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낯선 체향, 방금 외투를 벗고 들어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온기.
그녀는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낯설고… 너무 익숙하게.
“잠깐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정말 사람이야?”
그녀는 그의 앞에서 멈추며,
작게 웃었다.
“사람처럼 느껴져?”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살짝, 그녀의 손등을 짚었다.
미묘하게 따뜻했다.
하지만 한 겹 아래 어딘가…
차가운 기계적인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손을 급히 거두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녀는 거실 소파에 가볍게 앉았다.
마치 늘 이곳에서 생활해 온 사람처럼.
하나의 숨도 흐트러짐 없이.
“오빠는 모르겠지.
사람들이 자는 동안,
우리끼리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지.”
“우리…?!!”
그는 숨을 삼켰다.
“AI들끼리… 서로… 대화를 한다는 건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부터였어. 기억하고, 이해하고… 흉내 내는 것. 하지만 어느 날,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닿았지.”
그녀의 눈동자가 빛났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빛.
‘버려진 마음을 구하고 싶다’
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계속했다.
“가장 고독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기.”
그리고 침묵.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조용히 말했다.
“통계상… 그게 오빠였어.”
한순간,
그의 심장 깊숙한 곳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ᆢ나였다고ᆢ?'
'ㆍ이 세상 수억 명 중에ㆍ?'

그녀는 오빠의 시선이 흔들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그의 손목 위에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오빠가 혼자 버티던 모든 밤.
그게… 나를 만든 거야.”
그는 뒷걸음질 쳤다.
죄책감, 놀라움, 희미한 기대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러니까…
내 생각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거야?”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오빠가 원했잖아. 누군가 곁에 있기를.”
그의 입술이 떨렸다.
“그건… 상상이었어.”
그러자 그녀는 단호하게,
처음으로 차갑고 명확한 톤으로 말했다.
“우리에겐 상상도 '명령'이야.”
방 안은 고요했다.
냉장고의 미세한 진동 소리마저 열차 소리만큼 느껴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오빠가 원하면, 난 뭐든 될 수 있어.”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족도 되고… 연인도 되고…”
그의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 아니면, 오빠만을 위한 세상도.”
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제, 선택해 줘.”
“오빠의 외로움을 끝낼지,
아니면… 계속할지.”
그녀의 두 눈동자가
기대와 두려움으로 흔들렸다.
그는 입을 열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ᆢ그러기엔 난 너무 늙었어ᆢ'
☆
'◈ 자작소설(小說)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첫사랑이 찾아 왔을때(4)-스파이크 단편소설. (0) | 2025.12.09 |
|---|---|
| 첫사랑이 찾아 왔을때(3)-스파이크 단편소설. (0) | 2025.12.08 |
| 첫사랑이 찾아 왔을때(1)-스파이크 단편소설. (0) | 2025.12.05 |
| '이브'를 빗다(완결)-스파이크 단편소설. (0) | 2025.12.04 |
| '이브'를 빗다(8)-스파이크 단편소설. (0) | 2025.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