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어른들을 위한 정치우화 : 눈먼 늑대 이야기(7)

스파이크(spike) 2017. 5. 23. 12:01


아무튼 그때 또 다른 장소에서 생각 사파리 게시판을 바라보던, 자칭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넘쳐 난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 타로푸마는 전파까페 생각모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농담들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언제나 그런 이야기가 올라올까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반응이 왔는데 늙은여우와 변태자라가 깔깔 거리며 이야기 밑에 응수의 짖음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타로푸마가 올린 글은 자기만 재밌다고 느낀 원초적인 개그에 불과했으며 읽고 나서는 주둥이에서 갸르릉 하는 욕설 비슷한 으르렁거림이 작게 튀어나올 정도의 저질스런 말장난들이었지요.


특히 그의 얘기 중 바다건너 동물의 왕국인 '아베늑대'가 살고 있는 곳에 유명 동물인 '오다기리죠'의 동생 이름은 '오기다려줘'라는 말도 안 되는 유머와, 아배늑대가 살고 있는 곳에서 몸을 가장 먼저 씻는 동물의 이름이 '나먼져씨쓰케'라는 얼치기 같은 농담에도 늙은여우와 변태자라는 자지러지듯 웃음을 붙이며 좋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흉흉스럽던 전파까페 생각모임 게시판은 몇몇 동물들의 가식적인 웃음들로 인해 다시금 분위기가 밝아지는 듯 느껴졌고 일반회원 동물들의 지저귐도 하나 둘씩 붙어갔지요. 그렇게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며 생각모임에서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이 회원 동물들의 머리 속에서 조금씩 사라져감을 느껴졌을 때, 늙은여우는 또 다시 눈먼늑대가 있는 정치외양간으로 찾아가 일단 음흉한 계락을 펼쳐 놓기 전 커다란 고깃덩이 하나를 그의 앞에 바쳤습니다.


그리곤 눈먼늑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복종과 충성을 다 하겠다는 듯 새로운 음해와 밀고를 귀에 대고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사악하게 속삭였지요얼마 전 기억의 흰 백합춤과 노래 공연에서 눈먼늑대님과 우리 회원동물들이 만나는 모습, 그리고 관람 및 뒤풀이 하는 것들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찍어준다는 '녹화여우'분이 있었는데 혹시 생각나세요라며 질문을 던졌지요. 그러자 눈먼늑대는 네 기억나지요라며 화답했습니다. 그러자 늙은여우는 그 녹화여우가 촬영을 해준다고 하고선 그날 갑자기 못 온 이유에 대해 설명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녹화여우가 말이예요, 우리 생각 사파리의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를 게시판에 올리면 그 모습에 반한 신입회원 동물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 우수한 동물들로 꽉 찰 것이고, 그런 상태가 되면 주도적으로 생각 사파리를 이끌던 늑대들과 여우들의 입지가 좁아져 자신들의 영향력이 작아질 것이라 판단했다나 봐요. 또한 그런 문제점으로 인해 자신들의 영향력 위축을 우려한 영감이장, 히든, 키키늑대 등이 녹화여우와 공모해 공연 당일 찾아오지 않도록 지령을 내렸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과 달리 녹화여우는 공연과 모임이 있던 날 아빠여우가 총에 맞아 무릉도원으로 가는 바람에 올 수 없었던 것뿐이었지요. 또한 즐거운 모임에 자신의 비극을 회원동물들에게 알려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우려해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함에도 일방적인 음해와 매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늙은여우는 눈먼늑대에게 지껄였고, 그러한 짖음을 확인도 없이 받아들인 눈먼늑대는 또 다시 격분하여 포효를 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곤 바로 구마늑대에게 '녹화여우'를 생각모임에서 강제로 퇴출 시키고 그 사실을 공표하라며 강하게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렇게 녹화여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강퇴를 당한 순간 자신의 굴 속에서 늙은여우의 밑 냄새를 행여나 기억 속에서 지워질세라 허공을 향해 콧구멍을 킁킁거리던 변태자라는 미리 늙은여우에게 지시를 받은 대로 생각 사파리 게시판에 녹화여우의 퇴출 소식이 뜨자, 경고를 가장한 협박성 이야기를 회원 동물들이 빨리 읽어 보라는 듯 바로 올렸지요.


그런 소식을 까맣게 모르고 맛 좋은 고기를 할짝이던 녹화여우는 생각 사파리에서 친분이 두터운 간식여우에게 연락을 받고는 사파리 게시판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느 새 자신이 영감늑대 무리들과 어울려 눈먼늑대를 이용하려는 나쁜 여우로 돌변해 있었고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함을 알게 되었지요. 그 사실에 놀란 녹화여우는 아니라고 항변하려 했지만 눈먼늑대의 추종자인 늙은여우와 변태자라는 너 뭐 하는 년이야라는 무차별적 댓글 공격으로 억울하고 분한 감정만을 품은채 생각 사파리에서 으르렁거림 한번 제대로 토해내지 못 하고 토끼 몰리듯 쫓겨나게 되었지요. 그렇게 생각모임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던 늑대들과 여우들이 늙은여우의 매도와 계략으로 계속 나가 떨어지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늙은여우와 변태자라가 자연스럽게 더러운 궁둥이를 들이밀고 방석을 차지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통에 일반 회원동물들은 혼란스런 경황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늙은여우는 생각했지요.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 내가 이곳에서 확실한 위치에 서려면 주도적 세력 중 남아있는 '총무여우'도 쫓아내야 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총무여우까지 쫓아내면 오히려 생각 사파리에 있는 일반 회원동물들 까지도 동요를 일으킬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던 늙은여우는 일단 총무여우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지요. 그래서 늙은여우는 맛있는 고깃덩이를 판매하는 곳으로 총무여우를 유인, 서로 친 자매처럼 지내자며 알랑방귀를 뀌었습니다.


하지만 늙은여우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꼬랑지에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도청생쥐가 숨겨져 있었지요. 그런 꼬랑지를 총무여우 앞에서 살랑거리며 사악하고 길다란 뱀 같은 혀로 주둥이에 침을 바른 늙은여우는 총무여우가 몸 둘바를 모를 정도로 칭찬과 격려로 있는 힘껏 그녀를 추켜 세워줬습니다. 한편 이런 계략이 몰래몰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까막게 모르는 타로푸마는, 또 다시 전자까페 생각 사파리 게시판이 갑작스레 살벌하게 돌아가자 그곳의 관계자도 아님에도 어떡해든 분위기를 되돌려 보기 위해 게시판에 쓰잘머리 없는 황당개그를 소름 끼치게 늘어놓았지요. 혹시 이거 아셔요. 멕시코 동물원에서 축구를 젤로 잘하는 동물 이름이 꼴 너드리게쓰라는 걸. 그리고 이태리 동물원에서 제일로 쿨한 동물 이름이 막시워네 거든요라며 푸마답지 않은 개추잡 유치한 소리를 남발하였습니다.


하지만 한 번 떨어진 분위기는 이번엔 좀체로 상승되지 않았고 주춤거리는 듯 보였지요. 또한 그 때 눈먼늑대가 제작 투자자로 참여한 '기억의 흰 백합' 관객 동물들의 저조한 참여로 흥행에 실패하자, 유명 배우 동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 동물들에게 약속한 고깃덩어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파다하게 퍼졌으나 눈먼늑대는 오히려 투자자이기 때문에 자기도 손해만 봤지 아무런 이득도 없었을뿐더러 그들의 고깃덩이 문제까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며 날카로운 발톱을 하나 뽑아 선을 분명히 긋는 소릴 올려 분위길 따운 시켰지. 그렇지만 눈먼늑대는 제작늑대와 미리 손익계산을 모두 따져 고깃덩이가 들어올 때마다 자신들이 투자한 만큼의 고기를 그때그때 배당 받아 큰 손해는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연결 될 줄 알았던 새들의 조직에 금 이빨 7개의 '서원늑대'와도 제대로 된 만남이 성사되지 않아 오히려 자신이 큰 투자를 통해 엄청난 피해를 당한 것 인양 회원동물들 앞에서 투덜댔지요. 어찌됐건 눈먼늑대의 행동은 동물사회 정의를 부르짖으며 온갖 깨끗한 척을 다하던 종편 사육장에서 노래하는 올곧은 모습이 아니라 돈과 연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회주의적인 동물군상의 행태일 뿐이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