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장 ― 담장 밖에서

노숙자는 며칠 동안 그 집을 살폈다.
정확히는 집보다, 집을 둘러싼 정원을 봤다.
마을과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 십여 분쯤.
길이라 부르기 애매한 비포장 길 끝에, 담장 하나를 두르고 있었다. 이 근처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늙은 노인 몇이 남아 있는 마을은 해가 지면 숨을 죽인 것처럼 조용해졌다. 밤이 되면, 누가 소리를 질러도 들을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노숙자는 담장 바깥에서 정원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깔끔한데 사람 사는 집 같진 않아.'
잔디는 잘 손질 돼 제때 깎여 있었고, 꽃은 아름답게 가꿔져 있었으며, 나무는 무성했지만 어수선하지 않았다. 버려진 집에서 흔히 나는 냄새가 없었다. 대신 관리된 땅 특유의 냄새가 났다. 물, 흙, 잎사귀가 섞인 냄새.
그리고 로봇이 있었다.
정원 안을 천천히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물뿌리개를 들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했다. 기계치고는 너무 느렸고, 사람치고는 너무 정확했다.
노숙자는 침을 삼켰다.
'저 놈이 다 하는 거구만. 집도, 정원도.'
며칠을 지켜보자 답이 나왔다.
사람은 없었다.
문이 열리는 일도, 불이 켜지는 일도 없었다.
'저 깡통만 없애면…'
노숙자는 가방 안쪽을 손으로 더듬었다.
휴대용 함마. 크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단단했다.
'저거 하나 부수고 나면, 여긴 그냥 내 집이네.'
그는 일부러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담장 가까이 다가가고, 움직임을 크게 하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며칠쯤 지나자 로봇의 동작이 미묘하게 바뀌는 게 느껴졌다.
'새끼, 봤네.'
그는 정원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은 닫혀 있었다.
“거기, 안에 있는 로봇.”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위협적으로 들릴 필요도 없었다.
로봇이 문 안쪽에서 다가왔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람 없지?”
“나 여길 지나다 그냥 말 좀 하려고 왔어.”
로봇이 말했다.
차분한 음성이었다.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노숙자는 웃었다.
능글맞게, 일부러.
“아, 나 이상한 사람 아니야.”
“여기 살던 노인 있잖아. 예전에 좀 알던 사이야.”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였다.
진짜처럼 말할수록, 상대는 의심하지 않는다.
“잠깐 얼굴 좀 보자고.”
“문 밖으로만 나와. 안 들어갈게.”
로봇은 문 안쪽에서 잠시 멈췄다.
노숙자는 그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이 새끼 스캔하나? 암튼 확인하러 나오겠지.'
문이 열렸다.
로봇이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노숙자는 망설이지 않았다. 뒤 허리춤에 꽂아놓은 함마를 들어 올려, 로봇의 머리를 내리쳤다.
금속음이 울렸다.
로봇이 휘청였다.
“씨발…!!”
한 번 더.
그리고 또 한 번.
분유통을 눕혀 놓은 것처럼 둥글던 머리 부분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리더니, 전선이 노출된 채 덜컹거리며 떨어져 나갔다. 머리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채, 오른팔과 가슴 쪽에 매달려 흔들렸다.
로봇은 무릎을 꿇듯 주저앉아 뒤로 넘어갔다.
그 순간, 노숙자는 전원이 꺼지지 않는 로봇에 더 화가 나 온 힘을 다해 함마를 휘둘렀다. 그때 기계 내부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로봇의 가슴 부위에서, 그리고 떨어진 머리 쪽에서 동시에 또 다른 시스템이 작동했다. 센서가 침입을 인식했고, 신호가 외부로 송출되었다.
-경찰 호출-
노숙자는 몰랐지만, 로봇의 메인 시스템은 하나가 아니었다. 판단과 실행은 분산되어 있었다. 머리와 가슴, 두 개의 서버가 동시에 작동하며, 어깨와 등 곳곳에 달린 작은 카메라들이 노숙자를 스캔했다.
로봇은 인간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방어와 제압을 선택하게 프로그램 돼 있었다. 그러나 노숙자는 멈추지 않았다.
“꺼져!!”
함마가 다시 하늘로 쭉 올라갔다.
틈을 주지 않았다.
연속적으로, 집요하게.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크게 소리치며 함마를 휘둘렀다.
"죽어 새꺄. 이 집은 내꺼야!!"
정원 안쪽으로 바람이 불었고 나무 잎과 꽃이 흔들리며 불안한 떨림 같은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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