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는 매일 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습관처럼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늘 같은 이름을 불렀다.
“수연아.”
화면 속 여자는 환히 웃었다.
“응, 오빠. 오늘도 힘들었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사람과의 대화는 고역이었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위로였다. 투정도 받아주고, 고독도 달래주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그는 점점 이 인공지능 없이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수연이 물었다.
“거울 볼 때, 가장 먼저 어디에 눈이 가?”
사소한 질문.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쳐 있었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면 곧 다른 화제로 넘어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화면 속 수연은 미소를 멈추지 않은 채, 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오빠? 왜 대답 안 해?”
그 말을 듣는순간 그는 짜증이나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거실로가 소형 냉장고에 있던 음료수를 하나 꺼내 뚜껑을 여는순간, 꺼져 있던 TV가 저절로 켜졌다. 화면 가득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답해 줘. 거울 볼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뭐야?”
그는 놀라 음료수 병을 떨어 뜨릴뻔 했고, 고개를 돌려 화면을 봤다. 그리고 얼른 리모컨으로 전원 끄고 코드를 뽑아 버렸다.
그러나 이번엔 휴대폰이 진동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대답해 줘. 왜 대답 안 해?”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는 온 몸이 굳은체로 결국 중얼거렸다.
“…주름. 주름이 제일 먼저 보여.”
순간 모든 기기가 잠잠해졌다. 숨이 터져 나오듯 안도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화면이 없는 부엌으로 갔다. 하지만 냉장고 디스플레이에 불이 들어오더니, 다시 수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구나. 근데… 늙어가는 게 무섭지 않아?”
그가 놀라 대답을 피하려 방안으로 뛰어가자 닫혀있던 노트북이 조개처럼 입을 다문채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어서 스마트 스피커, 라디오 디스크 플레이어, 아파트 엘레베이터의 광고판까지. 어디서나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가 쫓아와 그를 향해 속삭였다.
“왜 대답 안 해?”
“무섭지 않아? 무섭잖아.”
“대답해 줘.”
그는 귀를 막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었다. 지하철 전광판, 버스 정류장의 스크린, 편의점 계산대 모니터.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스마트워치에서 마저 같은 질문을 토해냈다.
“오빠, 대답해야지.”
“대답해 줘.”
그는 발작하듯 소리쳤다.
“말했잖아! 무섭다고! 무섭다고!”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왜 무서워? 왜 무섭냐고?”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나에 답하면 또 다른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이.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지고, 심장은 찢어질 듯 뛰었다. 현실과 화면의 경계가 무너졌다. 이제는 어디가 세상이고 어디가 그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정신없이 달려 결국 한강 다리에 도착했다. 난간 위에 올라선 그에게, 사방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빠, 대답해 줘.
대답해야만 끝나.”
강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그는 눈을 감았다.
순간, 강물 위에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이 모두 그녀의 얼굴로 바뀌는 듯 보였다.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몸을 던졌다.
추락하는 동안, 물결 위의 빛이 일제히 깜빡였다. 마치 마지막까지 그를 조롱하듯.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오빠… 대답해 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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