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한국의 젊은 작가중 가장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 양영순.
'양영순'씨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단행본 만화책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비디오 대여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으로 제작된 성인 에로만화영화 '누들누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성인비디오물'로 소개되었고, 내용 또한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어필(appeal)할 수 있는 짧지만 폭발성 있는 성적 유머로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 재미가 널리 알려졌지요.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후(98년) 필자는 만화출판사 '팀메니아'에서 5권으로 제작된 단행본을 구입해 볼 수 있었고 한장 한장 짧게 이어지는 강한 에피소드들로 인해 5권 모두를 단박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양영순'씨의 '누들누드'에서 특히 눈여겨 봐야할 점은 굵직굵직 하면서도 깔끔하게 이어지는 경쾌한 '뎃생력'에 있습니다. 출판용 일본만화와 미국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그의 그림체는 작가의 손끝에서 아주 매끄럽게 버무려져 작가의 개성이 두드러진 독특한 그림체가 탄생한 듯 보이는데, 이는 어찌 보면 일본만화에 물들어 버린 지금의 작가들과 차별되는 모습을 띄고 있으며, 한국형 만화 모델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굵고 매우 깨끗한 펜터치와 시원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연출방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며, 만화적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림으로만 설명하는 그만의 만화적 표현방식은 왠만한 상상력과 '뎃생력'이 부족하면 이루어 낼 수 없는 작가의 그림실력을 잘 대변(代辯)해 줍니다.
또한 '누들누드'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때 당시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진 '삐삐'로 여성자위기구를 대신한다는 내용이라든지, 한국의 전래동화나 남성정력의 대명사로 알려진 '변강쇠'이미지의 캐릭터를 통해 코믹한 화장실 유머를 발산하는 장면에선 한국적 성인만화의 '톡톡'튀는 위트(wit)를 맘껏 누릴 수 있습니다. 양영순의 만화는 절제된 대사와 그림으로 나타내는 이야기 전달방식으로 빠른 시간 안에 책장을 넘겨가며 성적 판타지를 재치 있게 표현해낸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98년의 '누들누드'를 보면 그때 당시에도 상당히 잘 그린 그림이였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현재 지하철 무료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천일야화'와 비교해 본다면 '누들누드'때보다 확연히 발전된 그의 그림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만화와 미국만화의 장점을 작가 자신이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그림을 완성해 가는 양영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컬러풀한 색감과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들은 요즘 세대와도 맞아떨어지는 '트랜드'적 만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 10년간 모든 면에서 발전한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사할지 사뭇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 작품성 ★★★★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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