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키리(죽은 이들은 황야에서 잠든다) - 테시로기(Teshirogi)

스파이크(spike) 2008. 6. 2. 14:13

카베이 유카코(KABEI yukako) 원작(原作), 테시로기 시오리(TESHIROGI shiori) 작화(作畵)

 

2000년 동네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 한편을 빌려 보았습니다. 내용 자체가 크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딱히 지루하지도 않았던 이 영화는 극장흥행에 상당한 성공을 거둔 후 비디오로 출시된 것이기에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보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비스듬히 배 깔고 누워 음료수와 과자를 먹어가며 영화를 보던 필자는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먹던 과자를 내동댕이치고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며 "뭐야 이게~!! 이런 거였어?!"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놀라게 했던 영화가 바로 '식스센스'였는데, 지금 소개할 '키리'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 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카베이 유카코'의 9권짜리 원작소설 제1권을 만화로 옮긴 2권짜리 단편 만화 '키리'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보도록 하지요. (^_^)y

학교 내에서 '왕따'이자 소심한 학생인 주인공 '키리'는 유령을 보고 그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입니다. 그녀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대신 말썽꾸러기 유령친구 '베카'와 이야기하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며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지요. 하지만 불사인(不死人) '하베이'와 라디오에 영혼이 깃든

'병장'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상황은 어렵게 변해가며 위기에 봉착하는 것이

만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여기 '키리'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하베이'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인(不死人)입니다. 불사인(不死人)이란 병사들의 시체를 이용하여 탄생된 인간병기이기도 하며, 온몸에 치명적 상처를 입어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재생, 복원되는 능력을 소유한 인조인간 입니다. 

 

하베이를 보면 '리들리스콧'감독의 1982년작 '블래이드러너'도 떠오르게 되는데 내용 자체도 많이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통적인 요소가 곳곳에 잠재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만화 '키리'는 '식스센스''블래이드러너'를 합친 것이라 말 할 수 있으며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받은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라디오에 영혼이 깃든 '병장'은 '하베이'에게 죽임을 당하고 라디오에 영혼이 갇히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피스메이커'로 중요하게 작용하나, 오히려 '하베이'를 자신의 무덤이 있는 '이스터베리'동부 폐광으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로 그치고 마는 미흡한 결론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게 하기도 합니다. 

그림체는 전형적인 일본 만화를 표방하여 별 거부감 없이 쉽게 바라볼 수 있으며 깔끔한 펜선으로 만화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장면 장면은 만화 자체만으로 어느정도 만족감을 줄 듯 합니다. 하지만 2권짜리 단편 만화임에도 독자를 확(~!!) 빨아들일 만큼 파격적인 내용이 아닌 '로드무비'형식의 잔잔한 내용으로 일관되게

진행 됨으로 인해 평범하게 읽어 내려가야 하는 점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키리(죽은 이들은 황야에 잠들다)는 뛰어나게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은 평이한 줄거리를 띄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남성 독자보다는 여성독자들이 감성적으로 더 재미를 느끼며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듯 하고, 짧은 단편 만화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_^)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