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서평(書評) ◑

창천의 권(蒼天의 拳) - 하라 테츠오(Hara Tetsuo)

스파이크(spike) 2009. 9. 9. 00:07

 

 남성 중심의 남성 만화 - 하라 테츠오 의 창천의 권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미국 정부로 부터 일본인에 대한 연구 업무를 위촉 받은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1946년에 『국화와 칼 : 일본 문화 패턴』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일본인이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기술 되어 있는데

그 중 일본인의 성격을 잘 파악한 내용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왜 갑자기 '창천의 권' 만화 소개는 안하고 인류학 얘기냐고요?

일단 한번 들어 나 봐요.

(^_^)

 

 『 일본인은 누구보다도 싸움을 좋아 하는가 하면, 동시에 유순하며, 군국주의 적인 동시에

탐미적이며, 불순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완고 하면서도 또한 적응성이 풍부하며, 유순 하면서

귀찮게 시달림을 받으면 분개한다. 또한 충실 하면서도 불충실 하며, 용감 하면서도 겁쟁이 이며,

보수적 이면서도 또한 새로운 것을 재빨리 받아들인다. 』

 

여기서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극단주의(極端主義)에 대해 주목하는데 이런 일본인들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 되어 있는 만화가 바로 '하라 테츠오''창천의 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창천의 권'의 주인공

카스미 켄시로(염왕)은 천하무적 암살 권인 '북두신권'으로  무장하여, 태생적 아메리칸 슈퍼 히어로들 처럼

절대적 네버다이(Never Die) 신공(神功)을 온 천하에 자랑하며 중국 상하이를 누비게 되지요. 그 와중에 

정의의 이름으로 끊임 없이 적들을 잔인하게 응징하며 일본인 특유의 극단주의 본보기를 잘 보여주게 됩니다.

 

그럼 왜 일본 만화에는 끊임없이 강한 적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살해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일본 주간(週刊) 만화 잡지의 발행 패턴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주일에 한번씩 발매되는 잡지의 특성상 독자들의 눈을 사로 잡지 못 하면 인기가 떨어 

지게 되고 더 이상 연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패턴은 극영화 연출에서도

많이 나타나며, 이소룡(李小龍)에 '사망유희'라는 영화의 예를 들더라도, 매순간 강한 적들과 대결하여

승리를 쟁취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창천의 권'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할까요? 

여기까지 오는데 조금 오래 걸렸지요?!!

죄송합니다.

(-,.ㅡ;) 

 

2001년 5월 작가 하라 테츠오(Hara Tetsuo)의 담당 편집자가 편집장으로 있는「주간코믹번치」의

창간호에서 연재가 시작된 창천의 권(蒼天의 拳)은 많은 화재를 일으키며 발매 되기 시작 합니다.

예전 '북두의 권'에 비해 많이 어두워진 그림 체는 차갑고 말이 없던 '켄시로'를 보다 느끼하고

세련되게 만들었으며, 작가 본인이 2000만 명 중에 1명이 걸린다는「원추각막」을 앓고 난 후

원근 감이 나타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합니다.

 

그럼 '창천의 권'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켄시로'는 '강호의 의리'를 간직한 청방의 친구 '반광림'을 구해준 후, 그의 여동생이자

사랑하는 여인 '반옥령'을 상하이에 남겨둔 체 일본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어느 날 단신으로

돌아온 켄시로는 몰락한 청방의 재건(再建)과 사랑 했지만 사라져 버린 옥령의 복수를 위해 전위를

불태우게 되지요.

 

여기서 우리는 1980년대 '마초'적 남성상의 전형을 나타내는 이 작품의 특징을 분명히 보게 되고,

그런 남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극(劇)의 기호적 폭력성에서 만화책 '창천의 권'의 읽는 재미를

뼈져리게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피 범벅으로 응어리진 '창천의 권'은 처음 10권 까지는 조금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예전의 '북두의권'의 아류 작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약간의 실망스러운 점을 안겨 주기도 합니다.

 

!!~약해~약해~!!

 

특히 '국민당 서북군 총사령관'이자 '홍화회'의 우두머리 '장열산'이나, 상하이 항일 영웅 '라호성'의 몸집에

관한 개그들은 어이없지만 큰 웃음을 터트리게 만듭니다. 그러나 재미면에선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 올려

터트려 버리던 예전 '북두의 권'보단 미흡하고, 켄시로의 카리스마는 능글 능글 한 담배 연기와 함께

사라진 듯 보여 안타까운 느낌마저 들었지요.

 

좀 더 자세히 그 원인을 들춰 보자면, 예전 '브론손' 원작 '북두의 권'의 가장 큰 매력은 핵전쟁으로 인해 모든

무기가 무력화 된 상황에서 오직 권법의 힘으로 끊임 없이 적들과 대적 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

'켄시로'가 점점 강해져 승리를 쟁취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반면 '창천의 권'에서의 '켄시로'는 1930년 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강력한 재래식 무기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오직 권법 만으로 적들을 물리쳐 나가게 되고, 오히려 그러한 점이 내용적 설득력을 저하시켜 

만화의 '쪼이는 맛'을 상당히 떨어뜨려 버림으로써 지루한 감을 갖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바뜨(But) 그러나...

 

후반부로 갈 수록 이야기는 한층 흥미를 더하게 되고 빠르게 읽어 내려갈 만큼 재미 있어지게 됩니다.

 또한 간간히 작가가 서양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을 단역으로 삽입하여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반지의 제왕 간달프'나 영국의 코미디언 '미스터 빈', '리암 니슨'의 '다크맨'의

모습을 찾아 보시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 되네요.

(^_^)  

 

그러나 '창천의 권'에서 역사적 사건에 있어선 간과(看過) 하고 넘어가기엔 적잖이 찝찝한 장면들이 있어

집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물론 작가가 일본인 이다보니 그들이 일으킨 침략 행위에 대해 우리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 되지만, 중국과 일본과의 전쟁이 '진흙탕 싸움'이라며

국가간의 이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것 처럼 기술된 부분들은 인상을 찌푸리기에

충분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추측국1(樞軸國) 일본의 침략행위 자체가 전쟁의 원인이었고, 그들이 약소 민족을 억압하는

간악한 길로 나섰음에도 일본은 계층적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싸운 것 처럼 느껴지는 뉘앙스는 중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군들이 더욱더 나쁜 행위를 하는 것 처럼 그려져 있어 불쾌한 느낌

 마저 들었습니다. 

  

 

야~!! 정말 미친 거 아냐?!! 똑바로 해 이것들 아~!!

  

또한 이곳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악당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나 종속적인

여인 상으로 표현 되어 있으며, 특히 사무라이 문화가 풍기는 군국주의 시대의 남성 원리적인 그들의

모습은 주인공 켄시로나 그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여성을 다루는 행태완 너무나 상반된 감정으로

묘사 되어, 내용의 재미를 떠나 그들이 여성을 대하는 양면성과 우리의 역사적 아픔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 참 씁쓸~하구만~!!

 

 

그럼 결론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라 테츠오'의 '창천의 권'은 처음부터 박진감 넘치게 즐겁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페이지가 점점 더 늘어감에 따라, 냄비가 뜨거워져 뚜껑이 딸랑 거리듯 끌어 올라가는 재미는 충분한

만화이지요. 또한 역사적 사실을 뒤로한 체,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고 생각 하고 '킬링타임'을 위해 가볍게

넘겨 보신다면 빠른 시간 안에 남성미 넘치는 만화를 활기차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 됩니다.

 

아무튼 '창천의 권'에서 주인공 켄시로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기원하며 

'북두의 권'에서 처럼 굉장한 유행어가 탄생하길 바래봅니다.

 

!!!~넌 이미 죽어 있다~!!! 

 

하라 테츠오(Hara Tetsuo)상~!! 몸 조리 잘 하시고 멋진 작품 계속 부탁 드립니다~!!

(^_^)v

 

※ 작품성 ★★☆ 재미 ★★★☆

 

     ★ 본 작품의 리뷰는 '미스터블루'(http://blog.naver.com/mrbluec)에서도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1. 제2차 세계 대전 때에 일본, 독일, 이탈리아가 맺은 삼국 동맹을 지지하여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연합국과 대립한 여러 나라. 1936년에 무솔리니가 ‘유럽의 국제 관계는 로마와 베를린을 연결하는 선을 추축으로 하여 변화할 것이다’라고 연설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