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장 ― 정원에 남은 것들

아침은 늘 같은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해가 나무 꼭대기를 넘기기 전에, 로봇은 먼저 정원의 경계를 한 바퀴 돈다. 토양의 수분을 확인하고, 밤새 떨어진 잎의 수를 계산하며, 그날 손대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목록에서 지운다. 이 정원에서는 하는 일보다 하지 않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노인은 그 과정을 묻지 않았다.
젊었을 때는 하나하나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정리하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의자에 앉아 햇빛의 각도를 느끼는 쪽을 택했다. 그는 로봇이 자신보다 이곳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지 오래였다.
“오늘은 바람이 좀 세게 부네.”
노인의 말에 로봇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는 이미 기록되어 있었지만, 로봇은 굳이 그 수치를 말하지 않았다. 이 정원에서 중요한 건 정확함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노인은 나무 그늘 아래 놓인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 의자는 수십 년 전, 직접 자리를 고르고 방향을 맞춰 둔 것이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의자는 한 번도 다른 곳으로 옮겨진 적이 없었다.
“로봇?”
로봇은 그의 시야 옆, 늘 같은 거리에서 멈춰 서있었다. 너무 가까우면 불편해했고, 너무 멀면 부르기가 어려웠다. 그 거리 역시 수치가 아니라 기억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제 난 오래 못 살 것 같아.”
로봇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에 붙일 수 있는 정확한 문장이 이 정원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겁나는 건 아니고.”
노인은 잠시 숨을 골랐다.
“다만… 이곳이 걱정이 되는 거지.”
그는 손끝으로 나무의 그림자를 가리켰다.
“저 나무는 베지 말아. 보기엔 삐뚤어졌지만, 여름엔 그늘이 가장 좋아. 그리고 저 연못의 물은 너무 깨끗하게 만들지 말고. 물이 너무 맑지 않아야, 많은 동물들이 떠나지 않거든.”
로봇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저장했다. 중요한 정보는 중복 기록을 통해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내 재산 말이다.”
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치 오래 미뤄 둔 숙제를 꺼내듯 말했다.
“전부 네 명의로 넘길 생각이야.”
그런 일들이 이젠 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로봇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화의 목적이 법정의 심판장처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야.”
노인은 웃었다.
“여기가 팔리지 않는 것. 바뀌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영원토록 남아 있게 되는 것.”
로봇은 분유통을 눕혀놓은 것 같은 얼굴을 돌려 정원을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주인의 이름을 새긴 표식이 하나도 없었다. 대신, 그가 남기지 않기로 선택한 흔적들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
“... 명령은 아니고...”
노인이 덧붙였다.
“... 부탁도 아니고....”
로봇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을 거라 믿어.”
그날 오후, 바람은 조금 잦아들었다.
나무는 베어 지지 않았고, 연못은 너무 맑지 않았으며, 의자는 제자리에 있었다.
노인은 눈을 감았고, 로봇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원은 그저, 살랑 거리는 바람 속에 계속해서 얌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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