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츠카사 호조 - 씨티 헌터

스파이크(spike) 2007. 5. 29. 01:35

 

내유외강(內柔外剛)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사에바 료'

 

'도시의 욕망' 이라는 제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시티헌터'가 한국에 처음으로

해적판 만화로 소개 되었을 1986년 당시의 제목이었지요. 그때 주인공 '사에바 료'의 출판 당시 한국

이름은 '방의표' 였는데 상당히 독특한 이름으로 인하여 지금 까지도 필자의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1985년 후반부터 한국의 만화 대본소(만화가게)에는 서울 변두리 지역 인쇄소에서 불법으로 마구 복제된

일본만화가 무분별하게 밀어닥치던 시절이었습니다. 특히 성인물로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었던 대룡

(크라잉 프리맨)의 해적판은 그 시절 필자가 보았던 가장 쇼킹했던 작품 중 하나였지요. 

 

이때 등장한 '시티헌터'는 '박통' 과 '문어머리 정부'에 의해 왜색문화가 강제적으로 차단되어 한국 만화만을

알고 있던 청소년들에겐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고 새로운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몇 년 후 

'서태지'가 한국 음악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면 '츠카사 호조'의 '씨티헌터'는 한국 만화 시장속

'인물의 성격' 을 바꿔 놓게한 '장본인'이 되버린 셈이었지요.

 

한국 만화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준 세가지 작품이 있다면 아마도 '드래곤볼'과 '시티헌터, 슬램덩크'

것이며, 특히 여자에 대한 응큼한 표정을 표현함에 있어 나타나는 행동이나 그림체 등은 '시티헌터'

영향이 가장 컷을 것이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물태우 정권'에 의해 일본

불법 해적판들은 한동안 자취를 감추는 듯 보였으나, 1990년대 초반 '드래곤 볼'의 인기와 더불어 다시금

부활하였고, 그때도 가장 인기 있었던 해적판은 역시 '시티헌터' 었습니다.

 

한국에 소개된 해적판 '도시의 욕망'이후 '시티헌터'는 몇번의 변태기를 거친 해적판이 발매되었으며

최근에서야 큰 싸이즈를 자랑하는 정식 '양장본'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럼 다들 아시겠지만 '시티헌터'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 보도록 하지요.

 

도시속에서 킬러로 활약하고 있는 '사에바 료'는 거칠것 없는 최고의(No.1) 해결사 이며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가슴 따뜻한 인간이기도 합니다. 생사(生死)를 같이하던 동료 '마키무라

히데유키'의 죽음이후 그의 여동생이자 새로운 파트너 '마키무라 가오리'와 함께 도시속 탐정으로

활약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꾸며저 있습니다. 

 

'시티헌터'는 에피소드가 진행 되면서 조금씩 내용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데, 앞부분 '시티헌터'를 보았을

때만해도 냉혹한 킬러의 이미지가 강했던 '사에바 료'는 친구의 여동생 '가오리'가 새로운 파트너가

되면서 코믹한 부분이 강해지고 폭력적인 장면도 장난스럽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또한 극의 후반부에 '시티헌터'의 양아버지가 등장하고 사건이 해결되면서 마무리 되어야 할 이야기가 길게

늘어지는 경향으로 인해 재미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먼 미래의 '엔젤하트'의 예고편을

보는 듯 한 양상을 간접적이나마 느끼게 되지요. 하지만 멈출수 없이 끝까지 만화책을 읽을수 있는건 강력한

폭발성을 가진 코믹한 재미와 명확히 사건을 해결해가는 '사에바 료'의 진지함 때문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티헌터'의 특징적인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너무나 멋진 사실적

그림체와 '시티헌터'의 특성(또는 남성 중요 부위를 다룬 이야기)을 나타내는 이야기들은 다른 훌륭한 만화

평론가들의 글에서 많이 다뤄졌을 것이라 필자는 생각되기에 보는 각도를 달리하여 특색있는 장면들을

가지고 이 만화에 대한 재미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시티헌터'에서 웃음을 폭발 시키는 첫번째 재미는 '사에바 료'의 응큼함에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의 모습이나 여체를 상상할때 눈이 갈매기 처럼 휘어지며 입술은 헤벌죽

벌어져 침을 흘리는 모습은 모든 남성의 관음적 욕구를 대변 하는 듯 하며 이러한 모습들은 무수한 남성들의

동질의식을 가테고리 처럼 묶어 책을 읽는 독자가 '사에바 료'와 같은 웃음을 (흐흐흐) 내뱉게 합니다.

 

이러한 장면들로 인해 남성 독자들은 '시티헌터'를 읽는 내내 강렬한 동지애를 나누며 즐거움을 느끼게되며,

웃음뒤에 찾아오는 '가오리'의 일격은 매번 실패로 끝나는 '사에바 료'에게 동정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갖도록 만듭니다. 여담입니다만 이러한 모습들로 인해 한국만화에 나오는 남성 캐릭터들은 얼굴 이쁜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시티헌터'의 연출 형태를 답습하게 되었으며 얼굴 표정 또한 응큼한 모습들로 

변화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만화 남성 주인공의 캐릭터 성격이 변질(變質)되어 버린 것이며(물론 작가의 자의든 출판사의

압력에 의한 타의든)주인공 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이 사라져 버린 웃지못할 일이 발생한 것이지요.

또한 웃음을 폭발시키는 또 다른 두번째 재미는 바로 '미키무라 가오리'의 '1t'의 내공을 지닌 해머의 작렬

(炸裂)입니다. 처음 '시티헌터'에 등장했을 때만해도 '가오리'의 망치는 그렇게 크지 않은 일반적인 모양이

었습니다. 그로 인해 내용상 재미는 있었지만 액션감은 떨어졌지요. 

 

하지만 뒤로 이여질수록 '사에바 료'의 심볼이 점점 커지고 강력해지듯 '가오리'의 망치 또한 대용량 해머로

돌변하여 휘어지듯 작렬하게 되며, 조금의 응큼한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질 순간에 나타난 그녀의

행동에서 독자들은 폭발적인 웃음을 토해내게 만드는데, 이는 사람들이 조금씩 지니고있는

사도마조히즘(새디즘) 살짝살짝 건드려 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티헌터'의 두 번 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티헌터'에서 웃음을 폭발시키는 세번째 형식으로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을때 나타나는

잠자리(곤충) 땡땡 무늬나 뒤통수의 땀방울 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한국 만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지금도

쓰이고 있으며 '할 말을 잃게 되었을 때' 가장 유효적절하게 활용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잠자리 땡땡 무늬도 연재가 진행됨에 따라 서서히 진화되기 시작하여 잠자리에서 까마귀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와같은 작은 변화들로 인해 독자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수 있습니다. 추가로

'시티헌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들 중에 '사에바 료'의 엄청난 식사량은 보는 이를 놀랍게 만드는 

재미로 작용합니다. 음식을 폭식(暴食)하는 모습은 먼 훗날 '절대미각 식탐정'에서도 많은 공통점으로

작용하여 독자들에게 낮설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게 되는데 여기에 '시티헌터'의 세 번 째 재미가 있습니다.

 '츠카사 호조'의 사실적 그림채는 독자들 뿐만아니라 작가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와 재미를 선사

하였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가지고 있는 위의 만화책은 1991년 고등학교 시절에 해적판으로 나온 만화책

입니다. 총 36권으로 '완결' 되었으며(원작 35권) 합법적으로 나왔다고 뒷 면에 글이 적혀 있긴 하지만

출판사 '직인'도 없고 일본 출판사와 협의 하에 만들어진 '태그'도 없습니다.

 

또한 36권 뒤쪽 에는 우리나라의 해적들이 선원들을 고용해 배껴그린 짝퉁 '시티헌터'(?)도 있는데 본문 

그림 중 이곳 저곳에서 보고그린 그림을 엉터리 같은 내용을 첨가하여 완성한 터라 엉망 진창인

 '해적판'이란 것을 극명(克明)하게 스스로 증명(證明

)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일본 원작 시티헌터를 한 권이라도 더 판매하여 이윤을 남기고자한 얄팍한 해적무리의 상술에 의해

페이지 수를 쪼개 팔다보니 마지막 권에서 절반가량의 페이지가 모자라 발생한 어이없는 결과라 생각

됩니다. 이런 해적무리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 만화책 한 권을 통해 우리나라의 출판 시스템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였는지 가늠해 볼수 있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 힘들게 구입한 만화책 이라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내용의 재미 면이나

그림의 퀄리티에서 최고수준의 만화임엔 틀림없다고 생각되는 만화작품이 바로 '츠카사 호조'의

'시티헌터' 입니다.

 

작품성★★★★☆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