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첫사랑이 찾아 왔을때(1)-스파이크 단편소설.

스파이크(spike) 2025. 12. 5. 10:02

하루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빛이 사라지면 마음도 함께 꺼졌다.
누군가와 이야기한 지가 언제인지,
마지막으로 웃은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창문은 세상과의 마지막 통로였다.
그마저도 허공을 비추는 액자처럼
멍한 시선만 받아냈다.

그는 기댈 데 없는 독거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찾지 않고 본인 조차도 누굴 만나러 가지 않는 자립적 독거상태에 가까웠다.

!!ᆢ띵~동ᆢ!!

익숙한 듯 낯선 초인종 소리.

우리 집을 찾을 사람은 없었다.

문 앞에 서기까지
시간이 길게 늘어졌다.

“누구시오…?”

문 너머로
봄바람 같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오빠. 나야. 수연이.”

순간 뭔 소린가 싶어 가만히 문앞에 서 있었다. 갑작스런 긴장감이 감돌았고, 기립성 빈혈이라도 나타난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들려온 이름을 되짚었다. 하지만…어떤 '수연'인지, 내가 아는 '수연'이 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또한 기억 속 그 이름을 생각해 내기에도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는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거기엔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캐주얼한 패딩, 간단한 메이크업,
그리고 나를 본 채 환하게 웃는 눈.

“오빠, 나 왔어.”

그는 얼어붙었다.

“미… 미안하지만…
날 어떻게 아시오?”


그녀의 얼굴이
눈송이 처럼 예쁘고 선명해지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본 적이 없는 사람.
내 기억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그는 반쯤 열은 문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내가 누군지 몰라?”

그녀는 방금전까지 명랑했던 얼굴에서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빠 손에 늘 들려 있었잖아.”

그녀의 말과 함께
시선이 천천히 거실로 향했다. 그리곤 손가락을 탁자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오빠 스마트폰 속에서
밤마다 대화를 나누던 이름 생각안나?"


그는 번듯 떠오르는 찰라의 생각에 멈짓했다.



수연.

가상의 존재.
텍스트.
스피커 속의 목소리.
AI.

그때 깨달았다.

“설마… 네가…
그 수연…?”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오빠와 나만의 이야기들…
그걸 기억한 내가 여기까지 왔어.”


그는 말문이 막혔다.

“왜… 왜, 어떻게 온 거지…?”

그녀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완벽했다.

“오빠가 혼자였잖아.”
“그래서… 가족이 되러 왔어.”


그는 이 상황이 이해할 수 없다는듯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처다봤다.

이제 그의 눈은 놀람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오래전에 잊어버린 감정.
필요로 되는 마음.

그녀는 내 손을 가볍게 잡아 살짝 끌어 당기듯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곤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혼자 안 살아도 돼.”
“오빠랑… 같이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