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서비평(政治) ◐

세운상가 - '빽판' 의 추억

스파이크(spike) 2010. 7. 9. 14:11

 ★ 

 

집에 있는 오래된 가전제품이 망가져 부품 하나를 사기 위해 '세운상가'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이것저것 살 것이 많아 이곳을 자주 방문 하였는데 요즘은 인터넷 상거래나 할인매장이

많이 생겨 정말 특별한 용무가 아니라면 잘 안 찾게 되더군요. 그래도 이왕지사 여기까지 온 거 내친김에

옛 시절을 떠올리고자 2층 '구름다리' 부분으로 올라가 보기로 맘 먹었습니다.

!!!요즘도 '삐끼' 가 살벌하게 접근 하려나!!!

ㅋㅋㅋㅋ

'세운상가' 에 대해 다들 잘 아시겠지만 다시 짤막하게 언급을 하자면 1967년 7월 26일 준공 된 건물 입니다.

점포 2천개, 호텔 915개를 수용하고 아파트 까지 건설 되면서 지금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타워펠리스 만큼이나

그때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 하였지요. 또한 시공 때부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1971년 '한강맨션' 이

건설되기 전까지 거의 모든 남한 사람들이 입주 하길 희망하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세월이 야속해~!!!!

 저기 위쪽으로 보이는 꼭대기 층이 바로 상층부에 건설된 아파트로서 사회 저명인사 및 금전적으로 넉넉하신

분들이 입주해 있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낡고 노후화 되어 예전과 같은 활기참은 찾아보기

힘들어 졌지요. 특히 80년대 말 개인용 컴퓨터의 발전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세운상가 하면, 전자상가

이미지 보단 호기심 많은 중·고교 학생들에겐 퇴폐적 호기심 상품의 보고(寶庫)로 인식 되어졌습니다.

!!!~'복사 포르노 테이프' 부터 '빨간책', '갱지(쪽지)' 만화는 기본~!!!

!!!?~그럼 위를 향해 올라가 보도록 할까요~?!!!

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정말로 어렵게 느껴질 만큼 예전엔 호객 행위를 하는 '삐끼' 들이 심하게

많았습니다. 이곳을 걸어 올라갈 때면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슬~쩍 나타나 이렇게 쑥덕였지요.

!!!?~비디오~비디~?!!!!

!!!~아니예요, 빽판 사러 왔어요~!!!

 그러면 이십대 아저씬 금방 사라지고 5m 터를 채 못 가서 또 다른 30대쯤 돼 보이는 아저씨가

위압적으로 필자를 불러 세우고 어깨 동무를 하며 말을 걸지요.

!!!~이봐 학생, 좋은 거 보구가~!!!

·

(-,.ㅜ;)

조은 거 머

!!!?~↑이런 거 불법 아닌가↑~?!!!↑

암튼 그런 식으로 3·4회 이상 끈질긴 시달림 당해야 '빽판' 이 있는 곳에 도달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호기심이 왕성한 몇 몇 친구들은 서로간의 돈을 모아 깡다구 있는 녀석 한명을 특파원으로 보내 삐끼

아저씨들과 구석진 방으로 들어가 쑥떡공론을 펼친 끝에 5.000원을 주고 제목 없는 비디오 테이프를

검은 비닐 봉다리에 담아오는 쾌거를 일구기도 했습니다.

제목 : 세운상가

 

모였다네 모였다네

친구들이 모였다네

 

비디오가 없던 시절

제법 사는 친구 집에

친구들이 모였다네

 

두근거린 마음으로

검은 봉지 열어보니

 

비디오 테이프엔

'태권 브이'

써있다네

 

걸릴 때를 대비해서

엉뚱 제목 써 논거네

 

머리썼네 머리썼네

멋지도록 머리썼네

공부할 땐 안 돌더니

요럴 때는 팽팽 도네

 

두근거린 마음으로

테이프를 돌려보니

 

'뽀뽀뽀' 가 웬 말이냐

'일룡엄니'  웬 말이냐

 

한말의 기대 걸고

돌려 보네 돌려 보네

끝까지 돌려보

 

속았다네 속았다네

삐끼에게 속았다네 

 

-스파이크-

또한 상가 2층에는 백수 삼촌방 문 앞에 어김없이 달려 있는 야한 달력이나 멋진 영화 포스터 액자 또는

굉장히 끝내주는 헐벗은 영화 배우 포스터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사고 싶은 맘은 굴뚝 같지만 차마 집에

걸어 놓을 수 없어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입지도 했으면서 야한 포스터 액자를 어떻게 들고 갈 까는 왜 고민 했을까

ㅋㅋㅋㅋ

아직 철거 되지 않은 세운상가 한 켠에 드디어 필자가 보기 위해 찾아온 앨범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 90년대 초반만해도 주변에 널린 스피커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악 소리와 만국기, 수많은 빽판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 한 곳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세월이 야속해~!!!!

또한 게임 팩을 교환 하던 장소도, 불법으로 판치던 소프트웨어들도, 컬러 모니터에서 살아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들도 몽땅 사라지고 거리는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암튼 빽판이 지금도 있는지 함 확인해 볼까요~?!!!

!!!~크핫하하하~유레카~!!! 

예전에 빽판 가게에 가면 레코드판(LP)는 두꺼운 누런 종이 상자나 이런 플라스틱 박스에 꽂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반 라이센스로 출고 된 앨범 보다 종이 질이 얇지만 레코드 알맹이 만큼은 두꺼웠던 앨피(LP)를

손가락으로 튕겨가며 한 장 한 장 살펴 보았지요.

!!!!~나는야 메탈 마니아~!!!!

 !!!!~이야~오스본 행님~!!!

필자가 세운상가 빽판 거리를 돌아다녔던 이유는 메탈 앨범을 구입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군바리 독무대 시절이었기에 미쿡에서 들어온 웬만한 헤비메탈 음악들은 금지곡 처분을 받아 라이센스로

발매 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칸 폴스 코라안 네트워크에서 접한 음악이나 이곳 빽판 가게에서

나눠주는 복사된 유인물, 또는 한국 라디오 방송에서 금지곡이 아닌 노래를 틀어주며 DJ가 은근 슬쩍 

제목만 알려주는 앨범을 적어 놓았다가 구입 하러 갔습니다.

 !!!!~예전 빽판 가격 500~1.500원~!!!~지금은 3.000원!!!!

↑↑ !!!!~얘들아~이게 옛날 MP3 음악 파일 이란다~!!!!

이렇게 레코드 판 알맹이를 열어보면 정식으로 발매된 레코드는 약간 두꺼운 4각형 비닐이 대부분

(아닌것도 있음) 이었지만 빽판은 비닐도 얇고 이렇게 싸이즈에 맞춰 한쪽이 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앨범의 리뷰와 가사가 앞·뒤로 적힌 속지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지요.

!!!~'배철수' 의 음악캠프 월요 메틀 코너를 기억 하는가~!!!

 !!!~우왓~그때 당시만 해도 무지 멋졌던 오빠들~신데렐라~!!!

허걱~무지 촌스러

또한 빽판은 정식 앨범 보다 음질에 스크레치 소리가 뛰어 났고 한번 튀면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난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막아버린 서양 문물의 일부분을 내 맘대로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쾌감과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이 빽판의 모든 약점을 커버해 주는 보호막이 되었답니다.

!!!!~마성의 목소리 로니 제임스 디오 행님이 얼마 전 서거 하셨습니다~!!!!

 그때 당시 한창 들었던 뮤지션 중에 '메탈리카'는 기본 중에 기본이고 '헬로윈, 엔트렉스, 카투만두, 워런트,

퀸시라이크, 데프 레파드, 스키드 로우, 알카트라즈, 슬래이어, 레이지, 와습, 애니힐레이터, 다크엔젤, 소돔,

디싸이드, 세풀투라, 레인보우, 디오, 오즈 오스본, 킹 다야몬드, 기타등등~기타등등 무수히 많았던

뮤지션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블랙메틀(데쓰메틀)~사탄 만쉐이~!!!! 

!!!~'하하' 를 닮은 '전영록' 행님~!!!~그 많은 '종이학' 어떻게 했쑤~?!!!

하지만 그렇게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 이름 붙였던 '세운' 상가도 2.000년대 인터넷과 청계천

복원의 시작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또한 지금은 그렇게 호황을 누리던 빽판 가게도 여기 한 곳만이

남았고 음악은 MP3 라는 기계에 제목만 누르면 소리가 들리는 엄청난 마법상자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야속해~!!!

예전 중·고교 시절 세운 상가를 오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 했습니다. 혼자 다니기엔 동네 양아치 깡패

녀석들이나 삐끼들의 심한 호객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볼까 두려워, 게임에 관심 있는 친구나 동인지 수준의

야한 만화책, 성인 잡지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 2~3명이 뭉쳐 다녔습니다. 그때 만국기가 펄럭이고 무수히

많은 장식물들이 제각각 울려대는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와 뒤섞여 환상의 파라다이스를 연출하던

그 '구름다리' 가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이제 늙은겨~내 청춘 돌리도~돌리도~!!!

↑↑!!!'이봉원' 의 이 개그도 모르는 애들이 많을껴…!!!↑↑

ㅋㅋㅋ

세운상가 위에서 종로 방향을 쳐다보니 예전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조금 더 시간의 때가

묻어 허름해 졌으며 예전의 분주함만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세운상가 사람들이 모이면 미사일이나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옛 이야기가 돼 버린 것 같네요.

헤헤

 !!!~가위도 옆에 그려야 제 인데~!!!

ㅋㅋㅋㅋ

 빽판 가게를 돌아보고 북쪽 계단으로 내려오니 작은 공원이 조성 되어 있었습니다. 광장시장에서 술 먹고

돌아다니다 이런 곳이 생겼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히 살펴보기는 처음인 것 같네요. 암튼 

여기 종로쪽 세운상가는 오세훈 시장이 상가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로 세운 상가부터

철거를 시작 하여 '세운초록띠공원' 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정치적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2010년 청계천 남쪽의 청계상가 철거에 들어가, 2012년까지는 퇴계로까지의 모든 상가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여기 계시는 상인 분들과

충돌 없이 모든 것이 잘 해결 되었으면 하네요.

!!!?~위의 조감도 처럼 된다 말이지~?!!!

!!!~아저씨 찬 바닥에서 자면 아니 되어요~!!! 

 장마철이고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저~멀리 북한산도 명확히 보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산은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필자가 발 디디고 다니던 이곳 서울은 너무나 빠르게 변해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소년 시절 많은 볼거리와 묘한 흥분 감을 선사해 주었던 이곳

세운상가가 조만간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할까요…?!!!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 내가 듣고픈 음악을 손가락질 몇 번이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아 하는 음반 한 장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먼 길을 마다하고 두근거리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제 3구역'으로 들어가 앨범을 찾아 기뻐하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 하나만은 영원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발기부전에 빠진 세운 상가에서 어느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