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유리의 도시 - 폴 카라식(PaulKarasik)

스파이크(spike) 2008. 3. 11. 01:49

 

'폴 오스터' 원작(原作), '폴 카라식, 데이비드 마추켈리' 작화(原作) - 우측 사진은 소설 '뉴욕 3부작'

 

 

언제 깨져버릴지도 모를 듯한 인상을 풍기는 '유리의 도시'는 만화책 보다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

'뉴욕 3부작'으로 더 많이 알려진 작품입니다. '쥐'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受賞)한 작가 

'아트 슈피겔만'은 그로인해 친분이 싸이게 된 '폴 오스터'와의 인연으로 이 작품을 기획하기에 이르렀고

그의 제자인 '폴 카라식'에 의해 그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만화책이라고 하기보단 '폴 오스터'의 원작 소설을 성인들이 관심을 끌 만한 시각적 '해석'으로

풀어놓은 그림소설에 가까우며, 기획자 '아트 슈피겔만'또한 그런 의도로 제작되었다고 책머리에 

기재(記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책만을 보고 내용을 간파하기엔 쉽지 않은 내용과 컬트(cult)적 요소가 넘실되는 추상적

말들로 인해, 먼저 '뉴욕 3부작'을 읽지 않는다면 만화 속으로 충분히 빠져들어 재미를 느낄 만큼 여유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고 상황을 공감하기엔

말풍선의 글이 너무 길고 장면과 장면이 해답 없이 흘러가듯 끝까지

이어져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지요. 

 

그럼 여기서 소설책 이야기를 간단히 해볼까 합니다. 

 

'뉴욕 3부작'이라는 제목으로 명명된 '폴 오스터'의 이 작품은 각기 다른 3가지의 중편소설(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로 이루어 졌지만, 3작품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독특하고  추상적인 소설입니다. 또한 이야기의 지루함을 떠나 묘한 느낌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끝까지

책을 읽어 내려가게 하는 '폴 오스터'만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 구성은 어느 정도 인내력을 가지고 읽지

않으면 끝을 보기 어려운 난제(題)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3가지의 에피소드를 가진 소설 중 첫 번째 '유리의 도시'는 두 번째 에피소드인 '유령들'과 세 번째

이야기 '잠겨있는 방'과 전혀 다른듯하지만 살며시 이어져 있으며, 다시 세 번째 이야기가 첫 번째로

이어지는 구조로 인해 '메미우스 의 띠'처럼 방향을 매길수 없는 이야기 구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만화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지요.

 

'버지니아 스틸먼'이라는 여인으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은 주인공 '퀸'은 본인을 그녀가 전화로 찾고

 있는 '폴 오스터'라는 탐정이라 속이고 그녀와 그녀의 남편 '피터 스틸먼'에게 접근하여 탐정 역활 을

떠맡으면서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그 후 편집증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는 '피터'의 아버지를 추적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 활동하던 '퀸'은 그를 미행하는 것에 실패 한 후, 모든 것을 잃고 스스로

파멸하여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결됩니다. 

 

'유리의 도시'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주인공 '퀸'이  추격해야 할 대상인 '스틸먼'을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서 똑 같이 생겼지만 완전히 다른 외양(外樣)을 가진 두 '스틸먼'사이에서 누구를 쫓아가야

하는지 갈등하는 장면 이였습니다.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이휘재'씨의 <인생극장>을 보는 듯한

이 장면은,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결말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만, 그 누구를 선택한다 하여도 같은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추론도 갖게 만듭니다. 

 

또한 소설의 원작자 '폴 오스터'와 이름이 같은 가상인물이 이야기 도입부와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여 흥미를

유발 시키는 장면은 현실과 가상(假想)속에 작가가 직접 개입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그로 인해

가상과 현실을 뒤바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듦으로써 원작자인 '폴 오스터'에게 

그러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각각의 만화와 소설 '유리의 도시'는 명확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만화책만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기도 난해하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그림은 뚜렷하지 않은 이야기를 분명하게 보여주려는 듯

칸과 줄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고, 장면과 장면이 소설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작가가 세밀히

신경 쓴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그대로 옮겨와 표현하려는 것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말풍선에 글이 너무 많고 끝까지 이어지는 내용의 진지함은 필자를 매우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읽다 지쳐버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유리의 도시'는 재미가 없습니다. 성인 독자들이 읽어 관심을 끌만한 시각적 해석을

이루어 낸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관심을 끌 만큼 재미 면에선 많이 떨어지며, 소설을 먼저 읽지

않고  만화책을 보게 된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일본만화나

한국만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개성을 찾는 분들에게는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만화책이기도 합니다.

 

         !!~'카라식'형님~!! 다음 작품 기대해도 될까요?! 아니 기대 할께요~!!

(^_^)v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