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 '애장판'으로 커버디자인도 바뀌어 재발간된 '이현세'씨의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80년대 중학교를 다니며 대본소 만화방을 들락거리던 학생들 사이로 '이현세'씨의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절대적 헛소문이며
거짓말이였던 이 풍문의 내용은, 이현세씨가 작가적 명예를 걸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그당시 고난의
시기를 살던 젊은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대하역사만화로 60권 분량의 작품으로 작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였습니다.
지금에야 단행본 60권이면 상당한 장편 만화였겠지만 그때 당시만해도 대본소 만화는 일백페이지가 체
않되는 짧은 책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단행본과 두께를 대조해 본다면 30권에도 못 밑치는 중편 정도의
만화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본소만화의 특성상 60권만 되어도 엄청난 분량의 만화라고 사람들은
인식하던 시절이였고, 실력 없는 작가는 그 정도의 장편 만화를 그릴수 없다고 친구들끼리 단정지으며
이현세씨를 존경의 대상으로 끌어올려 열정적 수다를 떨던 시기(時期) 였습니다.
하지만 이 헛소문의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말을 타고 달리며 황금색으로 빛나던 대본소용 '사자여
새벽을노래하라'는 20권을 넘기지도 못한체, 이현세씨가 늘상 사용하던 비극적 페턴데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한창 민감한 시기의 중학생이던 필자는, 한권한권이 대본소로 뿌려질
때마다 몰래 모아둔 돈을들고 만화방으로 달려가, 가슴 두근거리며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보았던 '사자여새벽을노래하라'가 근 20년만에 애장판으로 재발매
되어 나왔습니다. 물론 청소년기의 좋은 추억들만 생각하고 즉각적으로 구입해서 읽어 보았으나 역시
'어릴적 첫사랑의 추억은 마음으로만 간직하라'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는 작품이였습니다.
각설하고 내용을 살펴 보자면 1940년 대동아전쟁이 한창인 일제강점기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주인공
'오혜성'(일명 까치)은 군부대를 탈영하여 역(逆)으로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다이하드'의 '존맥클레인'
이나 베트남의 '람보'같은 존재로 등장합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불사신 처럼 일본군에게 충격과
공포를 몰아주며 종회무진 활약하는 혜성은 그를 잊지 못하는 여자주인공 '명주'를 생각하며, 명주 또한
끌려간 오혜성을 만나기 위해 간호장교로 전장의 한가운데로 찾아가는 무모함을 서슴치 않는 강인한 한국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나, 결국 가슴아픈 사랑으로 끝을 맺게 되는 역활로 나옵니다.
이만화는 이현세씨의 작품답게 전작들과 많이 비슷한 연출구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혜성은 거칠고 매우
남성우월적인 느낌이 드는 반면, 여자주인공 명주는 순종적이고 남자를 위해 모든걸 희생하고 헌신하며
순수한 사랑과 열정을 한남자에게만 바치려는 전형적 페턴의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력하게 배양하여 끊임없이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본인을 오혜성과 그의 친구들이 응징하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이야기는 구성 되어있어 뻔한 결말에 도달하는 한계에 부딛히게 됩니다.
처음 도입부분은 인물의 성격이나 친구의 배신등 내용이 짜임세 있게 잘 나타나 있습니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 구성이 말도 않되는 허무맹랑 '액션활극'으로 변질되면서 넓게만 벌려놓은 이야기를 수습
하려고 허둥데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나며 '유니버셜솔져' 같은 한국 특공대의 황당무게한 이야기
설정은 재미와 작품성을 나락으로 덜어뜨리는 한 축으로 작용해 버립니다.
또한 80년대와 지금의 시대적 트랜드나 사상이 변화되어 현실적 상황과도 거리가 있으며 내용의 관련한
서술도 많아 중간중간에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애장판으로 판매되어 나오기는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지만 옛추억을 간직한 분들이라면 어느정도 감수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일 것 입니다.
※ 작품성 ★★☆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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