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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는 ‘보릿고개’란 말을 잘 모르는 듯하다. 배달앱을 켜면 새벽에도 음식이 오고, 냉장고엔 늘 무언가가 들어 있으며, 편의점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 땅의 사람들은 봄마다 굶주림과 싸워야 했다.
‘보릿고개’는 단순히 가난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건 진짜 목숨이 걸린 시간이었다. 가을에 거둔 쌀은 바닥났고, 다음 벼농사 수확까지는 아직 멀었다. 사람들은 산나물을 캐고, 죽을 묽게 끓이고, 아이들 밥그릇에 숟가락을 한 번 더 덜어 넣으며 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초여름 들판에서 보리가 익기만을 기다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ᆢ저 보리만 익으면 산다ᆢ!!
그 절박한 시간이 바로 보릿고개였다.

지금 보이는 이 보리밭은 아름답다.
푸른 하늘 아래 출렁이는 보리 물결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예전 사람들 눈에 저 풍경은 낭만이 아니었다. 생존이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과거를 잊는다. 대한민국은 원래 가난한 나라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고, 세계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였다. 부모 세대는 새벽부터 밤까지 논밭과 공장을 오가며 온몸을 갈아 넣었다.

기업인은 욕을 먹어가며 공장을 세웠고, 노동자는 손에 피가 나도록 일했다. 그렇게 자유시장과 산업화 속에서 이 나라는 굶주림을 밀쳐냈다. 지금 우리가 밤늦게 치킨을 시켜 먹고, 커피를 들고 산책하며,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소비하는 풍요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만들었고, 누군가는 보릿고개를 실제로 넘으며 만든 나라다.

그런데 이상한 시대가 왔다.
굶주림을 몰아낸 세상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노동을 천하게 여기고, 기업을 악으로 몰며, 시장경제를 착취의 언어처럼 말한다. 풍요 속에서 자란 586세대는 풍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잊어버렸다. 배고픔을 잊은 사회는 결국 생산의 가치를 잊는다. 나라가 가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다. 하지만 다시 부유해지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 역사를 보면 늘 그랬다. 망하는 것은 순간이고, 세우는 것은 한 세대의 희생으로 이룩된다.

보릿고개는 단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자유와 노동, 책임과 생산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는 기억이다.
지금 저 들판의 보리는 평화롭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 물결 아래에는 굶주렸던 세대의 한숨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버텨냈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이 겹쳐져 있다.
!!ᆢ대한국민들이여 잊지 말자ᆢ!!
풍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닌, 고통을 감내하며 노력하고 어떡하든 지켜내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초여름 보리밭을 바라보며 마치 바다 위 그물망에 걸려 퍼덕이는 멸치 떼처럼 흔들리는 보리들을 떠올리곤 오늘도 낙서를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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