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어른들을 위한 정치우화 : 눈먼 늑대 이야기(3)

스파이크(spike) 2017. 4. 11. 00:43


그렇게 요구한 이유는 앞으로 있을 동물의 왕국 금 이빨 선발대회 전, 새들의 조직 관계자들에게 대도록 빨리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익히 알고 있던 눈먼늑대는 제작늑대의 진취적 행동에 흡족함을 느끼며 오히려 옆에서 더욱 큰소리로 감독늑대를 채근하였지요. 그러나 갑작스런 요구에 당황한 감독늑대는 예술 행위가 그렇게 서둘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투자늑대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였으나, 막무가내인 제작늑대와 눈먼늑대 그리고 투자늑대들은 그의 이야기엔 아랑곳 않고 이야기 춤과 노래의 공연을 밀어붙이라 소리쳤지요. 그런 제작투자 늑대들의 억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던 감독늑대는 황당한 상황을 감내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억의 흰 백합' 공연의 준비를 진행 하였습니다


하지만 미리 오랜 구상 끝에 만들어 논 감독늑대의 줄거리 구성은 워낙 탄탄하여 작품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요아무튼 여왕사자의 어머니 생애를 그린 이야기노래 작품을 왜 이렇게 급작스레 추진하는지 정치적 목적을 알지 못한 감독늑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동물의 왕국에선 음식 덩어리를 던져 주는 제작늑대의 횡포와 척박한 환경을 잘 알고 있는 그로선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요구하는 방법대로 할 수 밖에 없었지요. 또한 감독늑대를 바라보는 배고픈 배우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어렵게 마련된 이 공연을 그만 둘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작늑대와 눈먼늑대의 다그침 속에 급조된 공연은 달의 주기가 한 번 바뀌는 시간도 투자되지 못 한 채()들이 많이 오가며 곱창을 채우는 말죽거리 근처 공연장에서 장막을 올리게 되었지요


그렇게 이것저것 따져보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흥행 돌풍이 불어 여왕사자와 새들의 조직에 연줄을 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가졌던 눈먼늑대의 생각은 첫 날 찾아온 동물 방문자 숫자를 보고 처참히 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눈먼늑대는 생각했지요. 이거 큰일났구나, 투자한 고깃덩이가 얼마나 되는데 이렇게 동물들이 찾아오질 않으니 어쩌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가는데 동물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러다가 손익고기도 못 채우고 음식창고가 텅텅 비겠어. 그리고 온다고 했던 기레기들과 조직 늑대들은 언제나 오는 거야, 이거 제작늑대 말을 믿어도 되는 건가 하며 다시금 음흉한 대가리를 굴리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짜낸 것이 생각 사파리 동물들을 불러서 자리를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대가릴 굴린 눈먼늑대는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정치외양간 동물들을 시켜 함께 공연을 보러 가자는 미끼공문을 생각 사파리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전파까페 생각 싸파리에 몇 글자라도 끄적인 동물들에게 뼈다귀에 새겨진 통문을 보낸 후, 적극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처럼 포장, 공연장에 가죽 방석을 회원 동물들로 채우려는 공작을 꾸몄지요. 또한 종편 사육장에서 활약하는 눈먼늑대와 춤과 노래 이야기를 함께 보는 영광을 누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 자신을 대단한 동물인양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외양간을 지키는 주도적 동물들이 주축이 돼, 일반 회원 동물들을 끌어 모았고 거기엔 '승합표범''늙은여우' 그리고 '격투불곰'도 포함 돼 있었지요. 승합표범과 격투불곰은 정치 외양간 '구마'동물이 직접 연락하여 이날 꼭 함께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말죽거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격투불곰은 저 멀리 한밭동네에서 역마차를 타고 어렵게 도착했을 정도로 이동 거리가 꽤 멀었지요. 그렇게 말죽거리 공연장 앞에 모인 회원동물들은 종편 동굴에서 노래하는 눈먼늑대를 바보상자에서나 보다 이곳에서 직접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에 손도 잡고 웃음도 지으며 너무나 기뻐하였습니다.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던 눈먼늑대는 흐뭇한 미소로 추악한 본심을 가린 채 일반회원 동물들을 대면 했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마친 눈먼늑대와 동물들은 공연장으로 들어가 춤과 노래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 좌석에 앉았지요. 그때 승합표범는 이야기노래 공연장 안, 가죽 방석에 앉자마자 왜 이렇게 동물 손님들이 없는지 의아해 했습니다


동물 오백 마리가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방석 중, 오늘 만난 동물들을 제외 한다 쳐도반에 반 이상도 안 찬 썰렁한 방석들이 맘에 걸렸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 않고 춤과 노래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그곳에 모인 동물들은 한동안 즐겁게만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귀를 쫑끗 세우고 무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배우 동물들의 상연은 끝이 났고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눈먼늑대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온 주도적 늑대와 그리고 일반 동물회원들은 이렇게 공연만 보고 헤어지기를 무척이나 아쉬워했습니다. 그러자 눈먼늑대는 근처 뼈다귀 고기 집에 벌써 자리를 맡아 놨다면서 뒤풀이를 하자고 제안 했지요그렇게 뼈다귀 집으로 이동한 눈먼늑대와 회원 동물들은 함께 어우러져 큰 공간을 차지하고 고깃덩이를 마주하며 앉아배를 채우기 전 눈먼늑대의 인사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눈먼늑대는 그를 따라온 회원동물들 중심에 서서 이렇게 짖어댔지요. 지금 우리 동물의 왕국 한 마리당 총 소득이 십 년째 2만 고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왜냐, 이는 정치사회에 있어 각 분야의 우두머리 동물들이 부패했기 때문이지요. 이들의 부정과 부패를 견제하는 동물단체는 자기들 살 길 바빠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고, 그로 인해 잘 사는 동물과 못 사는 동물의 소득 불균형으로 발생한 갈등은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이런 부정부패에 맞서 옛 것을 지키는 것을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포함 시켜 낼 수만 있다면 우리 동물의 왕국은 2만 고기의 시대를 뛰어 넘어 3, 4만 고기 시대로 금방 나아갈 수 있을 것 입니다라며 큰 소리로 짖어 댔지요. 그리곤 눈먼늑대는 그런 제도나 불합리한 것들을 뜯어 고칠 적임자는 지금 현재 여왕사자뿐이며, 자신은 그녀를 도와 부패척결의 선봉에 서서 여왕사자 체제의 성공적 마무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힘을 주어 강조했습니다.


또한 눈먼늑대는 한 마디 덧붙여, 지금 제가 18번째 동물의 왕국 대표 선발대회에서 지금의 여왕사자를 만드는데 수 많은 종편 사육장에서 엄청나게 붉은 늑대들과 노래 대결을 펼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입에 피 좀 묻혔고요. 그로 인해 결국엔 암컷사자가 여왕사자가 되었고그게 고마웠는지 파란동굴에서 제 머리 위에 벼슬을 얹혀 주겠다느니 금 이빨을 달게 해 주겠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수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누굽니까. 이 눈먼늑대가 언제 그런 자리 탐난다고 했습니까. 언제 그런걸 바라고 여왕사자를 만들기 위해 이 눈먼늑대가 종편 사육장에서 그렇게 노래했냐구요. 그러면서 눈먼늑대는 이렇게 지껄였습니다. 저는 그런 자리 필요 없습니다동물의 왕국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이 한 몸 불살라 노력하는 하나의 동물로 남을 것이고, 동물의 왕국 거리를 누벼 개혁을 위해 이 가죽, 한 줌의 재가되어 하늘에 뿌려지길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 차려진 고기 뼈다귀와 회원 동물들을 앞에 놓고 긴 시간 지껄임의 끝을 마무리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