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서비평(政治) ◐

정신나간 법들을 계속 만드네!!

스파이크(spike) 2026. 1. 10. 16:00


살아오며 접한 자료와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사태를 무조건 ‘민주화운동’으로만 규정하는 데에는 분명한 의문이 남는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지만, 그 범위가 무장과 조직적 폭력까지 포함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당시 시위 양상을 보면 단순한 항의 집회를 넘어 무기고 탈취, 교도소 수감자 석방, 언론사 방화, 인민재판, 버스와 차량 탈취, 무장 집단의 조직적 활동 등 일반적인 시위의 범주를 벗어난 행위들이 다수 확인된다.

총기와 각종 무기를 확보해 집단적으로 사용한 사건을 두고 ‘폭동적 성격’을 지적하는 것이 과연 부당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크다. 특히 공식 기록이나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군인보다 시민군이 더 두려웠다는 증언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외면한 채, 하나의 해석만을 절대적 진실처럼 고정시키는 태도야말로 역사 논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1980년 5월 18일의 사건은 여전히 냉정하고 입체적인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며, 특정 정치적 프레임으로 봉인해 둘 사안은 아니다.
발포 책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지휘 체계와 실제 명령 구조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 대해 모든 책임을 단편적으로 귀속시키는 서술은, 그 본인의 증언과 이후 공개된 여러 자료를 감안할 때 충분한 학술적 검증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비판과 책임 추궁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역사적 단죄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문화·교육·미디어 전반에서는 광주 사태를 일방적 피해 서사로만 재현하고, 책임을 군부 전체에 귀속시키는 방식의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생산돼 왔다. 영화, 드라마, 만화 등 파급력 높은 매체를 통해 특정 해석만을 감정적으로 주입하는 구조는, 역사에 대한 토론을 확장시키기보다 오히려 봉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금을 통한 각종 지원까지 결합되면서, 특정 서사만이 ‘공식 기억’으로 굳어지는 현상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차규근·정동영이 공동 발의한 5·18 특별법 개정안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개정안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저지른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 예산을 제한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며, 그 대상에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들을 사실상 포괄한다. 문제는 이 조항이 단순한 예산 기준을 넘어, 이들 인물의 공과를 균형 있게 평가하려는 시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주장해 온 진영의 논리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특정 인물을 무조건 악마화하지 않으면 지원을 배제하겠다는 구조는, 역사적 평가를 법과 예산으로 통제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역사 해석의 영역은 처벌과 금지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과 검증의 대상이어야 한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이념 대립으로 수백만 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낳은 비극적 경험을 가진 나라다. 그 상처를 직접 겪은 세대가 여전히 생존해 있는 현실에서, 특정 이념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반대 의견을 제도적으로 위축시키는 행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과거 독재를 비판해 온 이들이, 정작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는 법과 제도를 앞세워 침묵을 강요한다면 그 모습이 무엇과 다른지 되묻게 된다.

역사는 숭배의 대상도, 금기의 영역도 아니다.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검증되고 논쟁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록이 된다. 특정 해석만을 ‘정답’으로 고정시키고 나머지를 봉쇄하는 순간, 그 행위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가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