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모래시계 - 아시하라 히나코(Ashihara Hinaco)

스파이크(spike) 2009. 4. 21. 09:31

 

아시하라 히나코(Ashihara Hinaco) - 모래시계

 

    혼자서 동네 앞 찜질방엘 갔습니다.

 

찜질방에서 후끈 달아오른 불 가마를 바라보며 쏟아지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연신 훔쳐내고 있었지요. 그리곤

무거운 한쪽 어깨를 다른 손으로 주무르며 소리 없이 쏟아지는 '모래시계'안 분홍빛 모래의 흣날림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덤처럼 쌓여가는 봉분(封墳)위에 시간을 묻고 있었습니다. 

 

그 뜨거움 속에서 조용히 밀려오는 '고요함'과  '우울함'은 아시하라 히나코(Ashihara Hinaco)

'모래시계'를 생각나게 하였고, 떨어지는 모래의 낙차(落差)시간 만큼이나 책의 내용은 머릿속에 길게

여운으로 남아 땀방울로 흩어졌습니다.

 

  ...우울해... 

 

'모래시계'를 다 읽고 난 후 느낀 솔직한 감정은 '우울함'이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대단히 감성적인 사춘기

 시절의 상큼하고 애끓는 사랑이야기를 몽실몽실 피어나게 작화한 멋진 작품임에도, 심도(深度)있고 어둡게

 깔려있는 전체적인 우울함은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개그적 요소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분열된 가족의 모습과 엄마 '미와코'의 자살은, 지금 현재 직면한 우리나라 현실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붕괴되는 가족와해 현상을 보는 것 같아 우울함을 가중시켰지요.

 

    그럼 '모래시계'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지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현실을 회피하듯 주인공 '우에쿠사 안'은 그녀의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 '시마네'현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녀의 나이 겨우 12살. 그곳에서 현실의 힘겨움에

우울해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는 끝내 자살을 선택하고, 혼자 남겨진 '안'은 힘겨움을 극복하려 애쓰며

새로운 친구들과 학창생활을 시작합니다. 또한 그곳에서 남자친구 '기타무라 다이고'를 만나 첫사랑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로 인해 마음속에 깔려있는 과거의 아픔과 현실의 사랑은 많은 반목(反目)과 갈등을

야기 시켜 이별을 종용하게 만듭니다.

 

사랑 하기에...사랑 하기에... 

 

그런 주인공 내면의 아픔을 굳건한 마음으로 극복해 가려는 모습을 강하게 표현 하고자 작가

'아사하라 히나코'는, 펜촉 끝에 힘을 주어 '이목구비'를 찐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려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입술을 굳게 닫은 주인공들의 모습에선 현실의 나약함을 강하게 부인하듯 결연한 의지가 충분히 나타나

 있지요. 그로 인해 캐릭터의 모습에서 약간의 이질적인 어색함도 보이게 되지만, 이야기의 중반 이후에는

그런 작화적 표현기법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깔끔한 느낌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림이 너무 예뻐요~♥

 

특히 이 작품에서 재미있게 봐야 할 부분은 주인공들이 펼치는 복잡한 '러브라인' 입니다. '안'과 '다이고'는

 사랑하지만 헤어지게 되고, 그녀를 좋아하는 '츠키시마 후지'와 '다이고'를 짝사랑 하는 '시이카'

중간중간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각각의 사랑을 이루려 합니다. 하지만 매우 불안정한 '안'의 마음과 일편단심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다이고'의 지조(志操)있는 행동으로 인해 '러브라인'의 최종 결말이 어떻게 진행

될지는 잔잔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지요. 

또한 만화 내용 중 일본과 우리나라의 '첫사랑'에 관한 문화적 개념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 있는데, 그들은 비록 '짝사랑'이나 '외사랑'이라 할지라도 처음으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첫사랑'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도 조금씩 생각하며 읽어

내려간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중학생 때 키스를 하고 고등학교

 때 육체적 사랑을 경험하는 약간 조숙한(?) 그들의 모습에선 약간 당혹스럽고 성급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작가 '아시하나 히나코'의 예쁘게 포장된 연출법은 그들의 사랑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순수하게 만들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어린 것들이...

 

그러나 한쪽으로 쏠리는 듯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개개인의 사랑은

일방적으로 보일만큼 한쪽으로 쏟아져 독자를 대면하게 됩니다. 또한 한쪽 사랑을 채우기 위해 다른 한쪽을

 비워야만 하는 '모래시계'처럼 균형잡지 못하는 '안'의 우유부단하고 여리기만 한 행동엔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라는 애증 어린 질책이 터져 나오게 만들지요. 또한 눈(雪)이 많이 내리는 만큼 눈물도 많은 내용으로

 인해 '질~질 짜는' 멜로적 분위기가 중간중간 발생하여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매번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삼십 대 아저씨 1인(人)

 ...  

 

 

   그럼 결론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시하라 히나코'의 '모래시계'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즐겁고 유쾌한 명랑만화 스타일이 아닌 잔잔하고

우울한 느낌까지 전해지는 멜로적 사랑 이야기지요. 그러나 중간중간 터지는 개그적 이야기들로 인해 내용의

 전환이 이루어져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발생한 '결손가정'이라

는 어두운 키워드를 '사랑'이라는 매계물(媒介物)을 이용하여 잔잔히 끌어가는 내용구성의 암묵적 

추진력은 작가의 탁월한 연출력을 돋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우에쿠사 안'이 자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피하고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에 나가는 방식에선 아쉬움과 여운을 동시에 느끼게 하지요. 

 

암튼 주인공 '안'과 '다이고'의 사랑은 끝은 결실을 맺게 될까요? 모래시계의 한 방향처럼 일방적인 사랑만이

 계속될까요?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

 ..

 .

    그리고 동네 앞 찜질 방에 갔습니다.

 

찜질 방에서 후끈 달아오른 불 가마를 바라보며 쏟아지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연신 훔쳐내고 있었지요. 그리곤

 무거운 한쪽 어깨를 다른 손으로 주무르며 소리 없이 쏟아지는 '모래시계'안 분홍빛 모래의 흣날림을 멍하니

 바라보고, 무덤처럼 쌓여가는 봉분(封墳)위에 '모래시계'의 내용을 묻으며 희미하게 미소 지어 말했습니다.

 

 으~뜨거~!!!

 

    "암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해요, 아시하라(Ashihara)상~!!" (^_^)y~♥ 

 

※ 작품성 ★★★☆ 재미 ★★★★

 

 

  ★ 본 작품의 리뷰는 '미스터블루'(http://blog.naver.com/mrbluec)에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