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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가 고팠다. 하지만 아빠가 독립자금으로 준 삼계월 치 210만원으론 백일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사를 한 다세대 옥탑방은 건축된지가 30년 가까이 된 노후 건물이었지만 건물주가 세세히 신경을 썼는지 큰 파손 없이 그냥 낡아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딩이라 옥탑까지 오르려면 평소에 운동이 전혀 돼 있지 않은 그로썬 큰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여지껏 히키로 살았던 그였기에 위아래를 오가는 일은 다행히 크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노후 건축물 답게 옥탑인데도 한쪽면은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바퀴벌레와 그리마는 이전 아파트보다 훨씬 많았다.

그는 절망했다. 아파트와 다세대 옥탑의 차이에. 옥탑에서 멀찍이 예전에 그가 살던 아파트가 보였고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는 후회했다. 눈 감고 핸드폰을 보겠다는 그 신념 하나로 인해 세상만물이 변화해 버린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 시간이 지옥이요 영화 속 매트릭스 세계관의 제일 밑바닥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누워서 스마트폰만 보기엔 시간이 너무 빨리갔다. 이러다간 아빠가 준 독립축하금 210만원이 금방 날아갈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벌어야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일단 집안 청소부터 3일간 말끔히 하고 새사람 새인간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께임 한 판 하고 넷플 하나 때린다음 사발면 하나 축이고 시작하자."

그렇게 청소도 안하고 탱자탱자 놀기만 하다 열흘이 훅 지나자 그는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문제가 자신에 의해 시작되고 있음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누워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먹는거라곤 사발면과 밥을 해서 동글동글 말아 김을부숴 뭍혀논 주먹밥과 김치가 전부였다. 예전 엄마가 해논 밥과 반찬을 냉장고서 꺼내 먹던때가 좋았었다. 그땐 그게 너무 당연하다 생각해서 히키로 살아도 평생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완 너무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그는 자꾸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려 하고 있었다.
".ᆢ투시는 왜 해가지고ᆢ."
그러고보니 그는 이사를 한 후 투시에 대해 생각해 본적도 시도도 하지 않았다. 1층부터 4층까지 누가 살아가는지 조용히 계단에 앉아 바라만 봐도 다 알 수 있는것을 그는 전혀 상상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급작스레 호기심을 느낀 그는 옷을 주섬주섬 걸처입고 현관문을 미친듯 조용히 연 후 도둑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복도 위에서 아래층을 내려다 보았다. 왼쪽엔 7호, 오른쪽엔 8호가 있었는데 일단 그는 7호부터 눈을 감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할머니 한분이 부엌쪽에서 뭔가 하고 있고... 삐쩍 마른 대머리 할아버진 거실에서 한문책을 읽고 있네. 훈장님인가? 티비는 좀 끄고 하지. 아무튼 볼 것 없고 8호를 보자. 음... 아무도 없네.'
그렇게 4층을 클리어 하고 3층이 내려다 보이는 계단에 앉아 5호, 6호를 들여다 보았지만 다들 일하러 나가서 아직 안들어 왔는지 집이 비어 있었다. 그런 모습에 실망한 그는 금방 실증을 느끼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오전에 사람들이 언제 집을 나갔다 들어오는지만 명확하게 파악되면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고 빈집을 터는것은 문제도 아닐것 같았다. 하지만 찐따ㆍ쫄보인 그는 도둑질을 실행에 옮길만한 배짱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또한 마음 씀씀이도 악한걸 악한지 모르는 파렴치한은 아니었기에 결국 투시로 뭘 할 수 있을지를 고민만 하다 있는 돈만 까먹으며 한 달을 소비했다.
"아냐. 초조해 할 필요 없어. 아직 나에겐 두 달이란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는 혼자 이런 말을 되네이며 뭘 하며 살아갈지 골몰했다. 마음같아선 다시 부모님댁에 처들어가 살려달라, 거둬달라 졸라보고 싶지만 한달동안 단 한번의 연락도 없는 부모님의 행동을 봐선 절대 받아줄리 만무해 보였다. 아무튼 중간중간 심심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이런 다세대 주택에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모든 층을 지금까지 관찰해 보았으나 다들 고만고만 하고 지저분 하게 정리안된 집구석들을 자랑하며 짐들을 쌓아놓고 살아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깔끔한 집은 7호실 훈장 할베네가 단촐하니 깨끗했다. 대머리 할베가 빼짝 말라서 꼬장꼬장해 할머니가 꽤나 피곤할 것 같았다. 그렇게 또다시 어영부영 30일이 지나갔고 남은 잔돈으로 나머지 30일을 버틸 수 있을지 그는 불안해졌다.
"ᆢ하ᆢ씨발ᆢ"
"!!?ᆢ진짜 굶어죽진 않겠지ᆢ?!!"
"엄마한테 돈 좀 달라할까?"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그는 돈 벌 궁리를 하지 않았다. 생각을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함만 떠올랐다.
"한 달에 딱 백만원만 있으면 충분한데..."
"엄마한테 한달에딱 30만 달라할까?"
하지만 히키 찐따인 그가 알바를 구하러 나가는 것 자체가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그에게는 위대한 도약'일 정도로 큰 일이었다. 혼자 미용실을 가서 이렇게 저렇게 깎아달라 말 한 마디 못 할 정도로 그는 소심하고 폐쇄적이며 자폐적으로 변해갔다. 그런 본인의 모습이 싫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갔다.

그 누구가 말했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살은 굶어 죽는 거라고. 하지만 돈 없고 배고픈 그는 너무나 먹고싶은게 많았다. 스마트폰 영상의 세계에서 먹방을 찍는 유명인들이 돈도 벌고 실컷 먹는점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식사를 조금 많이하면 금방 배앓일 하는 신체 능력이라 자신의 몸뚱아리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은 먹는것이 아닌 투시이며 이것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은, 아니 생각나는 것은 딱 하나 있었다.
"그래!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나가보자!"
그래서 늘 하던데로 Ai에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투시능력을 심사위원 들에게 증명해 보이려면 일단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걸 알게됐다. 그는 자기 이름 쓰는것도 스펠링이 헥깔릴 정도인데 Ai에 소개된 참가신청 방식 또한 무척이나 복잡해서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론 도전 자체가 불가능 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갑자기 한줄기 빛처럼 기회가 오는가 싶었는데 역시나 그건 한낮 신기루일 뿐이었다.

그렇게 좌절의 시간을 보내며 자존심은 상하지만 최후의 방법으로 '엄마찬스'를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하려니 자괴감이 들어 도저히 손가락을 액정화면에 가져다댈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개월이 다 되어갔고, 행운의 일주일 전에 돈이 다 떨어져 가는걸 알 수 있었다. 이젠 하루에 두끼만 먹고 열흘정도를 더 버텨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일단 돈을 확보해 두는것이 중요한지라 엄마에게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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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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