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앤디 라일리(Andy Riley) - 자살토끼(Bunny Suicide)

스파이크(spike) 2009. 11. 6. 21:39

 

 

누구나 죽고 싶을 때가 있다 - 맞는 말이다 - 그런데 저 '토스트' 기엔 어떻게 들어갔을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해 대한민국 자살 사망자 수가 무려 1만2858명으로 전년대비 684명이나 증가 했다고 합니다. 이는 매일 33.3명이 자살로 세상을 등진 것이 되며, 인구 10만 명 가운데 24.8명이 자살을 선택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2~30십대 사망원인 1위를 등극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는 암이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버금가는 사망 원인이며 지금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 플루 사망자 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발생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을 남녀 성별로 나누어 보면 남성 사망률이 두 배 가까이 많으며, 자살률이 높은 일본이나 헝가리 보다 훨씬 높고 2003년 이후 5년 연속 1위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는 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자살률이 급등한 것이 주 원인으로 판단 되며, 매년 30만 명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한 얼마 전 우리나라 국민 15~20% 가량이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 되었고, 2008년도에는 한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총 144명을 한강순찰대가 구조 했으며, 2007년에는 225명의 표류 및 투신 익사 체를 인양해 수사 의뢰하거나 행정 처리 했다고 합니다.

 

이것 참~씁쓸 하구만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를 고수(固守)하곤 있지만 세계적으로 따져보아도 전쟁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으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40초당 1명 꼴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특히 유럽과 남미 국가들은 자살 성격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라틴계통의 국가들은 낙관적이고 낙천적인데 비해 서구에선 고독이나 실존에 대한 철학적 이유의 자살이 높은 것을 봐도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자살론』에서 자살은 문명에 대한 반성수단이며 지나친 개인화나 엄격한 규제력 모두 높은 자살률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어찌 보면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자살(自殺)

"자신의 목숨이 자기 소유물임을 만천하에 행동으로 명확히 증명해 보이는 일. 피조물로서의 경거망동.

생명체로서의 절대 비극. 그러나 가장 강렬한 삶에의 갈망"

-소설가 이외수-

 

 

그럼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한번쯤 읽어 보셨으면 하는 만화 작품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번에 소개 할 작품은 2004년도에 출판된 앤디 라일리(Andy Riley)'자살토끼' 입니다. '자살토끼'하면 2000년도 플래시 애니메이션 열풍의 하나였던 '김재인'씨의 마시마로(Mashimaro)가 연상 되기도 하지만 그 작품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카툰' 형식의 만화 입니다. 물론 이 작품이 2003년에 발매된 것이니 만큼 혹시나 '엽기토끼'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일기도 하지요. 그러나 귀엽고 코믹하며 엽기적인 극소수의 부분을 제외하곤 비슷한 점을 찾기는 힘듭니다.

 

!!?~그럼 작가인 앤디 라일리(Andy Riley)에 대해 간단히 알아 볼까요~?!!

 

그는 1970년 생이며 영국의 만화가, 만화 각본 그리고 텔레비젼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자 4개의 베스트셀러 작품을 창조한 인물 입니다. 2002년 이후 'Roasted in The Observer Magazine' 이라고 불리는 잡지에 매주 만화를 연재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최근 작품은 'D.I.Y. Dentistry'이며, 이것은 'Health Robinson' 스타일의 창작 카툰집 입니다. 2008년 10월에는 그의 작품이 양장 본으로 영국에서 발행 되었고 지금은 자신의 동기생과 'BBC Two' 방송국과 'ABC Family' 채널에 시트콤을 집필하며 다른 TV 작품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영국영화텔레비젼 예술협회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3개의 시리즈가 상을 받는 기쁨도 누리게 되지요. 지금은 라디오 4개 패널 게임 'The 99p Challenge'에 5개의 시리즈로 활약 하고 있습니다. 그럼 '앤디 라일리'에 대해선 이것으로 줄이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살토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이 '자살토끼' 인지 궁금 하시지요…???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하얀 토끼' 입니다. 

하지만 이 토끼가 어디에 살고 있으며 이름은 무엇인지, 왜 죽으려 하는지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도발(挑發)하며 죽어가는 자살 방법 만큼은 매우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웃음에 이 만화의 첫번째 재미와 '자살토끼'라는 제목의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에 뛰어든 '햐얀토끼'가 자살하는 사람으로 의인화(擬人化) 되어 표현 된 것 임을 알 수 있으며, 지금 현재도 수많은 사람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고 있지만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왜 죽으려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부분에 동일점을 두게 됩니다. 이는 바쁜 일상생활에서 팽배(澎湃)해진 무관심과 현대 도시 사회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하얀토끼'를 통해 익명화(匿名化)된 사회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의 기발한 착상(着想)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세계적으로 40초당 1명씩 자살하는 것과 같이 정말로 유명인이 아니고선 일반인의 죽음은 '티'가 나지 않습니다. 이 만화에 나타나는 자살도 몇몇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하긴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버리는 죽음으로 무감각해져 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또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작가의 필력으로 인해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토끼를 독자들은 거리낌 없이 바라보며, 그 모습에서 실없는 웃음을 터트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 웃음 속 맞은편엔 순간적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우울함을 동반하며, 자살을 유쾌하게 표현 하였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냉소적 즐거움 또한 머금게 만들지요. 


카타르시스(Catharsis)

거기에다 작가는 '하얀토끼'의 자살에 도구(道具)를 사용함으로써 현대 기계문명에 대한 반발 즉,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이 말한 문명에 대한 '반성수단'이 은연중(隱然中) 나타나게 만드는데 바로 이런 점이 '자살토끼'의 두 번째 재미이자 가장 큰 장점 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심장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에피소드를 그려 내려 하다 보니 조금 억지스러운 장면도 있으며, 작가의 나라와 문화가 다른 점으로 인해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도 더러 있어 재미가 반감되는 단점도 나타납니다. 또한 자살을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게 표현 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생명을 지나치게 경시(輕視)한 부분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 '자살토끼'의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앤디 라일리(Andy Riley)자살토끼(Bunny Suicide)는 크게 재미있진 않습니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 뻥~(!!) 터지는 부분도 존재 하지만, 우리와의 문화적 배경 지식의 차이로 이해 할 수 없고 일본 망가 형식의 만화에 익숙한 국내 현실상 카툰 형식의 작품을 진득하게 의미를 파악하며 읽기에는 약간의 한계성이 표출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자살에 대한 암울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작가의 상상력과 그에 뒤따르는 웃음에 진정한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은 결코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작품임에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유명 여배우가 목을 메고, 대기업 총수가 한강으로 투신 하며, 전직 대통령이 벼랑에서 스스로 뛰어 내리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대한민국에서 과연 이 만화책을 유쾌하고 즐겁게만 바라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앤디 라일리(Andy Riley) 작가님~!!

자살토끼(Bunny Suicide)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부탁 드려요. 

(^_^)v 

 

※ 작품성 ★★★☆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