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암건사(暗鍵師) - 아카나 슈(Syu Akana)

스파이크(spike) 2008. 2. 25. 01:42

'나카지마 카즈키' 원작(原作), '아카나 슈' 작화(作畵)의 암건사(暗鍵師) 

 

1984년도에 국내에서 개봉한 고스트 바스타(Ghost Busters) 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영화의 성공과 더불어 레이파커주니어(Ray Parker Jr)의 신나는 주제곡이 롤라장에 울려퍼졌고, 영화속에 등장하는 녹색 유령

'먹깨비'는 서양 공포물 하면 떠오르는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캐릭터로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영화는 4명의 주인공이 도심에 나타난 유령을 레이저 빔으로 옭아매어 자신들이 고안한 덫에 봉인(封印)한 후 유령들을 퇴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며, 영화의 성공으로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저 국내에서 '유령대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만화영화 주제가의 영원한 카리스마 '김국환'씨가 노래를 불러 어린이들의 입에서 '유령이~♬나타났다~'하는 노래를 웅얼거리도록 만들기도 하였지요.

 

여기서 '고스트 바스타'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소개할 암건사(暗鍵師)가 이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 유령퇴치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령퇴치를 표방하는 만화들도 무수히 많고 '고스트바스타' 처럼 모든 연령이 즐겨볼 수 있는 오락성 짙은 작품들도 여럿 있지만, 이 작품 '암건사'를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악령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고, 진지하게 또는 심각한 표정으로 청소년에서

부터 성인들을 아우르는 폭 넓은 재미를 곳곳에서 관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암건사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지요. 겉으로는 자물쇠의 장인이지만 사람들이 모르게 악령을

퇴치하는 퇴마사로 활동하는 '죠노스케'가 발점(足占)을 보는 동료이자 조수인 '오킨'과 함께 사람들의 몸에 들어간 악령을 찾아내어, 대장장이 '테츠주'가 만든 자물쇠에 봉인해 버리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지금현재 국내에 3권까지 출판되어 전체적으로 내용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으로만 보더라도 빠른시간안에 페이지(page)를 넘겨가며 심도(心到)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만화책입니다.  

'암건사'에서 특히 주목해 봐야하는 부분은 첫째로 작가 아카나 슈(Syu Akana)의 그림연출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암건사' 이전 작품인 '용오'에서보다 한결 업그래이드 된 절정의 그림 실력을 발산하고

있는데, 펜선 하나하나의 날카로움을 살려 머리결 한가닥의 부드러움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듯 보입니다. 

 

둘째로 액션이 큰 전체적인 동작 보다는 인물을 클로즈업(closeup)하여 대사를 주고 받는 형식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로인해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상황이나 심리적 압박감이 얼굴표정에 세심하게 나타나 독자가

책의 내용에 서서히 빠져들어 긴장감있게 읽어나가게끔 유도(誘導)한다는 점 입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그림 실력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尺度)이기도 하지요.   

셋째로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사람안에 악령이 있을경우 사람의 육체는 그대로 있으나 악령만 빠져나가게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암건사'에서는 사람까지 몽땅 봉인되어 버린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이는 '죄는 미워하데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서양적 사고방식과는 대치되는 것으로, 악령이 기생 할 수 있는 숙주(宿主)를 완전제거 함으로써 주인공 '죠노스케'를 더욱더 강력하고 절대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다른 만화주인공의 해결사들과 달리 주인공 '죠노스케'는 에도시대의 신분에 맞는 행동을 과장됨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신분계급상 상급관리에게 복종하는 듯 한 주인공의 움직임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가 관료(官僚)에게 '울컥'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서 주인공 '죠노스케'가 모든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 버리기를 내심 기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암건사'에 나오는 악령들이 너무나 쉽게 잠글아비 '죠노스케'의 자물쇠에 봉인되어 조금은 아쉬움을 갖게 만들며, 엄청나게 크고 강한 악령이라도 단박에 자물쇠에 빨려들어가는 모습에서 너무나 짧게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전체적인 작품의 일부분일 뿐이며 지금까지 나온 3권까지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이는 앞으로 나올 '아카나 슈''암건사'를 더욱더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 할 것입니다.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