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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극당을 시작으로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대구 삼송베이커리, 경주 황남빵, 목포 콜롬방 제과까지, 지역에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면 ‘이왕이면 한 번쯤’이라는 마음으로 한국의 이름난 빵집들은 대부분 들러봤다. 그래서 국내 빵 문화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 며칠 전 대전 성심당의 ‘딸기시루’를 둘러싼 기사를 보고, 이 빵이 과연 6~7시간을 기다리고 웃돈을 얹어 중고 거래까지 해가며 먹어야 할 대상인가에 대해선 솔직히 고개가 갸웃해졌다.

맛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빵을 둘러싸고 형성된 풍경이 너무 과했고 오바스러웠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국내에서 ‘정말로 맛있다’고 기억에 남는 빵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메뉴 하나가 등장하면 4050은 물론 MZ세대 가릴 것 없이 한 방향으로 쏠려가는 이 집단적 움직임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연돈 돈까스가 그랬고, 방송에 한 번 소개된 요리사들의 식당이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비슷한 평가로 수렴되지만, 그 과정은 늘 같다. 언론이 불을 붙이고, SNS가 증폭시키며, 사람들은 맛을 확인하기보다 줄을 서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소비의 중심은 음식에서 경험으로, 경험에서 인증으로 옮겨간다.

성심당의 딸기시루가 특별해서라기보다, 그 앞에 끝없이 늘어선 대기 줄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너무 솔직하게 보여준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뒤처질까 봐 서는 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여했다는 기억을 사기 위한 줄. 그 장면이야말로 빵보다 훨씬 상징적인 시대의 풍경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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