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의 새벽은 언제나 무균 상태였다.
소독약 냄새, 마취제의 단내, 유리벽에 맺힌 습기. 그 모든 것이 그의 하루를 여는 의식이었다.
그는 여섯 시 정각에 병원 엘리베이터를 탄다.
수술실은 28층, 도심을 내려다보는 투명한 유리의 사각 공간. 천장은 복합조명으로 설계되어, 그 어떤 그림자도, 피의 색조도 반사되지 않게 세팅되어 있었다. 그 공간에서 그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는 전 세계 성형외과 학회에서 ‘신의 손(The Hand of God)’이라 불렸다. 세계적인 배우, 왕실의 인물, 중동의 재벌가 딸까지, 모두 그의 손끝을 거쳐 갔다. 그가 잡은 메스는 한 나라의 미적 기준을 바꾸었고, 그는 런던과 도쿄, 두바이에까지 수술을 위해 비행을 했다.
그러나 그가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볼 때면 언제나 같은 생각이 스쳤다.
“저 불빛들 아래엔 내가 만든 얼굴들로 채워져 있겠지...”
그 생각은 처음엔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감정의 무게 없이 그저 숫자처럼 떠돌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얼굴들을 더 이상 구분하지 못했다.
어제의 배우와 오늘의 모델, 유럽의 공주와 지방의 부유한 아내가 모두 한 얼굴로 겹쳐졌다. ‘예쁜’이라는 말의 형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하루 여섯 건의 수술.
모든 절개선이 정확했고, 모든 봉합선이 완벽했다. 환자들은 마취에서 깨어날 때마다
“선생님,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라며 울었다.
그는 그 말을 수천 번 들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감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기계적인 미소, 연습된 목소리, ‘수술 잘 됐네요. 축하합니다’라는 말.
퇴근 후 그의 사무실엔
꽃다발과 감사 편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당신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이 얼굴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그것들을 차가운 손끝으로 넘겼다.
감사 대신, 이상한 피로만 남았다.
창문을 열면 도심의 소음이 올라왔다.
그는 창가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검은 액체 위로 그의 얼굴이 비쳤다.
“이건 내가 손댈 수 없는 얼굴이군.”
그는 씁쓸히 웃었지만, 그 미소는 너무 오래된 습관 같았다.
그의 일상은 완벽하게 조율된 루틴이었다.
새벽 출근, 수술, 컨퍼런스 인터뷰,
학회 논문 발표, VIP 환자 비밀 상담.
모든 것이 정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제된 하루가 반복될수록
그의 내면은 점점 ‘빈 도자기’처럼 비어갔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수술실의 냄새를 견딜 수 없게 됐다. 소독약이 아니라, 사람의 피와 세포, 그것들이 식어가는 냄새가 싫었다.
예전에는 그 냄새 속에서 창조의 기쁨을 느꼈지만 이제는 ‘소멸’을 느꼈다.
그는 인간을 되살리는 게 아니라
인간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한 여배우가 그의 앞에서 울며 말했다.
“선생님, 제 얼굴이... 예전보다 덜 예뻐요.”
그는 대답 대신, 수술 전 사진을 꺼냈다.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조화롭습니다.”
그러나 여배우는 계속 울었다.
그녀의 울음은, 그의 내면 어딘가를 건드렸다.
“조화로운 건 아름다운 게 아니에요.
살아 있는 얼굴이 아니에요.”
그녀의 말이 잔향처럼 남았다.
그날 밤 그는 집무실 불을 끄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인체 비율 도표와
고대 조각상의 얼굴이 번갈아 떴다.
그는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조화로운 건 살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아름다움이란?”
그의 시선이 서해로 향했다.
지도 위, 점 하나.
서울에서 멀지 않은 무인도였다.
그는 갑자기 ‘섬’이란 단어에 이끌렸다.
세상의 모든 기준으로부터 고립된 공간.
인간이 처음부터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곳.
그는 결심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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