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지막 장 ― 산이 되다

그 이후로도 인간은 몇 차례 더 나타났다.
방식은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다.
확인하고, 가늠하고, 가능성을 계산하는 시선.
로봇은 그 패턴을 기록했다.
시간, 접근 각도, 인원 수, 사용한 명분.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생성했다.
-반복되는 외부 접근을 중단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로봇은 그 질문을
자신의 판단 영역이 아닌,
몸속 네트워크로 연결된 AI에 전달했다.
답변은 단순했다.
-접근 가능성을 제거하라-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환경’을 구성하라-
AI는 지형을 분석했다.
집과 정원 바깥에는 산이 있었고, 숲이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화강암 지대가 넓게 분포해 있었다.
돌은 충분했다.
이미 담은 있었지만,
그것은 경계에 불과했다.
로봇은 결정을 실행했다.
그날 이후,
로봇은 매일 산으로 향했다.
2호와 3호는 교대로 집을 지켰고,
순번을 정해 로봇들은 돌을 옮겼다.
정말 기계적인 노동이었다.
설명도, 감정도 없었다.
돌은 하나씩 쌓였다.
기존의 담 위에,
그리고 담 너머로.
사람의 키를 넘었고,
사다리 없이는 오를 수 없는 높이가 되었으며,
도구 없이는 손댈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담은 벽이 되었고,
벽은 지형의 일부처럼 변해갔다.
로봇은 그 주변에 넝쿨을 심었다.
성장이 빠른 식물들이었다.
돌 틈을 파고들어,
담의 윤곽을 흐리게 만들었다.
나무도 심었다.
담을 가리도록,
정원을 덮도록.
계절이 몇 번 바뀌자,
벽은 더 이상 벽처럼 보이지 않았다.
집은 숲 속에 묻혔고,
정원은 산의 일부처럼 이어졌다.
지도를 보아도,
이곳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았다.
찾을 이유도,
찾을 단서도 없었다.
로봇은 여전히 아침마다 정원의 경계를 돌았다. 그러나 이제 그 경계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버렸다.

노인의 의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늘도, 바람도 변하지 않았다.
로봇은 마지막으로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접근 차단: 완료-
-유지 상태: 안정-
그 이후로,
이곳은 소유되지 않았다.
사용되지도 않았다.
그저,
존재했다.
산처럼.
숲처럼.
아무도 주인이라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그리고 정원은,
노인이 원했던 모습 그대로
계속해서 가꿔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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