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장 ― 남겨진 사람들

수리를 마친 뒤에도, 로봇의 하루는 변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정원의 경계를 돌았고,
부러진 가지를 치우고, 헤집어진 흙을 고르고, 집 안의 먼지를 닦았다. 머리는 새 부품으로 교체되어 제자리에 있었다.
이전과 똑같은 각도, 같은 시야,
같은 계산 속도.
노인이 사라진 뒤에도,
집은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처럼 유지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조금 바뀌었다.
사건은 기록으로 정리되었고, 정원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그날, 차량 두 대가 동시에 도착했다.
로봇은 낯선 움직임을 감지했다.
-인간 다섯-
각각 다른 방향에서 내렸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시선은 이미 집과 정원을 향하고 있었다.
“여기 맞네.”
“생각보다 크다.”
“혼자 살던 노인이 이런 걸?”
그들은 로봇에게 자신들은 노인의 친척이라고 소개했다. 결혼은 했지만 자식은 없었고, 부인은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그 뒤로 노인은 이곳에서 로봇과 함께 지냈다는 사실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로봇은 문 앞에서 그들을 막았다.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외부인이라니. 우린 친척인데?”
그 말은 여러 번 반복되었다.
톤만 조금씩 달라질 뿐이었다.
로봇은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섯은 흩어졌다.
담장을 따라 걷고,
정원 안을 들여다보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로봇은 한 명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나머지 넷은 동시에 움직였다.
제어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로봇은 경찰 호출을 실행했다.
집의 도어록은 이미 잠긴 상태였다.
비밀번호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고, 강제 해제는 관리자 권한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정원은 달랐다.
그들은 잔디를 밟고,
나무 사이를 지나고,
연못을 들여다보며
'돈 될 만한 것'을 찾았다.
한 명은 창고로 향했다.
그리곤 안으로 들어가 노인이 쓰던 공구를 집어 들었다. 오래됐지만 로봇에 의해 잘 관리된 것들이었다.
그때 경찰이 도착했다.
인간 경찰과 경찰 로봇 한 대.
로봇은 기다렸다는 듯,
노인과의 계약 내용,
법적 소유 구조,
관리 및 운영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모든 자료를 전송했다. 경찰 로봇은 즉시 분석을 마쳤고, 요약된 내용을 인간 경찰에게 전달했다.
“이곳의 법적 관리자는 로봇입니다.”
경찰은 친척들을 향해 말했다.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주십시오.”
그러나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가 자식 같은 친척이야.”
“로봇이 뭘 안다고.”
“이 집은 원래 우리 거야.”

같은 말이 반복되었다.
논리는 없었고, 목소리만 커졌다.
그러나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법은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경찰은 그들을 집 밖으로 인도했다.
한참 동안 실랑이는 이어졌다.
그리고 이 집과 정원에 대한 재산권이 로봇에게 있다는 걸 재차 확인시킨 후에야 소란은 일단락 됐다.
차량이 떠난 뒤,
정원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밟힌 잔디,
흐트러진 흙,
뒤집힌 공구 상자.
로봇은 정원 한가운데 서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움직였다.
부서진 곳을 고치고,
흐트러진 것을 되돌리고,
정원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렸다.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은 남겼다.
로봇은 하나의 인식을 갱신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쉽게 파괴한다.
정원은 다시 정리되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기준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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