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어른들을 위한 정치우화 : 눈먼 늑대 이야기(9)

스파이크(spike) 2017. 6. 27. 02:19

그렇게 대단한 하얀늑대가 눈먼늑대의 보이지 않는 후원 동물이 된 까닭은 독수리 왕국에 전달한 비밀 속삭임과 관련한 인연이 깊어서라기 보단그가 지금 비록 금 이빨은 입에 끼우진 못 했지만 오래된 정치 활동으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붉은색 유력 동물들과 선과 선을 이어줄 꼭두각실 만들기엔 어느 정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 판단 했기 때문이었지요. 또한 눈먼늑대가 어려울 때 고기 부스러기 정도로 관리하다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떼어 낼 수 없는 관계로 만들어 놓는다면, 언젠가 필요할 때 보험처럼 갖다 쓸 수 있는 일도 발생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한마디로 하얀늑대에게 눈먼늑대는 최소한의 정치 중계 댓가로 고깃덩이를 조금씩 던져주고 이용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쓰고 있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지요.


또한 나중에 혹시라도 눈먼늑대가 금 이빨이라도 입에 끼우게 되면 꽤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장기 알이라 판단한 하얀늑대는 어짜피 남는 외양간 한 켠을 인심 좋게 쓰도록 함으로써 양면의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던 눈먼늑대도 자신에게 손해 볼 것 없고 지금 상황을 다른 동물들이 전혀 알지 못 한다고 판단하여, 말로는 옛 것을 지키고 새롭게 바꿔가야 한다고 수 많은 동물들 앞에서 큰 소리로 노래하지만 정작 눈먼늑대 자신은 다른 썩어 빠진 금 이빨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행동을 하며 지내고 있던 것이었지요. 아무튼 그렇게 처음 생각모임 만남회의에 참석한 타로푸마는 반갑게 맞아주는 묵묵, 구마 늑대와 잡초 강아지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외양간 한 켠에 앉아 있는 늙은여우와 변태자라와도 즐겁게 얼굴을 마주하였지요.



이런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타로푸마는 굉장히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늙은여우와 변태자라가 그 동안 생각모임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익히 알고 만나게 되니 너무 기쁘다며멋지고 잘생긴 타로푸마가 들어와 생각싸파리가 환해졌다고 긴 혀로 주둥이 근처를 훔치며 떠들어 댔지요. 그런 빈말에 홀딱 넘어간 타로푸마는 멍청하게 올라간 눈꼬리를 히벌쭉 거리며 마음이 붕 떠서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여러 회원동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승합표범과 격투판다를 비롯, 총무, 솔비여우와 처음보는 '코벤늑대' 그리고 '교편여우'까지 알게 됐지요. 타로푸마는 생각했습니다. 참 여러 동물들이 왔는데 모두들 좋은 동물들이구나, 앞으로 잘 지내 봐야지 하면서 자신에게 뭔가 다짐이라도 하듯 양쪽 앞 발을 꼭 움켜 쥐었습니다. 그렇게 일반회원 동물들이 하나 둘씩 모이자 정치외양간의 한구석엔 십여 마리가 넘는 동물들로 가죽 방석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동물들은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담소를 왕왕 거리며 눈먼늑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지요. 그 때 늙은여우가 다른 회원 동물들을 향해 뾰족한 주둥이에 뱀같은 혀로 침을 한 껏 바르고는 뜬금없는 칭찬을 회원 동물들 앞에서 마구 나불대기 시작했습니다. 어쩜 우리 생각싸파리 회원동물 여러분들은 이렇게 늘씬하고, 예쁘고, 하나하나 어디 빠지는 게 없을까동물의 왕국 발전을 위해 여기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이는 걸 보면 굉장히 멋지고 훌륭한 동물들이 틀림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주변을 크게 한 바퀴 쳐다보며 동조를 구하듯 회원동물들의 표정을 꼼꼼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곤 덧붙여 말하길 눈먼늑대 선생님은 정말 타고난 우두머리이며 옛 것을 지키고 있는 동물들에겐 하늘에서 내려다 준 신이 보낸 구원자라고 맘껏 추켜세웠지요. 그러면서 주변에 앉아 있던 동물들을 처다 보며 이렇게 짖는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무슨 고민이 있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눈먼늑대 선생님에게 상담해 보셔요. 금방 곤란한 상황이 쉽게 풀릴거여요라고. 그런 닭살스런 칭찬은 이곳에 참석한 많은 회원동물들의 앞 발톱을 오글거리게 만들었지만 아무렇지도 않는 듯 변태자라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옆에서 추임새를 넣고 장단을 맞춰주었습니다. 그렇게 늙은여우의 칭찬은 눈먼늑대가 등장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지요그 후 오랜 기다림 끝에 눈먼늑대는 정치외양간에 나타났고 미리 마련된 방석에 앉으며 실실 웃는 표정으로 자신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종편 사육장 이곳 저곳에서 어찌나 노래 좀 해달라고 담당 PD 동물들이 잡아 대던지 그거 조정하다가 늦었어요. 요즘 그거 기분 좋게 거절 하느라고 힘들어 죽겠네요라고 떠벌이며 앞 발로 긴 주둥이에서 살짝 흘러나온 침을 슬쩍 닦으며 짖어댔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늙은여우와 변태자라는 역시 세상을 향해 정곡을 찌르는 노래를 하시다 보니 눈먼늑대 선생님을 붙잡는 담당 동물들이 많군요라며 대단하십니다를 연발 하였지요. 어쨌거나 이런 분위기엔 익숙치 않은 타로푸마나 일반회원 동물들은 멍한 미소만 머금고는 정말 그런가보다라고 짐작하며 연상 고개만 끄떡였습니다.  때 타로푸마는 생각했지요. 이제 곧 눈먼늑대가 동물의 왕국에 관련한 멋진 비평적 노래를 이곳에 모인 동물들 앞에서 부를 것이라고또한 동물의 왕국의 정책과 문제점을 왕왕거리는 회원 동물들 앞에서 의견 하나하나를 이치에 맞는 노래로 통일성 있게 정리해줄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회원 동물들은 꿀 먹은 짐승들마냥 눈먼늑대의 주둥이만 주시할 뿐 생각싸파리에서 자신의 주장을 짖어대는 동물은 없었지요. 그런데 그런 암묵적 침묵을 깨고 눈먼늑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낑낑대듯 간교한 의견을 짖어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늙은여우였습니다. 특히 늙은여우는 동물의 왕국이 돌아가는 정치적 현안에 대해 눈먼늑대에게 질문하고 비평적 노래를 듣기 위한 질문을 짖는 것이 아닌 동물싸파리에서 추진하고 있는 눈먼늑대의 '나홀로 노래 발표회' 행사준비 활동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상 하게도 눈먼늑대는 가만히 늙은여우가 짖는 것에 고개만을 끄떡이고 뭔가를 정리하듯 듣고만 있었지요.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또한 일반회원 동물들은 작은 짖음 한 마디 조차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냥 잠자코 구경만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늙은여우는 자신이 하고픈 짖음을 마음껏 눈먼늑대 앞에서 주장했는데 내용은 이랬지요. 이번 눈먼늑대 선생님의 단독 발표회는 정말 중요합니다. 이 발표를 통해 옛 것을 지키는 동물들 속에서 우리 생각모임의 응집력과 힘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이번 노래 발표회를 위해 일단 동물들이 다니는 길목에 우리의 주장과 입장을 알리는 선전용 현수가죽을 30개 정도 걸고, 우리 생각모임 동물들이 직접 나서서 얇은 가죽 천에 행사 관련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옮겨 적은 찌라가죽들을 이천 장 정도 찍어야 합니다라고 과감히 피력 했습니다. 그러자 눈먼늑대는 늙은여우의 제안에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고 흡족한 미소만 깍지 낀 앞 발 사이에 살짝 고개를 묻듯 앉아 끄떡거렸지요. 그렇게 분위기가 좁혀지는 틈을 타 늙은여우는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짖어댔습니다이번에 단독 노래 발표회가 정치외양간에서 상당히 먼 곳에 위치 해 많은 회원 동물들이 함께 움직이려면 커다란 코끼리가 필요하죠. 그래서 우리 회원 모두가 타고 갈 대형 고급 코끼리를 하날 대절했으면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총무여우는 늙은여우가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그건 좀 힘들듯 하다며 눈먼늑대와 일반회원 동물들에게 설명을 짖어 대기 시작했지요. 늙은여우님. 지금 현재 생각모임의 고깃덩이가 충분치 않아 일단 선전용 현수가죽 30개를 만들기는 불가능 할 것 같아요. 그렇게 30개를 만든다 한들 단독 노래 발표회가 있는 주변 동네에 그것을 걸을 일반 회원 동물들도 부족하구요. 그리고 얇은 찌라가죽을 나눠주는 건 고깃덩이도 고깃덩이거니와 아까 짖은바와같이 뿌릴 동물들이 절대적으로 모잘라요. 또 노래 발표회장으로 이동하는 대형 코끼리는 앉아야 할 등판이 넓어 지금 현재 우리회원 동물들이 모두 올라탄다 해도 공간이 남을 것 같아서 조금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네요. 그러니 코뿔소 두 마리를 빌려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고 우리 생각모임 형편엔 고기덩이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줄 일 수 있다면 그런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게 옳은 것 같군요라고 총무답게 현실적으로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