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톰 소여(Tom Sawyer) - 다카하시 신

스파이크(spike) 2008. 10. 31. 15:04

                             <좋은사람>, <최종병기그녀>의 작가 '다카하시 신'의 단편 만화 

 

나이가 30대 중반쯤 되시는 분들이라면 1980년대 초반 TV에서 방영하였던 '톰 소여의 모험'을 모르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꺼라 생각됩니다. 19세기 미국 남부 '미주리'주 가공의 마을 '세인트 피터버그'를 배경으로 말썽꾸러기 '톰'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지요.

 

그 당시 워낙 아이들이게 인기가 많았던 이작품은 다른 비슷한 버전의 애니메이션으로 타 방송사에서 방영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필자의 기억 속에도 빨래방망이 같은 몽둥이로 야구를 하는 장면이나, 페인트칠을 친구들에게 떠넘기는 교묘한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그런 인기 때문이었는지 얼마 전 교육방송(EBS)에선 '지금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들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보라는 듯 '재방영도 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다카하시 신'톰 소여(Tom Sawyer)는 앞서 설명한 애니메이션과는 관계가 없지만, 같은 원작자 '마크 트웨인'원작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을 각색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 추억을 떠올리며 짧게 설명해 보았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다카하시 신'의 단편만화 '톰 소여'에 대해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할까요?! (^_^)

3년전 시골마을에서 가출한 여주인공 '하루'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집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중학생 '타로'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게되고, 어머니가 '마녀'취급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되지요. 그후 장례를 마무리하고 집을 떠나기전 어머니와 함께살고 있던 고양이가 죽게되어 그것을 묻어주려고 '타로'와 함께 공동묘지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을 목격하며 이야기는 급반전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책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평이해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무인도 탐험도 살인사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나 진전 없이 이루어져 내용상의 아쉬움을 배가시킵니다.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주인공들이 범인과의 조우(遭遇)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살인범 '오다기리'의 얼굴조차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연출방식으로, 범인들의 대화를 통해 극중의 긴장감을 조성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로인해 범인의 윤곽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여 책을 읽게 만드는 매개체(媒介體)로 작용하게 되지만 앞으로 발생할 사건의 기대감은 현저히 줄어들게 만듭니다. 

 

또한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긴장감을 서서히 조여 오게 추구한 점은 작가가 처음 시작부터 생각한 연출패턴을 끝까지 고집했다는 것을 반증(反證)하는 듯 보이지만, 제3자가 개입(介入)한 느낌이 들어 재미를 반감시키는 역할도 하지요. 

이러한 고집의 결과 때문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유머와 긴장감은 커져 책장을 빨리 넘기도록 하는데, 이 또한 범인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우연의 일치로 마감되는 결론으로 재미는 길게 가지 못합니다. 또한 사건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은 소외된 가정환경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개인적으로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결국 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도움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 하고 기운 빠지듯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선 힘없이 책장을 덮게 만듭니다. 그러나 연약하게만 보이는 작가의 필체는 순정만화잡지에 연재된 만큼 흐릿하고 깔끔한 '뽀샵'만화 풍을 표방하여 만화의 내용과 잘 어울리며, 여성독자들에게 공감을 살만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아쉽게도 '다카하시 신'의 톰 소여(Tom Sawyer)는 기대이상으로 충분히 재미있진 않습니다. 낙타의 허리처럼 '클라이막스'로 올라가서 서서히 내려오는 구조가 아닌, 검은 브라운관에 맥박의 눈금이 표시되듯 서서히 이야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연출된 작가의 고집스런 구성 방식엔 아쉬움과 찬사를 머금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서출판 미우(대원)에서 8.000원짜리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내용적 아쉬움으로 선뜻 구입하시라 추천하기가 부담스러운 작품이기도 하네요. (^_^)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