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심미안(審美眼)의 발견>(6)스파이크 단편소설.

스파이크(spike) 2025. 8. 14. 09:56


엄마는 알게됐다. 아들이 투시 능력이 있다는 걸. 하지만 아들에게 남편과의 사적 부분이 들킨 것에 얼굴이 더 화끈 거렸다. 어짜피 삶의 일부이고 생활의 한 단편일 뿐이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 중 하나였음에도 엄마는 쪽팔렸다. 하지만 아들은 콘돔이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에대해 별반 개의치 않는듯 했다. 오히려 "아빤 나보다 건강 하구나"하며 염불을 외듯 중얼거리곤 자기 방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그날 이후 그녀는 방안에만 있는 아들 동호가 더욱 신경 쓰였고 투시로 안방을 들여다 볼까 불안했다. 특히 남편과 부부생활을 하는 모습을 벽 너머에서 아들이 바라보고 있다는 걸 상상하면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일을 마친 남편이 집으로 들어오자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고 아들을 분가 시켰으면 한다고 강력히 주장 했다.

"조그만 오피스텔 보증금이나 아니면 다세대 원룸 하나 잡아 내보내죠."

"진짜 투시를 할 수 있단 말야?"

"네. 그런데 그건 그렇고 거기다 왜 고무장갑을 넣어둬 사람 민망하게..."

"그 상자를 가지고 나갈진 몰랐지. 걔가 우리방엘 들어와 물건을 뒤지는 애도 아니고."

"몰라요. 아무튼 이번에 내보내서 이젠 알아서 살으라고 해요.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 나도 걔 빤쓰까지 빨아주는거 이젠 싫탄 말이예요."

"알았어. 내가 잘 얘기 할께."


그런말이 오간 후 아빠는 조심히 아들방 앞으로 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멈춰 노크를 하려는듯 손을 들고 망설이며 잠깐 서있었다. 그러자 안에서 그의 말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셔요."

깜짝 놀란 아빠는 이녀석이 정말 투시 능력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문을 열고 들어가 이불위에 눈을 감고 누워있는 아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곤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나가라. 이집에서ᆢ."

"네?"


"나가라고. 이젠 너도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고 이제 독립해서 살아. 그리고 아까 내가 문 밖에 있었던 걸 알아챈 걸 보면 진짜 네 엄마 말대로 너가 투시능력을 갖고 있던 없던 그 재능을 이용해서 잘 살아갈 수 있을게다. 오피스텔 원룸 보증금 정도는 마련해 줄테니 이번달 안으로 나가."

그말을 들은 아들은 갑작스런 통보에 감은 눈을 번쩍 뜨고 입을 벌린체 멍하니 아빠를 바라봤다. 그런 아버지는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듯 뒤돌아 나가버렸고 방안에 누워있던 그는 몸을 일으켜 앉은 후 갑자기 자신에게 닥처온 위기를 감지한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중얼거렸다.

".ᆢ콘돔은 왜 거기 놔가지고ᆢ."

그는 아빠가 갑자기 분가를 하라는 이유가 오로지 콘돔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의 자립을 늘상 원했을 뿐 뚜렸하게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 큰 아들이 방구석에서 나오지도 않고 폐인처럼 지내는 모습이 너무나 싫고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에 처박혀 소식과 청결함, 적당한 게임과 넷플릭스 가족 공동 아이디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것으로 경제적인 민폐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어 싫지만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내심 아들의 독립과는 무관하게 본인들의 부부생활을 아들이 꽤뚫어 보는 것에대한 부담감도 있는건 사실이었다. 어쨌던지간에 아들에게 통보한 그는 오후에 부동산을 한번 가서 근처에 아들이 살만한 작은 방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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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방을 나간 후 그는 본인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몹시 불안해졌다. 가장 큰 걱정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지껏 살면서 군 제대 후 전단지(찌라시) 알바와, 지금은 연락이 끊킨 친구와 함께 지방을 다니며 숙식 노가다를 몇 개 월 한것을 제외하곤 사회생활을 한적이 없었다. 그 숙노도 생활력이 강했던 친구로 인해 끌려다니듯 했을뿐 늘상 무기력 하고 게으르게 움직였던 그가 감당하기엔 일 자체가 너무 빡쌨다. 그 결과 그 친구와도 소원해 졌고 이후 연락이 끊켰다.

그렇게 고민에 쌓여 앞으로 뭘 할까를 생각하며 다시 아빠한테 가서 못나가겠다고 얘길할지 아님 문을 잠궈 버리고 안나가겠다고 땡깡을 피며 버틸지 이불 위에서 버둥거리며 끙끙 거렸다. 그때 문뜩 부모님은 뭘 하실지 궁금해졌다. 분명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까 상자에 있던 콘돔이 생각나 안방을 투시하는 건 바로 포기했다. 그때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는 눈을 감고 방 밖을 관찰했다. 그때 부모님이 그의 방문 앞으로 오는것이 보이자 그는 이부자리에 앉아 노크를 하기전 "들어오셔요"라고 말을 했다.

문 앞에 서계신 부모님은 뭔가 초조한듯 그를 잠시 처다 보았고 그리곤 조용히 그의 앞에 앉아 이렇게 얘기했다.

"오피건 다세대건 원룸 구해지면 거기가서 살아. 거기까진 우리가 해주마. 우리도 34평 아파트 둘이 평생 벌어서 딸랑 이거 하나잖냐. 이제 너도 커서 방이 3개까진 필요 없으니 우리도 이번참에 작은 평수로 가고 거기서 남은 차액으로 방 하나 얻어 줄테니 거기서 알아서 살아."

아빠의 진지한 말에 그는 뭔가 대꾸를 해야했지만 할 수가 없어 아빠를 빤히 처다봤다. 순간 아빠 표정이 더욱 심각하게 굳어졌고 그에게 "야, 아빠가 얘기 하는데 눈 좀 뜨고 들으면 안되냐?"라고 약간 짜증을 냈다. 그러자 그는 눈을 뜨고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나 꼭 나가서 살아야 돼?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잖아. 여지껏 아무일 없이 살았고."

그러자 아빠는 "이제 너도 곧 있으면 만 서른이 넘어. 그렇다고 네 스스로 직장을 잡고 생활 했다면 너 스스로 자취를 하든 뭘 하든 살아갔겠지. 근데 너 방구석에서 하는 일 없이 백수로 있잖아. 이젠 네 스스로 자립을 할 때가 된듯하다. 아무튼 그리알고..."

그렇게 아빠만 줄곳 떠들고 엄만 옆에서 가만히 앉아 아무말도 안한 상태로 아빠와 함께 방을 나섰다. 그렇게 부모님이 나가자 그는 눈을 감고 그들의 이동방향을 쫓았고, 안방으로 들어가신 부모님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차분하고 조용히 내방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두 분이 오른손을 살짝들어 주먹을 쥐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펴 올렸다.

-6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