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가위 바위 보 불청객 - 고행석

스파이크(spike) 2008. 3. 26. 16:09

불청객(不請客) - (명사) 오라고 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온 손님 

 

1980년대 후반 만화대본소에는 이현세,이상무,허영만,장태산 씨 등 극화위주의 만화가 대세(大勢)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물론 명랑 코믹만화를 추구하는 김기백,윤소영,김영하 씨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대본소에 홀연히 해성처럼 나타난 '고행석'씨의 불청객 씨리즈는 그만의 독특한 필체로 많은 만화 팬들을 당혹스럽지만 엄청난 즐거움으로 일소에 빨려들게 하였지요. 불꽃처럼 삐쭉거리는 머리모양(번개머리)에 반쯤 감긴 눈을 하고 팔자(八) 걸음으로 유유자적 움직이는 주인공 '구영탄'은 캐릭터 또한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 하였습니다. 특히 '고행석'씨의 작품 중 '왕 불청객, 요절복통 불청객, 사각의 불청객, 우주의 불청객, 불청객의 러브스토리'등은 불청객 시리즈의 걸작이라 여겨질 만큼 대단히 재미있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가위 바위 보 불청객'은 앞서 소개한 작품에 비해 내용면이나 질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대본소형 만화이며, 오로지 불청객의 인기에 힘입어 단기간에 마구 그려진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간단히 '가위 바위 보 불청객'의 줄거리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깊은 산속 오지마을에서 프로야구를 하기위해 서울로 상경한 주인공 구영탄이 서울 변두리의 하숙집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야구의 기본 규칙도 모른 체 손(手)으로 싸인만 흉내 내며 프로야구 감독을 꿈꾸는 '박달마'와 그의 딸 '은하'를 만나게 되고, 하숙집 주인의 아들이자 3류 프로야구 선수인 '마구만'을 통해 프로야구 '팔성팀'에 입단하여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다룬 내용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면 상당히 코믹한 만화라고 생각되지만 1987년에 발매했던 작품을 2005년도에 재발매 한 것이라 그때의 현실과 너무나 큰 괴리감으로 만화책을 끝까지 보기엔 너무나 힘이 듭니다. 특히 모든 중대 사한 문제를 '가위바위보'로 해결해 나가는 발상은 상당히 기발하지만,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내용으로 인해 만화책을 몇 번이고 놓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은하의 아버지인 박달마 캐릭터는 사사건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말도 않되는 억지를 계속적으로 선사하는데, 작가가 너무나 의도적으로 그런 성격을 고집하여 나타냄으로 인해 만화책을 읽다 "아~!! 짜증나"란 단어가 튀어나오게 만듭니다. 필자가 중,고등학생 시절에 배꼽 잡으며 웃었던 고행석씨의 작품은 어느덧 많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등학교 학예회 같은 느낌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 이였지요.   

특히 대본소 만화의 전성기 시절에 나온 작품이라 빠른 시간 내에 마구 그린 것이 위의 좌측 그림에서 여실히 들어나는데, 아무도 없는 매점 안에서 선체로 이야기 하던 중 갑자기 다음 장면에선 음식이 놓여있는 테이블에 순간 이동하여 대화하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또한 7~80년대 신파적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처럼 아무런 잘못도 없는 '영탄'에게 투정부리듯 말을 내뱉고 혼자 울며 열심히 뛰어가는 '은하'의 모습이나, 프로야구단의 최고 선수는 그 회사의 외동딸과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에선 뻔한 스토리의 종말을 짐작하게 만듭니다. 또한 야구만화로 이어지다 극의 후반부에 이르러 갑자기 야구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팔성구룹회장 '최구동'과 전국 가위바위보 챔피언이 된 '구영탄'의 대결로 순식간에 이야기가 전환되는 점에선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게 하지요.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 뿐 만이 아닌 조연들의 성격이 잘 나타난 고행석씨의 그림 적 표현력은, 어처구니없고 억지스러운 유머로 넘실되는 작품을 그나마 끝까지 읽어 내려가게 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가위 바위 보 불청객'은 1980년대에나 통할법한 유머와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지금현재 다시 본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필자도 옛 추억이 생각나 2005년도에 재발매한 작품을 구입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긴 했지만 역시 과거의 추억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더 좋았을 법한 작품 이였습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고행석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셨던 매니아 여러분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듯 하며, 지금 현시대 젊은이들도 작가의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불청객 시리즈를 한번쯤 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