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 마당 한켠엔 오래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하나 남아 있다. 늘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는데, 좌측의 꼬꼬댁이 나타나 모이를 먹게 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크게 특별할 건 없는 평평한 구조물이고 갈라진 금 사이로 풀이 자라며, 오래된 콘크리트 특유의 누런 먼지빛이 스며 있는 돌덩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마 예전 집터 시절 장독대를 올려두던 자리였을 가능성이 큰데, 높이도 애매하게 떠 있고, 넓적한 형태도 그렇고, 마당 가장자리 위치도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신기한 건 따로 있었다. 구조물 네 귀퉁이마다 ‘王’ 자가 새겨져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엔 무슨 풍수 의미라도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옛날 사람들의 주술 같은 건가 싶기도 했다. 장독대라는 곳 자체가 예전 사람들에겐 단순히 된장 담그는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안 먹거리가 저장되는 곳이자 생활의 중심이었고, 할머니가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읊던 민간신앙의 장소이기도 했으니까. 또한 부적을 붙여놓기도 하고, 십자 표시를 새겨놓기도 하고, 태극 문양 같은 걸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우물이나 장독대처럼 먹는 것과 관련된 장소엔 “잡귀를 막는다”는 의미를 담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러니 저 왕(王) 자 역시 나쁜 기운을 막으려는 의미였을 수도 있겠다 싶다. 왕이라는 글자 자체가 우두머리와 중심을 뜻하니까.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의외로 별 의미 없을 수도 있다. 예전 미장공이나 공사 인부가 작업 표시용으로 새긴 단순한 기호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ᆢ“여기가 기준점”ᆢ!!


아무튼 오래되고 낡은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오래전 누군가의 생활과 손때가 남아 있는 흔적이 있어 너무나 신기하다. 백 년 가까운 시간을 버틴 집에서, 이런 알 수 없는 애매한 흔적이 그 시간 속에 나를 연결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
'◈ 가십기사(記事)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네타냐후 쫄앗노!! (2) | 2026.05.22 |
|---|---|
| 지브리로 본 5ㆍ18 광주!! (2) | 2026.05.17 |
| '잡초'보다 더 강력한 풀!! (2) | 2026.05.09 |
| 이란(Iran) 니들 이제 클~났다!! (0) | 2026.05.05 |
| AI가 만들어가는 그림 세상!! (0) | 2026.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