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는 잠들었다.
완성된 작품처럼,
조용하고 아름답게.
그는 유리벽 너머로 그녀를 한참 바라봤다.
그녀의 호흡,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
근육의 긴장도, 모든 것이 계획된 수치 안에 있었다. 그는 수술실 기록에 마지막 메모를 남겼다.
> 실험체 001. 완벽히 적응. 정신 재구성 과정 안정화.
그는 피곤하지 않았다.
그저 오래된 갈증이 조금 해소된 느낌이었다.
자신이 추구하던 아름다움의 본질이
마침내 형태를 가진 순간이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명을 줄이고, 출입문을 잠근 뒤
지하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지상으로 올라왔다.
섬의 공기는 고요했다.
멀리 바다새들이 울었고,
하늘은 비현실적으로 맑았다.
헬리콥터가 이륙할 때,
그는 창밖으로 지하 통로의 입구를 내려다봤다. 바위틈 사이로 그곳의 유리 천장이 햇빛에 반짝였다.
누구도 그것이 인간 개조 실험실이라 생각하지 못하리라. 어부들이 봐도, 단지 버려진 무인도의 빛일 뿐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 속엔 새로운 엑셀 시트가 떠 있었다.
> PROJECT ARCADIA – PHASE 2
후보 수: 7명
목표 인원: 12명
실험 장소: 확장 예정
그는 손가락으로 한 셀을 더블클릭했다.
그리고 짧게 메모를 남겼다.
> “집단 비교 실험. 생존 경쟁 병행.
미(美)의 선택은 자연선택이어야 한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피로가 없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섬은 여전히 지도에 ‘무인도’로 표시돼 있었고, 서해의 어부들은 밤낮으로 그 근처를 지나쳤다. 가끔 파도가 잠잠한 날이면
섬 아래에서 미묘한 전류가 감지되곤 했다.
그들은 말한다.
“거기 밑엔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은 안 살죠.”
그는 여전히 강남의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있었다. 환자 대기명단은 14개월을 넘어섰다. 세계 언론은 여전히 그를 ‘신의 손’이라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의 손이 이미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
인류 자체를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잠시 거울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단정했고,
그 눈빛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 “이번엔 열두 명이다. 그리고 1등에겐 상금도 주어진다. 마치 오징어 게임처럼.”
그는 조용히 마스크를 올렸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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