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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에 백수인 그는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아랫배가 살살아파 눈이 떠지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똥을 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온 몸을 휘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제 편의점 앞에 앉아있다 돈도 없고 할 일도 없어 집에 들어온 그는 식탁 위 그릇에 담겨있는 땅콩을 발견했다. 부모님이 식탁에 앉아 조금 까드시다가 놓고 들어가신듯 했다. 마침 배가 고팟기에 그는 땅콩 그릇을 조용히 들고 들어가 그릇에 있는 땅콩들을 까먹기 시작했다. 간만에 딱딱한 견과류를 먹으니 어금니와 턱 사이가 뻑뻑해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입 안에서 부서지며 고소한 향과 맛을 오래도록 느끼기엔 양이 많지 않았지만 허기는 가실만큼 충분했다. 그렇게 땅콩을 먹은 그는 핸드폰을 뒤척이다 눈을 뜬체 잠들었고

싸르르르 아픈 아랫배의 감각으로 인해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마침 거실엔 부모님도 안계시고 집안은 절간처럼 조용했다.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밀어내길 할 수 있었다. 설사였다. 하지만 새벽에 먹은 땅콩. 그 땅콩이 완전체로 소화되질 않아 날카로운 부스러기가 돼 직장을 타고 항문을 통과했다. 그 땅콩 부스러기들은 잘게 부순 유리조각 같았다. 힘을 줘 밀어낼 때 마다 그의 입에선 녹슨 자전거 브레이크가 내뿜는듯 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끼야아악~!!"
한번, 두번 크게 숨쉬고 세번 밀어 낼때마다 땅콩조각은 직장과 항문의 벽면을 긁어대며 변기의 고인물로 떨어졌다. 그때마다 그의 비명은 방언 터지듯 '마귀여 물러가라'라며 화장실 벽면에 메아리 쳤다.

그 소리에 놀란 엄마가 안방에서 뛰어 나왔고 도대체 뭔 일인가 싶어 소름돋은 표정으로 화장실 문을 지켜봤다. 그런 엄마의 표정을 두눈 질끈 감은 그가 투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 했다. 단지 똥꾸녕이 너무 아플 뿐이였다. 찢어지는 아픔. 요도에 젓가락이 박히는 느낌이 그럴꺼다. 그렇게 큰 일을 치루고 비누칠을 해 박박 닦고나온 그를 엄마는 공포와 오한이 가득한 얼굴로 처다보고 있었다. 그런 엄마와 눈이 마주친 그는 걱정으로 멈춰버린 엄마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아니여요. 괜찮아요, 괜찮아"라고 자기도 모르게 말을 뱉었다. 그러자 엄마는 "눈이나 뜨고 얘기 해"라며 왜 눈을 감고 다니는질 물었다.
"엄마, 놀라지 말고 들어. 나 눈감고도 핸드폰을 볼 수 있어. 그리고 벽면 너머도 보여."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쫙 깔고 엄마한테 진실을 털어놓자 엄마는 플라스틱이 불의 열기에 녹아내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처다보며 말했다.
"눈 감고도 뭘 한다고?"
"아니 그러니까 눈감고도 보인다고."
"뭐가?"
"...세상이..."
"....."
그의 대답에 엄마는 세상을 다 잃을듯한 표정으로 그를 처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갈피조차 못 잡는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엄마가 걱정 됐는지 그는 더욱 바짝 붙어 앉아 눈을 감은체 말을 했다.
"엄마, 내 얼굴 똑바로 봐."
"눈부터 뜨고 말해."
"아니 내 눈을 똑바로 보라고."
"그니까 눈부터 뜨고 얘기를 하라고."
더이상 말이 이어지기 힘들다 판단한 그는 엄마의 손을 갑작스레 잡곤 더욱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엄마.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몸으로 숫자를 표현해 봐. 그럼 그걸 내가 맞출께."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아들의 장단에 맞춰 그렇게 해줘야 되는지 아님 얘를 정신병원엘 대리고 가야 할지를 순간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을 본 그가 좀 더 크고 진지한 목소리로 한번 속는 샘 치고 안방엘 들어가면 내가 그걸 맞추겠다고 얘길했다. 그 기세에 눌린 그녀는 어질어질함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갔고, 그는 엄마의 행동을 보고 숫자를 맞추기 위해 눈을 감고 투시 모드로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방문안을 집중해 처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가 어떤 숫자를 나타낼지 조용히 지켜봤다.
"...ㄱ...기...김...혜...경..."
"아니, 엉덩이로 이름 쓰지 말고 손으로 숫자를 표시 하라고!!"
그는 엄마의 엉뚱한 행동에 짜증이 일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가 대답했다.
"진짜로 보이는거야? 너 어디 구멍 뚫어놓고, 아니면 몰래 카메라 달아놓고 그런거 아니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허둥지둥 무언가를 찾는가 싶더니 아들을 향해 휙 돌아서 험학하지만 의심스런 얼굴로 다시 이렇게 물었다.
"투시를 할 수 있다했지? 그럼 어떤 것이든 뚫고 볼 수 있는거야?"

그러자 그는 지금까지 벽면만 주로 봐왔고 오늘 방문안을 들여다 봤으니 대체적으로 왠만해선 다 투시가 될듯 싶다고 말했다. 그말을 들은 엄마는 아직도 의심적은 눈을 버리지 않은체 방으로 들어가 물건을 담아두는 불투명 철재 박스 하나를 가져오더니 이안에 뭐가 들었는지 맞춰보라 했다. 그러자 그는 한곳을 집중해 눈을 감고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지고 온 상자 안에는 안방에서 사용하던 잡다한 것들을 담아 놓았는데 맘에 안드는 루즈나 대일밴드, 후시딘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뚫어져라 보던 그는 갑자기 엄마 얼굴을 한번 처다본 후 뭔가 놀란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콘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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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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