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어른들을 위한 정치우화 : 눈먼 늑대 이야기(4)

스파이크(spike) 2017. 4. 20. 03:59


뼈다귀를 뜯어 먹기 전 눈먼늑대의 일장 연설은 설득력 있게 일반 회원 동물들의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었고, 아우아우 하는 동조의 울림을 터트리게 했지요. 또한 눈먼늑대를 청렴결백하고 꼿꼿한 이미지로 부각 시키는 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이게 하였습니다그런 회원동물들의 열열 한 지지의 눈빛들을 확인한 눈먼늑대는 자신이 뱉어낸 짖음이 꽤나 인상적이었음을 스스로 흡족해 하며 표정 관리를 통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추악한 목적을 감추기 위해 거무튀튀한 잇몸 사이에 흐르는 침을 웃음기 있는 미소로 날려버렸지요. 그리고 그곳에 참석한 동물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며 동물의 왕국에 대한 비판과 자기 자랑을 은근슬쩍 끼어 넣으며, 세상 큰 일엔 자신의 영향력이 모두 연결 돼 다는 듯 떠벌떠벌 짖어댔습니다.


특히 눈먼늑대는 이 정보는 극비라며 목소리를 낮추곤 회원 동물들에게 새들의 조직에서 금 이빨을 두 번이나 달았던 상한늑대를 언급하며, 그가 자신과 함께 일 하고 있다는 것을 으르렁거렸지요. 그 상한늑대는 19대 동물의 왕국 금 이빨 대회에서 몰래 동물들에게 고깃덩이를 살포하다 걸려 금 이빨을 박탈 당했지만, 그 상한늑대 뒤엔 여왕사자가 있고 자신이 작성한 뼈통문을 그를 통해 여왕사자에게 직접 전달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고 은근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여왕사자가 펼치는 많은 정책들이 자신의 대가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본인이 파란동굴 안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임을 강조 했지요. 그런 눈먼늑대의 짖음을 들은 일반 회원동물들은 모두 놀라며 그를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사이 밤은 깊어만 갔고 종편 사육장에서 다음 날 아침 노래 대결을 해야 하는 눈먼늑대는 참석한 회원 동물들 중, 먼 곳에서 살고 있는 격투불곰과 자신의 일로 인해 빨리 가야 하는 승합표범을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지요. 그렇게 눈먼늑대가 집으로 돌아간 후 남은 자리엔 주도적 늑대무리와 여우들, 그리고 일반 동물들이 뒤섞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끽했습니다. 특히 발효유를 충분히 마신 몇몇 늑대와 여우들은 흥에 겨웠는지 뼈다귀 반주에 맞춰 덩실덩실 춤과 신나는 짖음으로 분위기를 맘껏 누렸습니다. 그때 그들의 중심엔 주도적 늑대와 여우들에게 충분히 신임을 얻은 늙은여우가 있었지요. 늙은여우는 그렇게 흥겹고 취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몸가짐을 유지하며 그 곳에 있는 하나하나의 동물들을 주시하고 만면에 웃음기를 풍기며 그들과 동화 돼 있는 듯 재미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늙은여우의 눈빛만은 뭔가를 갈구하는 듯 보였으며 악의에 찬 진지함으로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지요. 그렇게 자리가 무르익자 그곳에 참석한 수컷 동물들은 발효주도 먹었겠다 암컷들과 함께 노래와 춤을 추고 싶다며 뼈다귀 풍금방엘 가자고 짖어 댔습니다. 그 제안에 다들 좋다며 일어섰는데 뼈다귀 고기 집 주인늑대가 여기 고기 값은 누가 지불할 것이냐며 회원 동물들을 가로막고 앞 발을 내밀었지요. 그러자 다들 신났다고 짖어대던 기다란 주둥이들이 일순간 조용해 지며 그곳에서 가장 자기 과시가 심한 영감늑대 한 마리를 모두 쳐다보았습니다. 그 영감늑대는 전세계 동물의 왕국을 누비며 고기를 벌기 위한 사업을 크게 하고, 자신이 저장해 놓은 고기가 엄청나다는 듯 자랑이 주둥이에 늘 붙어있는 늑대였기 때문이었지요.



그 때 몇몇 늑대와 여우들은 한 쪽으로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그곳을 조용히 빠져 나갔고, 한 순간 주목을 받게 된 영감늑대는 우물쭈물 남아 있는 회원 동물들만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 썰렁한 분위기를 전환 시키기라도 하듯 영감늑대는 억지로 기뻐하는 게 보일 정도로 켈켈켈 웃음 지으며 고기 저장소에서 발행한 작은 판때기를 주인늑대에게 내밀었지요. 그리곤 고기 값을 5번 나눠 썰으라며 주인늑대만 들을 수 있게 으르렁댔습니다. 그렇게 계산을 끝낸 영감늑대 주변으로 남아있던 회원 동물들은 고기 잘 뜯었다며 감사를 표했고 허풍이 심한 영감늑대는 뭐, 이정돌 가지고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판때기를 꽉 물고는 털가죽 안으로 집어 넣었지요. 그리곤 뼈다귀 풍금방에서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앞장서 회원 동물들을 인도 했습니다. 그렇게 풍금방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영감늑대는 몇 년 묵힌 값비싼 발효주를 주문했고 다시금 모든 회원들이 기쁘게 할짝거리며 풍금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했지요. 그런 와중에 함께 자리에 있던 늙은여우는 무엇 때문인지 자꾸 풍금방 문밖을 들락거렸습니다.


그 때 발효주에 취한 영감늑대가 옆 마을에 산다는 이장늑대히든, 키키 늑대들 앞에서 약간 혀가 꼬부라진 짖음으로 눈먼늑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풍금방 안으로 들어온 늙은여우는 그 늑대들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자신의 풍성하고 예쁜 꼬리를 자신의 앞발 쪽으로 놓고는 열심히 영감늑대의 짖음을 경청하였지요. 여봐요, 이장늑대님. 우리 눈먼늑대가 파란동굴에 얼마나 가고 싶어 저한테 수시로 짖은 줄 알고 계십니까. , 짖는 걸로 봐선 절~대 준다는 벼슬 대가리에 꽂는 거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진짜진짜 달고 싶어하는 놈입니다. 내가 눈먼늑대 보다 10년을 더 살았는데 그걸 모를라고. 그리고 금 이빨. 이건 걔의 마지막 꿈이야 꿈. 근데 눈먼늑대가 그걸 안 달고 싶어한다고. 에이~, 그건 앙탈이야 앙탈. , 영감늑대. 이래 봬도 한 때 3년간 쎄빨간 동물들 잡아들이던 수사늑대 출신 아닌교라며 길게 설명을 해 댔습니다.


러면서 중간중간 발효주로 목을 축인 영감늑대는 취기가 더 오른 듯 큰 소리를 쳐 댔지요. 만약에만약에 눈먼늑대가 금 이빨을 달고 싶다. 그럼 일단 지금 모인 동물들이 힘을 합쳐 생각 사파리를 동물의 왕국 전체로 넓혀 나가야 해요. 그리고 고깃덩이를 후원해 동물의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사파리로 등극 시켜야 합니다. 근데 눈먼늑대 얘가 그런 것에 밝지가 않고 느려 자식이. 그러니까 여기 계신 회원 동물분들께서 앞장 서서 사파리고깃덩이조성에 힘을 합쳐야 된다고 봐요. 그러자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히든늑대가 그럼 눈먼늑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고 묻자 영감늑대는 이렇게 짖었습니다. 걔는 우리가 모든 걸 싹 다 준비할 때까진 주둥이 마담만 하면 돼. 아무튼 눈먼늑대 얘는 애가 괜찮은 것 같고 저놈 꿈도 그러하니 내가 키워주지 뭐. , 참 그리고 눈먼늑대에 관한 부분 보다는 생각 사파리를 정치외양간과 분리하여 외양간은 외양간대로, 생각 사파리는 생각 사파리대로 각자 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움직여 나가야 되요.


그리고 일반 회원동물을 넓히고 확장하여 정치적 힘을 키워 우리 스스로 정치적 동물 세력화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적인 힘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알겠죠라고 역설 했습니다. 래서 종편 사육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눈먼늑대를 최대한 활용하여 생각 사파리의 교세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고, 각자의 직함도 만들어 다른 동물우리에 생각 사파리를 과시하고 알려야 한다고 했습니다그런 으르렁거림의 와중에 눈먼늑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도 하나 둘씩 그들의 이빨 사이로 튀어 나왔는데, 일단 눈먼늑대는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성격에 종편 사육장에서 노래하며 보여지는 모습과 현실에서의 행동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특히 성격이 더러워 눈먼늑대에게 자원봉사를 하러 온 일반 봉사 동물들에게 명령하듯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모습과, 오는 동물 막지 않고 가는 동물 잡지 않는다는 식의 으르렁거림은 처음 찾아 온 회원 동물들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 떠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