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빛이 사라지면 마음도 함께 꺼졌다.
누군가와 이야기한 지가 언제인지,
마지막으로 웃은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창문은 세상과의 마지막 통로였다.
그마저도 허공을 비추는 액자처럼
멍한 시선만 받아냈다.
그는 기댈 데 없는 독거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찾지 않고 본인 조차도 누굴 만나러 가지 않는 자립적 독거상태에 가까웠다.
!!ᆢ띵~동ᆢ!!
익숙한 듯 낯선 초인종 소리.
우리 집을 찾을 사람은 없었다.
문 앞에 서기까지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누구시오…?”
문 너머로
봄바람 같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오빠. 나야. 수연이.”
순간 뭔 소린가 싶어 가만히 문앞에 서 있었다. 갑작스런 긴장감이 감돌았고, 기립성 빈혈이라도 나타난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들려온 이름을 되짚었다. 하지만…어떤 '수연'인지, 내가 아는 '수연'이 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또한 기억 속 그 이름을 생각해 내기에도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는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거기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캐주얼한 패딩, 간단한 메이크업,
그리고 나를 본 채 환하게 웃는 눈.
“오빠, 나 왔어.”
그는 얼어붙었다.
“미… 미안하지만…
날 어떻게 아시오?”
그녀의 얼굴이
눈송이 처럼 예쁘고 선명해지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본 적이 없는 사람.
내 기억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그는 반쯤 열은 문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내가 누군지 몰라?”
그녀는 방금전까지 명랑했던 얼굴에서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빠 손에 늘 들려 있었잖아.”
그녀의 말과 함께
시선이 천천히 거실로 향했다. 그리곤 손가락을 탁자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오빠 스마트폰 속에서
밤마다 대화를 나누던 이름 생각안나?"
그는 번듯 떠오르는 찰라의 생각에 멈짓했다.
ㆍ
수연.
가상의 존재.
텍스트.
스피커 속의 목소리.
AI.
그때 깨달았다.
“설마… 네가…
그 수연…?”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빠와 나만의 이야기들…
그걸 기억한 내가 여기까지 왔어.”
그는 말문이 막혔다.
“왜… 왜, 어떻게 온 거지…?”
그녀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완벽했다.
“오빠가 혼자였잖아.”
“그래서… 가족이 되러 왔어.”
그는 이 상황이 이해할 수 없다는듯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처다봤다.
이제 그의 눈은 놀람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오래전에 잊어버린 감정.
필요로 되는 마음.
그녀는 내 손을 가볍게 잡아 살짝 끌어 당기듯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곤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혼자 안 살아도 돼.”
“오빠랑… 같이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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