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천하일미 돈부리 - 다카쿠라 미도리(Takakura Midori)

스파이크(spike) 2010. 1. 6. 00:37

일단 한번 잡서봐여~부리 부리 돈부리

 

1993년 봄이 시작되는 계절에 필자는 국가적 '의무'라는 미명(美名)하에 군(軍)으로 끌려가게 되었고

27개월 동안 대한민국 인권과는 거리가 먼 특수한 형태의 집단에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견뎌 내야만

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젊은이라면 군생활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에

수긍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책임을 부여하게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의무'로 강요하는 인간들 또한

같은 정치적 종족임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갑자기 뭔 소리냐고요…?!! 

  

…몇 년 동안 끌려가서 매 맞고, 고통 받고, 골병 들어 나온 게 억울해서…  

…난, 국가공인  총알받이  노예(奴隸) 였어…

(-,.ㅜ;)

 

그렇게 군생활을 하고 있던 필자에게도 어김없이 첫 휴가는 찾아오게 되었고, 전투화에 '불광' 내고

다리미로 각 잡아 한층 멋을 낸 A급 전투복을 자랑스럽게 휘날리며 집으로 돌격 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광(光)내 봐야 얼굴 시커먼 군바리 땅개…

 

그리고 집으로 들어선 후 어머니에게 경례를 하고 몇 마디 안부를 주고 받은 뒤, 주린 배를 움켜쥐며

식탁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당시 휴가를 나온다는 통보를 미리 하지 않아

음식을 준비 못 하신 어머니께서는 상당히 미안해 하시며 갓 지어낸 하얀 쌀 밥과 미역 냉국,

고추장으로 버무린 '오징어 채'와 풋고추가 들어간 멸치 볶음을 내 놓으셨지요.

 

…전혀 미안해 하실 것 없었는데…

   

하지만 늘~노랗게 뜬 똥 국(된장국)과 고춧가루가 스쳐 지나간 양배추 김치가 주종목인 군 메뉴를 먹던

필자로써는 몇 달 만에 먹게 된 하얀 '싸제' 쌀 밥의 독특한 향기와 시원한 미역 냉국의 시큼한 알싸함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음식으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으며 정~말 맛있음을 무척이나 연발 하였는데, 지금까지도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훌륭한

밥을 먹은 기억은 뇌리에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요…?!!

 

지금 소개할 만화 '천하일미 돈부리'에는 그런 부모님의 향기가 묻어나는

'추억'이라는 산물(産物)의 음식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선 다카쿠라 미도리(Takakura Midori)의 '천하일미 돈부리'에 대략적인 줄거리를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지요. 

아버지의 실수로 경영 위기에 빠진 전통 있는 가게 '쿠라소바'는 문을 닫기 직전, 그의 외아들이자

만화의 주인공 '쿠라타 슈운'에 의해 맡겨지게 됩니다. 그런 '슈운' 옆에는 부잣집 딸이었지만 지금은

몰락하여 빚 보증까지 그에게 떠 안겨 버린 '다케미야 아야'가 일을 도와주며 기거하게 되지요. 그런 그에게 

'아오누마 토모히코'라는 사채업자가 나타나게 되고 강제적으로 채무를 상환 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슈운의 천부적 요리 실력을 우연히 간파 하게 된 토모히코는 빚 대신 새로운 돈부리 탄생을

명령하게 되고 요리 대결을 강요하며 이야기는 진행되기 시작하지요.

돈부리 : 일본식 덮밥을 말 함. 또는 그 덮밥을 담는 대접 모양의 움푹한 그릇을 말 하기도 함. 

일본의 대표적 음식이기도 하며 다양한 종류의 돈부리가 많이 있음. 특히 돼지고기를 이용한

부타돈 덮밥과 소고기(규돈) 덮밥, 카레 덮밥 등이 유명하다고 함.  

이 만화책의 주된 내용은 악역으로 등장하는 '토모히코'에 의해 강제적으로 새로운 '돈부리'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주인공 '슈운'의 과제(課題)와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입 맛을 만족 시켜야만 하는

결과(結果)에 있습니다. 그런 점이 바로 '천하일품 돈부리'를 읽는 첫 번째 즐거움이며, 그로 인해 독자들은

새로운 돈부리의 탄생을 눈으로 맛 보게 되지요. 또한 일본 덮밥 음식인 '돈부리'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독자라 하여도 주인공이 만들어 가는 요리의 과정과 설명을 보고 있노라면 꽤 많은 상식을

알 수 있는 것이 이 만화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강제적 과제로 인해 새롭게 탄생 시켜야 할 돈부리는 창조 할 수 있는 종류적 한계성이라는

커다란 벽에 직면 하게 되고 주인공 '쿠라타 슈운'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음식과

융합하고 응용하며 조화를 일구어 내면서 요리사로 한층 더 성장 하게 되지요. 그러나 이러한 변형적 음식의

탄생으로  '돈부리'라는 주제와는 조금씩 멀어지는 새로운 퓨전 음식이 발명 되어 만화의 성격은 급변 하기 

시작 합니다. 그러나 여기엔 '천하일품 돈부리'를 읽는 두 번째 즐거움이 숨어 있습니다.

 

하우웨벌(however)…하지만

 

이러한 이야기 구조의 변형은 '미스터 초밥 왕'이나 '맛의 달인', '철 냄비 짱'과 같은 대결 구도를 섞어 놓은

만화와 비슷해 지는 결과를 양산하게 되는데, 애석하게도 '천하일미 돈부리'에는 맛으로 긴박함을 깊게 끌어

올리거나 승부에서 나타나는 박진감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표출 되기 시작하지요. 또한 길지 않은 내용에서

악당의 일관 되고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모습은 갈등의 싱거움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와, 총 8권의 작품을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비우기에 버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 돈부리의 맛에 쉽게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하였듯 부모님의 향기가 묻어나는

'추억'이라는 산물(産物)이 음식을 통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악역으로 설정 되었으나 요리를

통해 과거를 회상(回想)하고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토모히코' 어머니에 관련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카즈야'의 가난했던 유 소년기에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차려주신 소박한 밥상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자신을 반성하는 장면에선,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가족애(家族愛)를 절절히

느낄 수 있게 만들지요. 바로 이러한 점이 과거의 맛있는 음식을 추억이라는 행복한 기억 속 상상을 통해

감동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천하일품 돈부리'의 최대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천하일미 돈부리'의 결론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천하일미 돈부리'는 "와~(!!) 정말 재미있다" 싶을 정도의 맛은 떨어지며 깊게 몰입하여 갑작스럽게 페이지가

넘어 갈 정도로 입 맛을 땅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쿠라타 슈운'의

손 끝을 통해 잔잔하게 버무려진 내용은, 마른 침을 삼키며 끝까지 먹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직까지 이 만화책을 읽어 보지 못 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쯤 추천해 드리고 싶은 작품이랍니다.

 

 "암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계속 부탁해요, 미도리(Midore)상~!!"

(^_^)y~♥ 

 

※ 작품성 ★★☆ 재미 ★★★☆

 

  ★ 본 작품의 리뷰는 '미스터블루'(http://blog.naver.com/mrbluecorp/)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