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취여행(食貪) ♥

간장 하나 고르다 보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스파이크(spike) 2026. 1. 8. 08:17


나 어릴 적만 해도 시판 간장의 종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판매하는 회사도 몇 개 되지 않았고, 마트 진열대에 놓인 대부분은 '진간장'이었다. '국간장' 조차 집에서 담가 먹는 집이 많았던 시절이라, 간장은 국간장과 진간장 두 가지뿐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양조간장’이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진간장은 싸구려고, 양조간장이 진짜라며 아줌마들이 너도나도 양조간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때까진 종류가 많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나 역시 간장에 큰 관심 없이, 그냥 간장이면 다 같은 간장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일본을 방문했을 때 대형마트에서 본 간장 진열대는 꽤 큰 충격이었다. 요리 용도별로 나뉜 간장들, 심지어 계란프라이에 뿌려 먹는 전용 간장까지 있는 걸 보고는 ‘아, 이 나라는 진짜 다르구나’ 싶었다.

다시 국내 이야기로 돌아오면,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간장이 떨어진게 생각나 진열대 앞에 섰다. 그 순간 한국도 어느새 간장 종류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걸 실감했다. 샘표 간장만 보더라도 진간장에 품번이 붙어 있어,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 수가 없었다. 병마다 골드, 금 F3, 금 S, S, 양조간장 501, 701 같은 넘버가 적혀 있고, 잠시 멈춰 서서 뭘 골라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챗GPT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정리해 보면 가격과 맛의 순서는 S < 금 S < 금 F3. 금 F3가 가장 깊은 맛이고, S는 가장 기본적인 진간장이라는 설명이었다.

대한민국도 어느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며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사람들의 취향 역시 하나로 묶이지 않는 시대가 됐다. 간장 종류가 늘어난 것도 그런 흐름의 일부일 것이다. 음식 문화는 산업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해 왔고, 대형마트 진열대에 늘어선 간장 병들을 보며 새삼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것 아닌 간장 하나에서도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