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빌딩은 사람들의 야망처럼 솟아올라, 구름을 찌르듯 하늘 위에 박혀 있었다.
그 꼭대기, 금빛 카펫이 깔린 회의실. 회장과 이사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있었다. 권위적이고 성질이 포악한 회장의 눈치를 보느라, 이사들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거나 볼펜을 굴리며 불안을 감추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도표와 보고서가 무더기로 쌓였고, 창밖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유리창이 삐걱거렸다. 그 소리는 발정 난 고양이의 울음처럼 불길하게 회의실을 메웠다.

이 빌딩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장은 누구보다 먼저 꼭대기 층을 차지했다.
“내 사무실과 회의실부터 지어라. 권력의 무대는 꼭대기에서 시작하는 거다.”
시행사 대표는 조심스레 반대했으나, 회장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시행사 대표는 결국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고, 공기는 단축되었다. 추가 비용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미 악명 높은 ‘블랙컴퍼니’였으니까. 대표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이 공사는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인부들의 사정은 더 열악했다. 값싼 인건비로 고용된 조선족 노동자들과 후진국 출신의 일꾼들. 언어는 통하지 않았고, 안전지시는 번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작은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현장은 늘 소음과 불신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모두는 버텼다.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징조가 나타났다.
벽면을 따라 머리카락 같은 균열이 스르르 번지더니, 콘크리트 가루가 톡톡 떨어졌다. 철근이 삐걱거렸고, 바닥은 미세하게 진동했다. 사람들은 바람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불안은 이미 샹들리에까지 흔들어 놓았다.
“이 건물은 최신 기술로 지은 거다. 걱정들 말어!”
회장은 돋보기를 코끝에 걸친 채, 눈알만 굴리며 서류를 훑었다. 그의 태연한 목소리는 오히려 사람들을 더 얼어붙게 했다. 건물이 무너지든 말든, 본인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듯이.
그러나 쿵—! 하는 굉음과 함께 기둥 하나에 걸려 있던 액자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비명을 질렀다. 회의실의 공기는 얼어붙었다. 액자가 산산조각 나자, 이사들은 의자를 밀치며 허겁지겁 일어섰다. 종잇장처럼 흩날리는 보고서, 날카롭게 튀는 유리 파편. 건축가는 숨조차 멎은 채, 꼭대기 층 전체가 아래로 꺼져내리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더 높이, 더 크게!”
탐욕을 외치던 회장의 목소리는 콘크리트 붕괴음 속으로 삼켜졌다. 가장 높은 곳에
선 자가,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몸을 날려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뒤에서는 철골이 피아노 현처럼 끊어지며 무너졌고, 임원들의 비명은 한순간에 뚝 끊겼다.
“살아야 한다.”
그 한 가지 생각만이 나를 밀어붙였다.
간신히 지상에 도착했을 때, 숨은 거칠게 몰아쉬어졌다. 도시의 하늘은 먼지로 뒤덮였고, 잔해가 폭발하듯 연쇄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 빌딩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내 삶의 모형. 그리고 나는 언제나 그 꼭대기층—욕망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먼저 무너짐을 목격하는 증인이라는 것을.
나는 비명을 삼키며 눈을 떴다.
‘악몽’이었다.

화장실에서 대충 얼굴을 씻고 옷을 챙겨 입은 뒤, 나는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쇳소리와 먼지가 뒤섞인 현장. 1층 로비에는 이미 임원들이 모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숨 막히는 듯한 섬뜩한 기시감이 밀려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본능처럼 사람들을 밀치고 뛰어올라탔다. 손을 뻗어 그들의 탑승을 막으며 곧장 꼭대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철문이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 몸을 던져 억지로 문을 벌렸다. 불쾌한 시선이 나를 훑었다. 이사들은 중앙에 회장이 설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뒤, 문을 닫았다.
그때 1층 로비 천장 모서리에 보이지 않던 금이 슬금슬금 퍼져갔다. 콘크리트 가루가 한 알, 두 알 바닥에 흩날렸다. 마치 시작의 신호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쳤다. 악몽에서 깬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여전히 꿈속인 걸까. 엘리베이터가 올라갈수록 철문 틈새로 스며드는 먼지 냄새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샹들리에조차 없는 로비 천장에서,
들려서는 안 될 철골의 비명이 낮게 울려 퍼졌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일제히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무너진 것은 건물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탐욕, 그리고 내가 믿어왔던 모든 세계가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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