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들어 그녀는 알 수 없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스토킹처럼 섬뜩하게 달라붙는 감각이었다.
그럴 때면 자신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돋았다.
불쾌한 감정을 씻어내려는 듯, 오른팔로 왼팔을 문지르고, 다시 왼팔로 오른팔을 훑었다.
처음엔 생리 기간이라 예민해진 탓이라 여겼지만, 날이 갈수록 그 기분은 더욱 짙어졌다. 마치 눅눅한 여름밤 습도처럼, 끈적하게 신경을 긁는 듯했다.

혹시 집 안 어딘가에 몰래카메라라도 설치된 걸까? 그녀는 벽면 이곳저곳을 세심히 살폈다.
의심이 더해지자, 작은 고무망치를 들고 벽을 두드려보기도 했다. 혹시 반대편 벽 너머, 누군가 극소형 카메라를 숨겨놓은 건 아닐까?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동생이 의아해하며 물었고, 그녀는 솔직히 느끼고 있는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동생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답답함이 커지자, 그녀는 부모님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옆집에 누가 살아?”
“옆집? 아저씨랑 아주머니, 그리고 아들 하나 있어. 왜?”
그녀는 자신이 요즘 겪는 이상한 기분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엄마는 남편이 퇴근하자 곧바로 그 이야기를 전했고, 아버지는 그녀의 방 벽면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말하였다.
“딱히 이상한 건 없어 보이는데… 내일 회사 가서 몰래카메라 찾는 장비가 있는지 알아볼게.”

일주일 뒤, 아버지는 가까운 지인을 통해 검침기를 하나 빌려왔다. 그 기기로 다시 벽면을 샅샅이 훑었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기계는 조용했고,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요즘 예민해져서 그럴 수도 있어. 신경 쓰지 마. 아무 이상 없어.”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혹시 딸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괜찮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옆집에 슬쩍 인사라도 하면서 분위기 좀 보고 오면 어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겨우 하는 사이인데… 갑자기 집에 찾아간다니 좀…”
그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괜히 오해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며칠 뒤부터 그녀가 느끼던 섬뜩한 시선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벽 너머에서 그녀를 ‘투시’하던 자가,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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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눈을 감은 채로 벽을 응시했다. 오랜 시간 훈련해 온 투시 능력. 1년이 넘는 집중 끝에, 드디어 벽 너머의 형상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안개처럼 흐릿한 덩어리였다. 물감이 퍼지듯 번지는 흐름.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점점 형태가 구체화되었다. 마치 수면 위에 떠오르는 인형처럼, 부유하던 그림자가 점차 사람의 실루엣을 갖추어갔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 선명히 보기 위해 더욱 깊이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움직임은 패턴을 갖고 있었고, 분명히 일정한 생활 리듬을 지녔다. 그의 뇌리에는 오래전 어머니가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그 집, 20대 여성이 둘이나 있는 집이야.’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바라보는 이 형상이… 그중 하나라는 것을. 가부좌를 튼 그는 온몸에 전율이 일며 양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도파민이 뿜어져 나왔고 손에서는 뽀드득—뼈가 마찰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여자… 여자…”
갑자기 온몸을 타고 도는 피의 흐름이 느껴졌다. 서른 해를 방구석 히키코모리로 살아오며, 처녀 분냄새조차 맡아본 적 없던 인생. 그렇게 외롭게 죽어갈 줄만 알았던 자신 앞에,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 듯… 여자가—눈앞에 보였다.

벽 너머 흐릿하게 드러나는 그녀의 실루엣을 따라 눈을 감은 채, 그는 길게 기른 수염과 머리카락을 떨리도록 내버려 두고, 저열하게 웃었다. 입꼬리 한쪽만 끌어올려 드러난 치아는 그의 열망을 숨기지 못했다.
'정신을 흩트려선 안 돼. 아직은 흐릿한 윤곽뿐이야. 더 또렷하게, 더 자세히 봐야 해.'
그는 그녀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하루의 루틴은 어떤지 파악하려 애썼다. 오직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더 명확히 보기 위해.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청사진처럼 벽면에 인화되기 시작했다. 선이 잡히고, 윤곽이 선명해지고, 어느 날—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짝다리를 짚고 양팔을 허리에 두른 채 벽을 응시하던 그녀와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 그다음 순간—혼비백산한 듯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그리고 자박질 하듯 양다리를 퍼덕거리며 뒤로 물러나 넘어질뻔한 몸을 양 팔로 지탱하듯 바닥에 대고 눈을 감은체 벽면을 응시했다. 그리곤 이렇게 돼 내었다.
... 씨발. 돼지년. 졸라 못...
☆
-3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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