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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초능력이 몇 달간의 노력 끝에 자리 잡자, 그는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잠드는 법을 잃어버렸다.
눈을 뜨고 있으면 눈꺼풀이 말라붙고, 안구는 사포처럼 거칠어졌다. 마치 눈알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건조함이 몰려왔다. 반대로 눈을 감으면 방 안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침대 옆 책상, 벽에 걸린 시계, 전등 위 먼지까지—모든 것이 또렷해 오히려 눈이 부셨다.
결국 그는 극심한 불면 끝에, 눈을 부릅뜬 채 잠드는 법을 체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이라기보단, 육체가 더는 버티지 못해 스스로 만들어낸 생존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잠들기 전, 그는 인공눈물과 식염수를 눈 점막에 넉넉히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눈을 딱 뜬 채 천장을 응시하며 잠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잔다’기보다는 '멈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의 기이한 수면 방식은 부모의 불안을 더욱 가중 시켰다. 그들은 가끔 그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혹시 눈을 감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잠든것은 건 아닐까, 아니면 여전히 깨어 있는 걸까.
문틈 사이로 이불 속에 누워, 눈을 부릅뜬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잠이 아직 안 들었구나’ 싶어 놀라서 문을 닫았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까지도 자세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걸 본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속삭였다.
“여보… 저 새끼… 눈 뜨고 자요.”
“...뭐? 저 새끼 붕어 된 겨?”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눈 뜨고 잔다니까요.”
“그니까. 붕어가 눈 뜨고 잔다니께.”
소파에 앉은 어머니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뭔가 더 큰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온몸을 감쌌다.

“아니 열한 박씨 창성공파 32대 장손이 왜 저 꼴이야… 도대체 누굴 닮아 저래.”
“닮긴 누굴 닮아. 지 애미 닮아서 그런 거지.”
“뭐라구요? 나를 닮긴 뭘 닮아요? 하는 짓은 당신이랑 똑같구만.”
“뭐? 자고로 자식은 엄마 닮는다, 유튜브서 의사들이 그랬어!”
“어디서 틀튜브나 보고…”
그 순간, 방 문이 벌컥 열렸다.
아들은 눈을 감은 채로 뚜벅뚜벅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닫고 들어간 그는 태연하게 소변을 봤다. 놀라 지켜보던 어머니는 작게 작게 얘기했다.
“봤어? 봤어? 저 새끼… 눈 감고 다녀…”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화장실 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가 나올 때도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변 소리가 끊기고, 아들은 무릎까지 내려간 반바지를 지저분하게 끌어 올린 뒤 방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말했다.
“저거 실눈 뜬 거야.”
“아니라니까요!”
“실눈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멀쩡히 걸어 다녀?”
“저번에 그랬잖아요. 문 벌컥 열고 나와서… 눈 감고도 보인다고.”
“당신 그걸 진짜로 믿는 거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지금 눈 감은 채로 걷고 있잖아요!"

그 모든 말이 오가는 동안에도 그는 부모님이 있는지도 모른체 아무런 반응 없이 이불에 누워 있었다. 잠에서 깬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면... 벽 너머도 볼 수 있는 거 아냐?’
그는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눈 감고 볼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는 걸. 그렇다면 벽을 투시하는 능력도, 비슷한 시간만 투자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벽 너머가 보인다면, 진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겠지?'
그는 이불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사찰에서 수행하는 스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고, 벽면을 응시했다.
부모가 있는 거실 쪽이 아닌, 20대 중후반 자매들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 아파트 그의 방 반대편 벽면을 향해.
☆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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