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쿠니미츠의 (政)정치 - 아사키 마사시(MasashiAsaki)

스파이크(spike) 2008. 3. 5. 01:26

'안도 유마' 원작(原作), '아사키 마사시' 작화(作畵)의 쿠니미츠의 (政)정치 

 

처음 '쿠니미츠의 정치'의 책장을 넘겼을 때 '다케이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쿠니미츠'의 머리모양과 색깔, 행동하는 이미지에서 발산하는 이야기의 연출방식이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지요. 특히 그가 사건을 벌이고 그것을 수습하는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함소리와 폭력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극(劇)의 줄거리도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쿠미니츠'가 정치에 관련된 하나하나의 기초상식을

배워나가며 발전해가는 성장드라마 형식을 취했기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사키 마사시'의 깔끔한 펜 선과 출중한 뎃생능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운 '리얼리티'를 느끼게 만들어 잠시 동안 느꼈던 익숙함을 불식 시켜 버리지요. 특히 날카로운 펜 끝으로 그려진 전체적인 표현력은 작가의 능숙한 기교(技巧)가 정점에 올랐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물론 극의 초반부에는 '미나중

탁구부'와 같은 캐릭터의 느낌도 강하게 나타나 약간의 이질감을 주기도 하지만 중반부로 접어들수록 캐릭터의 면모는 다듬어지고 깔끔하게 변모하면서 '반삽화체'의 장점을 잘 살려 나가게 됩니다.

 

또한 사진을 찍은 후 음각(陰刻)만을 살려 배경에 접목 한 후, 캐릭터를 그려 넣는 방법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하였는데, 이는 만화 속에 등장하는 가상(假想)의 도시를 현실에 존재하는 도시와 동일시하게 보임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지금의 정치상황과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극의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다수의 장점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단점 중에 하나는 '쿠니미츠의 정치'라는 드라마적 내용의 재미가 그림만큼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럼 간단히 줄거리를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의무교육을 중간에 그만둔 폭주족 양아치

'무토 쿠미니츠'는 정치가 비서로 입문하여 '신치바가사키'지역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후

정치가 '사카가미'선생을 시장으로 당선(當選)시키기 위해 활약하며, 임무를 완수한 후 '문무대신'이라는

더 큰 꿈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총 27권으로 이루어진 '쿠미니츠의 정치'는 필자가 느끼기에 18권 정도로 만들어 졌다면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치적인 기초상식이 거의 없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야기 구조의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앞부분을 하례한 점은 이해가 갑니다만,

1권~10권까지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서 말풍선에 대사가 상당히 많아짐으로 인해 지루함을

감수하며 읽어 내려가야 하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루함을 타파하기 위해 작가는 중간 중간 '쿠미니츠'로 하여금 고함(高喊)과 폭력을 앞세워 모든 갈등을 일거에 해결하려 하지만 '슬램덩크'처럼 심장이 터질듯 한 두근거림을 주거나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도록 기대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또한 '서비스컷'이라 불리는 여기자의 엉덩이로 이야기를 유머 있게 전환(轉換)하려하나, 책이 끝날 때 까지 이어지는 지나침으로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듭니다.

 

하지만 10~19권까지 시장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선거참모 '아즈마 미츠아키'의 용병술이 발휘되고 극(劇)의 재미는 후끈 달아오르게 되지요. 또한 '아즈마 미츠아키'와 두뇌싸움을 펼치는 '후와'진영의 '쿠조'와 비열한 방해공작만을 일삼는 '아수라'의 선거 홍보 대결은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러나 중간에 '쿠미니츠'가 학교로 가는 외전 편으로 인해 재미있던 선거전의 이야기가 단절되어 흐름을

방해하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으로 남습니다. 또한 19권부터 음식만화에 등장 할 법한 '농약'이야기가 2권 분량으로 소개되고, 후반부에 가서 일본의 '의료서비스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정작 알고 싶은 시장선거의

대결과 재미는 뒷전으로 밀리고 맙니다.

 

특히 독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개선하고 올바른 지식을 심어주기위해 작가가 '쿠니미츠'를 통해 호소하는 듯 한 양상을 띠게 되는데, 그로인해 전문성은 돋보이나 극의 내용이 계몽적(啓蒙) 성격으로 바뀌어

이야기가 지루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일본뿐 만이 아닌 국내에도 매우 비슷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터라 쉽사리 간과하고 책장을 넘길 수 없습니다. 한 가지 깜짝 놀란 사실은 한국의 '새만금 사업'과 비슷한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을 통해 환경파괴의 문제점을 일본에서도 격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며 읽어 내려간다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쿠니미츠의 정치'는 불한당 같은 한 청년이 '사카가미 료마'의 정치가 비서가 되어

그를 당선(當選)시키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입니다. 하지만 '쿠미니츠'를 통해 일본 젊은이들에게 외면 받는 정치를 하나의 축제로 만들어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으며, 부패(腐敗)로 얼룩진 현시대의 정치가들을

견제하고 조금 더 발전된 나라로 만들려는 작가의 정치적 의도도 넘실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27권을 끝까지 보기에 상당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쿠미니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만화처럼 현실도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