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아기장수 이야기 - 이정아

스파이크(spike) 2009. 12. 7. 00:46

★ 

뭔가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제목 - 아기장수 이야기

 

녹색의 고풍스런 색감에 금색 줄무늬가 들어있는 고급 동화책 양장 본 같은 '아기장수 이야기'커버(cover)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점 한쪽 구석에 점잖게 놓여 있었습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의 제목과 더불어 길게 올라간 마법사 모자를 쓴 중성적 매력의 캐릭터는 표지 디자인과 분위기도 잘 맞아 떨어져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워 보였지요. 

 

그래서 주저 없이 책을 구입하여 비닐을 뜯어 낸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며 하얀 종이 위에 깔끔하고 깨끗하게 작화 된 멋진 그림들은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곤 비키니 여성의 몸매를 탐닉하듯 찬찬히 내용을 음미하기 시작 하였지요. 또한 시원스레 뻗어나간 펜 선과 8등신 캐릭터들은 신비한 동화책 속 배경의 장신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한 장 한 장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전혀 거리낌 없이 빠르게 다가와 필자의 시선 안으로 빨려 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

 

정말로 즐거움이 잠깐이라 느껴질 만큼 내용의 재미 면에선 도로에 뛰어든 고양이를 발견하고 급 브레이크를 밟듯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기 시작합니다.

 

!!?왜나고요?!!  

 

그 이유를 말씀 드리기 전에 '아기장수 이야기'의 매우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본 후 말씀 드리는 것이 합당한 순서인 듯 싶습니다.   

'아기장수'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절실하게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며 '씨앗'을 나눠 줍니다. 그 후 소원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씨앗'을 회수(回收)하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지요. 이러한 이야기들이 '인어공주'나 '장화 신은 고양이'와 같은 동화 속에 '페러디' 되어 펼쳐지는 옴니버스(omnibus) 형식의 만화 입니다. 

   

분명 만화 시작의 '프롤로그'는 이랬습니다.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당신에게 이 '씨앗'을 드립니다'라고


 하지만 1권의 중반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작품의 모티브(motive)로 계속적 등장이 예상 되던 '씨앗'존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본래의 취지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게 됩니다. 물론 세상에 많이 알려진 각각의 동화(童話)를 각색하여 옴니버스 형식의 짧은 내용에 함축적으로 적용 시키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갑작스레 변환되는 전체적 스토리의 전개방식은 머리를 갸웃 하게 만들고 흥미를 순식간에 식혀버리는 매개물로 작용하게 합니다.

 

줄거리 자체를 이해 못 할 정도

(-,.ㅜ;) 

 

그로 인해 6권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작품임에도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엔 깔끔하고 멋진 그림 체 만큼 이야기의 재미가 뒤따라오질 못 하게 되지요. 한마디로 예쁘기만 한 '그림체'라는 옷을 거식증에 걸린 모델 '스토리'에게 입혀, 병세가 확연한 모습으로 워킹 하는 것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하는 느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후 내용상 사라진 듯 보였던 '씨앗'의 존재는 쓰임이 조금씩 변질되어 중간중간 간헐적으로 등장 하는데, 그로 말미아마 앞의 이야기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모양으로 비춰져 책 내용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산만하게 흩어져 버립니다.

얼마 전 발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체호프가 말했어.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고"(중략) 이야기 속에 필연성이 없는 소도구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지. 만일 거기에 권총이 등장했다면 그건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발사될 필요가 있어."

한마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씨앗'은 엄청난 필연성을 지닌 매개체 이지만 아쉽게도 '소도구'화 돼 버립니다. 즉, 이야기는 장전되었으나 방화 쇠를 당기는 순간 폭발하여 강선을 타고 발사되어 타겟을 맞추는 강도는 매우 어설프고 빈약해 보인다는 뜻이지요.  


또한,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씨앗'을 회수 해 간다는 '아기장수'의 초기 이미지는 매우 카리스마 있고 멋지게 보이지만 '알라딘'의 '지니'와 같은 존재도 아니고, 강력한 힘을 내포한 능력자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로 진행되어 수금(收金)을 위해 돌아다니는 외판원 같은 이미지로만 남게 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쉽사리 풀리지 않는 지루한 내용 때문이었는지 3권 스토리부터는 '마루'라는 작가가 투입되어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녹아서 흘러버린 콘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불어 다시 얼려버릴 수 없듯 내용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맙니다. 거기에다 비극(悲劇)으로 치닫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내용 자체가 급변하여 조급하게 마무리 되는 패턴을 반복하며 '기승전결'의 미약함을 계속적으로 들어내게 되지요.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내용이 너무나 허술하고 짧으며 미온적으로 끝나 버리는 문제는 아기장수 이야기의 가장 큰 단점이며 재미 없는 이유라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아기장수 이야기'의 결론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만화와 영화, 드라마의 공통된 특징을 꼽으라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오락성'을 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재미' 지요

 

그러나 만화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눈으로 바라 보기만 한다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책장을 넘기는 수고를 감수 해야 하며, 인터넷으로 본다 하여도 마우스나 키보드를 눌러 앞으로 진행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 따르지요. 또한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한 권 한 권 읽어야 하는 점으로 인해 그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그러한 즐거움을 찾기엔 조금 부족한 듯싶으며 아쉬운 부분을 독자에게 떠 안겨 버린 느낌까지 듭니다.

 

!!!~내용을 이해 할 순 있어야 할 것 아니야~!!!

 

그러한 아쉬움은 스토리의 부재(不才)와 연출 방식 때문이라 말 할 수 있으며, 다 알려진 동화 속 이야기를 뒤집어 독자의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가 충분치 않아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한다면 이정아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침' 팍~팍(!!) 발라가며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정아 작가님.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길 부탁 드립니다~!!"

(^_^)y~♥ 

 

※ 작품성 ★☆ 재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