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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글을 쓰고 블로그 임시저장함에 넣어 뒀는데, 아직 지워지지 않은 글을 발견하고 그대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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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정리를 하던 중 10년 전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니면서 작화하였던 작품의 콘티를 발견하였습니다. 라면박스에 넣어둔 콘티들은 매캐한 먼지 냄새를 풍기며 오랜만에 햇볕을 보게 되었지요. 그리곤 콘티를 뒤적거리며 과거에 했었던 일들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다 문득 같이 땀 흘려 일하던 동료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왜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잠겨있던 필자는 콘티를 보자 금방 해답이 나오더군요. 그럼 이왕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콘티를 보면서 설명해 볼까 합니다.
이 작품은 1997년에 미국에서 발주한 '스쿠비두-좀비 아이슬랜드'라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처음 접했을때 회사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합작품이라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보드(StoryBoard)를 자세히 보면 미국에서 일본회사에 하청을주고 일본회사가 그것을 다시 인건비가 저렴한 한국에 재하청을 준 듯 보여집니다. 또한 그 하청을 받은 규모가 제법있는 한국의 '모'애니메이션 회사는 그 밑의 중간급 애니메이션 업체에 또다시 재하청을 주고 중간급 애니매이션 업체는 소형 애니매이션 업체에 또다시 재하청을 주었습니다. 그런식으로 몇 단계를 거치다보면 작업시간은 촉박하게되고 인건비는 다 잘려 나간체 정작 그림을 그리는 애니메이터들만 열악한 환경에서 몇 일 밤을 새워가며 죽어라 작업을 하게 되지요. 여기서 첫번째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때 한국 애니메이션은 제작편수가 세계 3위이며 이는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언론에서는 떠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네. 세계 3위는 맞습니다. 하지만 하청으로 발생하는 양적인 면에서 세계 3위였을지는 모르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두고 외국에선 '색깔공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지요. 밑에 그림은 '스쿠비두'의 콘티 중 주인공들의 캐릭터입니다.
미국에서 하청을 줄 때 캐릭터의 이름과 키(사이즈)를 나타내는 그림을 보내 줍니다. 위의 그림은 설명을 위해 일부만 올려놓은 것 입니다만 실제로는 이렇게 전체적인 그림과 함께 캐릭터 하나하나의 모습과 자세한 설명이 같이 날아옵니다. 물론 이것과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에서 슈퍼바이저라 불리는 사람이 한 두 명이 같이 와서 지시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이런 캐릭터를 모두 그들이 만든 데로 받아와서 그것을 그려주는 점에 두 번째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좋은 점은 이들의 기술을 어느 정도 우리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핵심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으며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완성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캐릭터의 모양 하나하나의 자세한 설명과 입모양까지 만들어진 콘티가 오면 그들이 주문한 데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럼 이렇게 캐릭터만 와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드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점에 바로 세 번째 문제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감에 있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스토리 보드에 있다고 봅니다. 맨 밑의 그림을 보시면 스토리 보드가 있는데 이것을 토대로 원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에 있는 작가가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화면상에 그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설정해 주는 설계도와 같은 것인데 한국에서는 이 콘티를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게 됩니다. 물론 캐릭터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클린업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되지요. 실력이 안 되는 원화맨은 이 콘티를 확대 복사하여 원화를 탄생시키기고 이를 다시 클린업 단계를 거치고, 원작감이 마무리로 깔끔하게 정리해 준 다음, 동화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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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글을 쓰다 귀찮아서 관둔 것 같다. 계속해서 마무리를 해야겠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모아놓은 자료들도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야 할 듯하다. 벌써 이 글을 써 논지가 15년이 지났다니 세월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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