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섬의 매입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신속히 이루어졌다. 그가 변호사에게 단 한마디만 했다.
“누구도 찾지 않는 땅을 찾아주세요.”
그 말 한마디로, 석 달 뒤 그는 서해의 바람이 매서운 무인도의 주인이 되었다. 지도에도 이름이 없는, 단지 좌표로만 존재하는 섬.
그는 그곳을 ‘아르카디아(Arcadia)’라 불렀다. 인간이 처음으로 다시 빚어질 낙원이라는 의미였다.
건설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모든 계약서는 외국 법인을 경유했고,
건축가들은 섬의 일부 구조만 보고 작업했다.
그는 “생체의학 연구를 위한 해양 격리 연구소”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누구도 그 연구의 내용을 묻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그 자체로 신뢰이자 면허였다.
섬의 주요 구조는 바다 아래 30미터에 자리했다. 지상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위와 풀 몇 송이, 바닷새의 발자국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유리, 강철, 그리고 온도조절 시스템이 얽힌 거대한 인체 구조 같은 복합 설비가 완성되고 있었다.
그는 매주 토요일 새벽, 병원 빌딩 옥상에서 헬리콥터를 탔다. 헬기 이륙장엔 언제나 단 한 사람만 배석했다 —그의 전용 조종사이자, 그가 ‘루카’라 부르는 남자.
비행 시간은 정확히 47분.
서울의 불빛이 작아지면, 그는 눈을 감았다.
아래에 있는 수천만 개의 얼굴들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복제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름 아래로 내려갈 때, 그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신의 영역으로 간다.”
헬기는 섬의 헬리패드에 내린다.
바람이 멈추면, 그는 조종사에게 단 한마디만 남긴다.
“연락하면 바로 오게.”
루카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헬기가 멀어지면, 섬은 완전한 정적에 잠겼다.

그는 엘리베이터처럼 설계된 암반 통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의 공기는 해수보다 차갑고, 무균 상태였다. 그 안엔 수술실 세 개, 생체 분석실,심리 적응실, 식단 조절실, 그리고 감시 시스템이 있었다. 모든 것은 그가 직접 설계했다.
거울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말했다.
“거울은 인간이 타락을 자각하게 만든 최초의 장치다.”
아르카디아 안의 인간은 자신을 볼 수 없어야만 했다. 그래야 완전한 순종과 변화가 가능하다고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공사는 2년이 걸렸다.
서울의 병원은 여전히 가득 찼고,
그는 매일 새 환자를 받으며 자금을 섬으로 흘려보냈다. 그의 피로는 쌓였지만, 그것은 더 이상 지침이 아니라 의식이었다. 서울의 수술실은 현실을 위한 공간, 섬의 지하실은 ‘창조’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언제나 두 개의 도면이 펼쳐져 있었다. 하나는 인체의 근육 구조, 다른 하나는 섬의 단면도.
그 두 그림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해부가 아니라 복원이다. 인간의 본래 형태로의 회귀지.”
밤이면 그는 헬기 소리 대신 파도 소리를 들었다. 파도는 섬의 벽을 두드렸고, 그 소리는 마치 거대한 심장 박동 같았다. 그는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제 재료만 남았군.’
그의 눈앞에 수천 명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다듬어온 완벽한 얼굴들이 아니라, 미완성, 결핍, 불균형 속의 얼굴들. 그는 그 중 한 사람을 떠올렸다.ㅈ무엇인가 결핍되어 있으나,
그 결핍이야말로 ‘진짜 인간의 아름다움’을 품은 존재.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정확히 수술 전 환자를 마주할 때처럼,
어떤 작품이 이제 막 태어나려는 순간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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