곤 눈알만 바쁘게 굴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이 난 상황을 총무여우는 순순히 받아들 순 없었지만 눈먼늑대의 의견을 감안하여 꼬랑지를 살포시 내리며 수긍하였지요. 그런반면 늙은여우는 마음속으로 이빨을 드러내곤 주변 다른 회원 동물들에게 안 들리게 속으로 갸르렁 거리며 분노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을 깍지긴 마디 사이로 꽉꽉 눌러 자신의 성질을 억지로 감췄습니다. 그러며 늙은여우는 이렇게 생각했지요. 네… 이… 총무여우년, 감히 내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고 토를 달아네 이년을 조만간 반드시 쫓아내고 말꺼야. 그렇게 늙은여우는 분노를 억누르며 다시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방끗 거린 뒤눈먼늑대와 회원동물 앞에서 쾌활하게 다시 짖기 시작했습니다. 총무여우님이 그렇게 생각 하신다면 우선 제가 따로 함께 짖음을 주고 받고 타협점을 찾아 보도록 할께요. 그렇게 한 발 물러서는 듯 보이던 늙은여우는 바로 총무여우를 쫓아낼 공작을 펴기로 맘 먹었습니다.


그렇게 노래 발표회 준비에 따른 늙은여우와 총무여우와의 주장이 생각모임에서 대충 정리가 되자, 타로푸마와 승합표범, 격투판다를 비롯 여기에 참석한 회원 동물들은 이제서야 동물의 왕국에 대한 정책노래를 눈먼늑대에게 듣고 서로 의견을 짖어 댈 수 있겠다고 기대를 했습니다. 타로 푸마는 생각했지요. 뭐야, 벌써 이런저런 문제로 뼉다귀 한 개만큼의 그림자가 지나가다니. 이러다가 눈먼늑대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는 한거야. 타로푸마는 속으로 그의 노래소리를 못 들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눈먼늑대는 바로 노래를 시작할 듯, 시커먼 잇몸을 씰룩 거리며 뭔가를 으르렁대기 시작했지요얼마 전 우리 생각싸파리에서 주도적 늑대, 여우들이 자신들의 고기덩이를 축적하기 위해 나 몰래 일을 벌린 사건을 기억 하시지요. 그러자 회원 동물들은 다들 생각난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 늑대들 중, 영감늑대는 말이지요, 완전 남을 속여 이득을 꾀하는 동물로 저기 보드카 왕국 주변, 이름도 생소한 신생 동물의 왕국을 떠돌며 등이나 치는 늑대여요. 저도 먼 타국 동물원을 상대로 영리 목적의 큰 고깃덩이를 주고 받는 일을 한다고 해동물의 왕국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한다고 믿고 있었지요. 왜냐, 우리 정치외양간에 고깃덩이도 꾸준히 물어다 주면서 주도적 늑대들과 여우들을 잘 살펴줬으니까요그런데 저와 친분이 있는 '동물 박쥐조직' '밀고박쥐'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쓸쩍 내게 다가와 귀에다 대고 찍찍 정보를 뿌리곤 날아 갔어요그 영감늑대는 '쌩쥐사자' 측에서 보낸 이간질과 소동을 전문으로 일으키는 아주 질이 안 좋은 늑대로, 이장 · 히든 · 키키 늑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눈먼늑대 당신을 곤경에 빠트리려 온 거라고. 그의 으르렁이 여기서 잠시 멈추자 생각모임에 참석한 회원 동물들은 다들 눈이 휘둥그레저 주둥이 끝에 달린 코에서 작은 바람 소리라도 들릴세라 조심들하며 귀들을 눈먼늑대 쪽으로 쫑끗 세웠습니다.



그때 조심스럽게 격투판다가, 혹시 쌩쥐사자라면 여왕사자가 등극 하기 전 동물의 왕국을 지배했던 그 사자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눈먼늑대는 때가 낀 앞 발톱을 모아 깍지를 끼고 턱을 괸 상태에서 눈을 지긋이 감은체 고개만 끄떡였습니다. 그러면서 계속해 중얼거리듯 으르렁댔지요. 예전에 쌩쥐사자가 17번째로 동물의 왕국을 차지하기 전자신이 벌인 일 중 이치에 어긋나고 도리에도 맞지 않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 도덕적으로도 워낙 상식적이지 않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닌 녀석이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삐비큐' 사건이었지요그 때 쌩쥐사자가 깊게 연류  수 많은 착한 동물들이 모아 논 고깃덩이를 다 날리는 피해를 봤었는데, 같이 일을 도모한 '사기늑대'를 독수리 왕국에서 바다건너 동물의 왕국으로 보내냐 마냐를 놓고 독수리 왕국 측에서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그 걱정이 얼마나 컸던지 독수리 왕국에서 바로 저, 눈먼늑대에게 특파 송골매를 보내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끝을 냈으면 좋겠냐는 의견을 물으러 왔지요.


그래서 문제의 핵심을 곧바로 지적해 줬어요사기늑대 데려와라. 만약 안 데려다 놓으면 독수리 왕국에서 우리 동물의 왕국 대표선발대회에 니들이 참견 하는 꼴이 되니 동물의 왕국 동물들은 아마 독수리 왕국에 '미친소' 사건 때처럼 많이들 몰켜 다니면서 불을 지필 것이다라고. 그런 충고를 해 줬더니 특파 송골매가 날라가 독수리 왕국에 열심히 보고를 했나봐요. 암튼 어떤 형식으로 보고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사기늑대를 동물의 왕국으로 보내 줬습니다어짜피 쌩쥐사자가 중간에 떨어져 나가도 뒤에 늙어빠진 '병역사자'도 있고 '암컷사자'도 함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옛 것을 지키는 쪽이 동물의 왕국을 거머쥘 확률이 높아 그렇게 한 거죠. 그런데 쌩쥐사자와 그 주변 늑대들은 제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을 알고 격분 했어요. 그래서 늘 저와 주변 늑대 및 여우들을 노렸다가 언젠가 한 번 꺼꾸러 트릴려고 영감늑대를 우리 정치외양간에 파견 보낸 겁니다.


그래서 그 사건이 있은 후, 저 눈먼늑대가 누굽니까. 가만이 있겠습니까. 열이 받아 이대로 쌩쥐사자를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그간 제가 가지고 있던 자료들과 지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길 토대로 비리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이게 웬일.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고깃덩이 비리들이 감춰져 있더만요. 그래서 그걸 양피지에 몽땅 옮겨 적은 후, 저기 말쭉거리에 있는 쌩쥐사자 명의로 된 외양간을 찾아 갔어요. 거기엔 그 외양간을 관리하는 집사늑대가 하나 있는데, 이 늑대가 아주 오랜 시절부터 쌩쥐사자의 비자고기를 담당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늑대가 있는 외양간엘 들이닥쳐, 만약 더 이상 나와 내 주변 동물들을 건드리면 여기 양피지에 있는 모든 내용들을 전파늑대 회견장 앞에서 터트리겠다고 윽박을 질렀지요. 그리곤 그 양피지를 집사늑대 앞에 휙 던져 놓고 뒤 돌아 나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